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대 미디어 기업인 AOL(아메리카 온 라인)과 타임워너의 합병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인터넷 기업간의 인수·합병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몸집을 불려야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인터넷 업계에 확산되는 듯하다.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이런 현상이 인터넷 시장에서 더욱 관심거리가 되는 것은 인터넷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잘되는 기업은 더욱 잘되고 안되는 기업은 더욱 안되는 네트워크 특유의 속성이 기업의 존재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기업이 반드시 1등을 하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확보된 시장점유율을 갖고 2등 또는 3등 기업으로서 나름대로 이익을 달성하며 생존하는 것이 가능했다. 고정된 시장점유율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그다지 변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네트워크의 특성이 시장점유율의 고정화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대규모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호환성이나 표준화 등의 장점 때문에 이 네트워크에 포함된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VHS비디오나 IBM호환PC,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와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큰 네트워크는 소비자를 많이 끌어들이고, 그렇게 되면 네트워크가 더 커져서 다시 소비자를 강하게 유인하게 된다. 포지티브 피드백 효과(Positive Feedback Effect)라고 불리는 이런 속성은 정보상품의 주요한 특성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거대 인터넷 또는 미디어 기업들이 인수 합병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같은 네트워크 효과를 의식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합병을 통해 몸집이 커질수록 주가가 오르는 현실적 이익도 감안했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다른 기업간의 합병에 익숙하지 않다. 정부 차원 또는 대기업 내부의 구조조정은 있지만 전혀 관계가 없는 개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합병하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몸집 불리기는 주로 인수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네트워크 효과를 얻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인수나 합병 대신 사용하는 방법은 전략적 제휴라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유행과도 같이 번져나가고 있는 인터넷 기업간 제휴는 소규모 네트워크의 기업은 도태되고 마는 인터넷시장의 냉엄한 논리에 대한 자구책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 기업 가운데는 전략적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업무 제휴 수준의 협력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주식을 교환한다거나 핵심 역량이나 자원을 맞바꾸는 등의 근본적 제휴관계를 형성하기 보다 제휴했다는 사실을 홍보함으로써 효과를 얻으려는 근시안적 접근이 적지 않다.

미국의 인터넷 기업은 시장이 넓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리보다 큰 강점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기업간 합병을 통해 막강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 시장에서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미국 기업들이 국내에 본격 진출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장래를 막연하게 낙관하기는 어렵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그야말로 전략적 차원의 제휴를 서둘러야 할 때다.



인터넷방송

과거 인터넷 서비스는 문자 중심이었지만 통신속도와 컴퓨터 성능의 개선에 따라 점차 음성과 영상 서비스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음성과 동영상을 합친 인터넷 방송도 기술발전에 따라 조만간 보편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인터넷 방송은 시도 차원을 넘어 적지 않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아직은 데이터 전송 및 처리 용량의 한계 때문에 작은 화면에 그치고 있지만 모니터 전체를 선명한 화면으로 채우는 인터넷 방송도 머지 않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 접속자수가 제한됐던 종래 인터넷 서비스와는 달리 동시에 수많은 이용자가 화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브로드 캐스팅 기술도 개발돼 있다.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본격적인 인터넷 방송 시대에 앞서 세계 디지털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정광철 뉴미디어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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