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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붐] 기업의 미래 결정하는 '고독한 판관'

30대 컨설턴트의 24시…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

배한욱(32·앤더슨컨설팅)씨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외국계 컨설팅사의 베테랑 컨설턴트다. 그는 200여명이 되는 직원들 가운데서도 입사순으로 상위 50위안에 들 정도로 국내에서는 이 분야에 일찍 발을 들여 놓은 편이다.

하지만 정작 회사내에 그의 책상이나 자리는 없다. 입사한 지 만 4년이 지났지만 그가 회사에 출근한 날은 합쳐야 고작 2개월이 안된다. 입사 이후 대부분을 클라이언트 회사(용역 의뢰사)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배씨의 현재 직함은 과장이다. 그가 요즘 출근하는 곳은 삼성물산.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는 3월초까지 무려 4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대규모 작업이다. 함께 투입된 테스크 포스팀은 총 4명. 팀장격인 김희집 상무와 동기 이기범과장, 입사 1년차 애널리스트 한명, 그리고 KM(지식 경영) 작업을 할 이준희 과장이 한팀을 이루고 있다.

배과장은 팀내에서 구매 판매 재고관리 ERP(전사적 자원관리) 등의 분야를 맡고 있다. 배과장을 포함한 테스크포스팀은 삼성물산의 전자상거래와 KM 분야 개척에 관한 총체적인 전략과 비전을 수립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들의 손에 의해 거대 기업의 21세기 사업 진행 방향과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시류읽는 식견과 순발력 필요

배과장의 하루는 말그대로 치열한 전쟁이다. 아침 6시30분에 기상해 신문 2개를 들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경제면과 국제면은 빼놓지 않고 읽는다. 정보통신란에 중요 기사가 있으면 회사에 가서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저장해 놓는다. 정보가 곧 힘이기 때문이다.

일은 E메일과 회사 전용 보이스메일을 확인한 뒤 시작된다. 세계 48개국에 있는 6만여명의 컨설턴트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바쁜 일과지만 1시간을 이 곳에 투자한다. 이후 매시간 단위로 전략회의가 잇달아 열린다.

본래 컨설팅이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어드바이스가 본연의 임무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의 문제점을 빠른 시일내에 정확하게 파악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그 기업이 필요로하는 해결책을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제시해 줘야 한다. 따라서 변화하는 시류에 신속히 적응하는 순발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첨단 지식에 능통해야 함은 물론이고 전문 분야에 대한 남다른 지식과 식견을 가져야 살아 남을 수 있다. 배과장은 시류를 따라잡기 위해 포천, 하버드비즈니스리뷰, E비즈니스, CIO 등 경제 관련 잡지를 정기 구독하고 연간 전문서적만도 50~60권을 독파한다.

“일을 하다보면 나의 캐리어는 물론, 클라이언트의 사운을 건 중요한 의사 결정과 그것을 뒷받침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짜내야 할 때가 하루에도 몇번씩 있습니다. 그렇게 극도의 긴장 상태로 일을 하다 밤늦게 집에 들어가면 녹초가 됩니다.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아! 바로 그거야’하고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머리맡에는 항상 펜과 메모지가 놓여 있습니다”

배과장은 94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이나 경영쪽에 관심이 있어 KAIST 경영정보공학과에 지원, 석사 과정을 마쳤다. 컨설팅회사에 다니는 선배의 권유로 이 길로 나서게 됐다. 그는 이 직업에 더없는 만족을 느끼고 있다.


다양한 분야 경험, 대우도 수준급

“우선 컨설팅이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재미’라고 생각됩니다. 한 조직을 이끌어가는 핵심 멤버들과 문제점을 논의하고, 그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가는 작업은 진지하고 흥미롭습니다. 또 일에 매진하다 보면 그 노력에 비례해 나 자신의 지식의 폭과 질이 함께 늘어난다는 것도 큰 매력입니다.


여기에 한 시대의 최첨단 지식과 기술을 계속 습득할 수 있어 더욱 좋고요. 예를 들어 요즘 초미의 관심사인 전자상거래 분야에 있어서도 이미 4년전부터 이런 확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앞서 준비를 마쳤으니까요”

업무의 무게 만큼이나 받는 대우도 수준급이다. 급여는 매년 9월경 회사측과 연봉 계약을 한다. 같은 입사 동기라도 성취 정도에 따라 50% 가량 차이가 나기도 한다. 업계 관례상 정확한 보수는 밝힐 수 없지만 대개 4~5년차 컨설턴트의 경우 평균 5,000만원 내외 수준으로 대기업 보다 좋은 편이다. 하지만 급여보다 일하면서 배우는 지식이 더욱 많다는게 배과장이 생각이다.

배과장은 한때 이 컨설팅업의 최정상 자리인 파트너(Partner)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때도 있었다. 파트너란 컨설팅 회사 지분을 가진 주주를 말한다. 일단 파트너급에 올라가면 연간 수십억원의 수입을 챙길수 있다. 단순히 월급쟁이가 아니라 일종의 오너가 되는 셈이다. 전세계 지사에서 벌어들인 수입중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몸담고 있는 앤더슨컨설팅의 경우 전세계적으론 수천명이 있고 국내에는 2명의 파트너가 있다.

배과장이 회사 일에 만족을 느끼면서도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가족에 대한 배려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 매일 새벽에 나가 밤늦게 귀가하다 보니 22개월된 딸의 잠자는 얼굴만 보는 것이 안타깝다. 가끔은 ‘누굴 위해서 이처럼 지독하게 일을 하는가’하는 회의가 들 때도 없지 않다.


일에 파묻혀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

건강 유지에도 신경을 쓴다. 워낙 긴장과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체력이 달리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2년전부터 회사 근처 헬스클럽에 가서 매일 체력을 다진다. 휴무인 토요일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낮 12시까지 잠을 잔다. 이때는 아내도 아기를 데리고 밖으로 나갈 정도로 배려해 준다. 체력 단련을 위해 여름에는 롤러브레이드, 겨울에는 스노보드를 탄다.

‘육체가 건강하지 못하면 참신한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매일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과장이 이처럼 부지런하고 능력있는 컨설턴트로 성장하기까지는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 3남중 장남인 배과장은 어릴 때 회사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다니는 것으로 알았다. 외국은행을 다니던 아버지가 새벽에는 어학학원을, 퇴근 후에는 야간대학을 다닐 정도로 학구파였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만학도였다.그래서 집에는 항상 식구 한명당 한개씩 5개의 책상이 있었다. 배과장의 고교 내신성적은 5등급으로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 그는 어느날 신학대를 다니던 어머니가 ‘나이가 들어 대학공부를 못따라가라 가는 것이 서럽다’며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부모님도 저토록 노력하는데 내가 이래서야 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동생도 선교선을 타고 회교국에서 선상 선교활동을 펴고 있다. 집안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배과장의 몸에 배여 있었던 것이다.

“컨설턴트의 생명은 변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 그리고 확신이 뒷받침된 결정을 얼마나 신속히 내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자기와의 처절한 싸움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갖춘 사람이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매력있는 직업입니다.” 배과장의 컨설턴트에 대한 결론이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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