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신년특집 3부작 ‘생명의 기적’프로가 방영된 후 산부인과로 수중분만, 좌식분만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프로는 또 에이즈 환자의 출산, 자궁암 환자의 임신, 언청이 출산 등도 심층 취재했다. 그동안 한국 산모들을 따라 다녔던 비극들을 새삼 조명해 주의를 환기한 셈이다.

21세기를 맞은 지금 스스로에게 화두를 하나 던져보자. ‘우리가 최근 잃은 것 중에, 혹은 잃고 있는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답은 천차만별일 수 있지만 그래도 역시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생명’이 아닐까.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생명공학, 의료기술에 비해 우리 사회에는 인간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보존장치가 매우 결여돼 있다.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교육과 문화를 뿌리내려 생명경시 풍조가 팽배해 있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지금부터라도 바꿔 나가지 못한다면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 아마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듯이 인간이 과학기술의 노예로 전락하고 생명의 가치가 전도된 사회가 될지 모른다. 21세기에 정치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으로 꼽는다면 이 또한 인간 생명이 아닐까.

생명사랑의 시작은 생명이 만들어지는 단계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부끄러운 세계기록을 여러개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생명에 관한 기록들은 우리가 뭔가 잘못된 가치체계를 갖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 예로 우리나라는 세계 최다 인공유산 국가이면서도 유일하게 낙태에 대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사회감시와 견제기능이 없는 나라다. 낙태가 선거철이 되면 첨예한 정치적 이슈가 되는 외국의 경우를 보면서 ‘뭐 저런 것까지 선거쟁점이 되는가’하고 의아해 하기도 한다.

정치가도 국민도 낙태는 철저히 개인의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치부해 왔다. 낙태를 근본적으로 줄이려는 노력과 교육을 하기보다는 낙태가 원치 않는 임신문제를 해결해 주는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결과 10대의 무분별한 임신중절수술이 우리의 청소년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최근 10대 매매춘 사회병리 현상도 우리나라의 특이한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심각한 생명경시 풍조가 이미 우려의 수준을 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남아 출생률을 갖고 있다. 뿌리깊은 남아선호 사상이 인명경시 풍조에 불을 당겨 오늘 이 순간에도 암암리에 여아 살해가 진행중이다.

외국에서도 한국이 이대로 간다면 파국적인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경상도 지방의 성비는 130대100을 넘어섰다. 10년 뒤인 2010년만 돼도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전될 전망인데 국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남자 과다, 여자 과소화를 초래할 우리나라의 성비 불균형은 장차 결혼 적령기에 이른 남성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결혼을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아(여아)살해라는 도덕적 문제와 아울러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이야기다. 유전유처 무전무처(有錢有妻 無錢無妻) 현상이 나타나거나, 외국신부를 대량 ‘수입’해야 하는 상황을 맞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는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들을 마치 선진화의 표시이자, 미래지향적인 추세인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이제 낙태천국이라는 오명을 갖게 된 배경과 낙태가 여성의 몸에 미치는 치명적 위해들을 철저히 분석하여 생명사랑의 범국민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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