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이라고 했다. ‘거짓말’에 대한 음란폭력성조장매체 대책시민협의회(음대협)의 고발과 검찰의 수사를 두고 제작사와 일부 영화인들이 하는 말이다. 그들은 ‘거짓말’을 희생양으로 삼아 전근대적인 통제와 규제중심의 이분법적인 성도덕과 문화적 규범을 강제한다고 주장한다.

음대협은 악의적인 설문조사를 통해‘거짓말’을 포르노로 몰았으며, 불법유포된 CD를 검찰에 제출했고, 검찰은 그것을 근거로 영화의 목을 조르려 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보는 검찰의 섣부른 태도는 민주화와 개혁의 노상에 있는 우리사회의 문화적 성숙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으며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대전제에서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거짓말’의 제작사인 신씨네측은 1월14일 기자회견에서 ‘거짓말’에 대한 몇가지 자체 평가를 내렸다. 먼저 상영중인 ‘거짓말’은 결코 음란영화가 아니다. 음란하다고 인정되는 장면과 대사 13분을 잘랐고 성기노출 등은 모두 가렸다.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도 ‘거짓말’이 우리사회 일반 성인의 성관념에 비추어 충분히 수용될 만 하다고 판단했기에 ‘18세이상관람가’ 판정을 내렸다.

‘거짓말’은 그 구성이나 예술성및 사상성을 종합해 볼 때 포르노그라피가 아니다. 음란물로 판결이 내려진 장정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내레이션, 자막사용, 블록구조를 통해 관객이 선정적인 장면에만 몰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등 다양한 영화적 기법을 동원해 원작의 선정성을 완화했다.

다른 외국영화나 국내영화에 비추어 선정에 있어서도 하등의 문제가 없다. 이미 국내 상영된 ‘데미지’ ‘폴라X’ ‘송어’ 에서 비정상적인 성관계가 묘사되고 있으며, ‘샤만카’ 에서는 남자의 골을 파먹는 장면도 있다.

영화전문가및 해외언론도 ‘거짓말’의 영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알다시피 베니스영화제 본선에도 올랐고, 국내 평론가들은 “그동안 일방적으로 강요되어 온 외부및 자기검열로부터 벗어나 비로소 표현의 자유를 획득하여 발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신씨네는 상업적 목적으로 음란물을 유포하려고 시도한 사실이 없다. 등급보류에 승복해 전문가들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내용을 적절히 편집했고, 상영이 현행법 테두리내에서 이루어지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현재까지 법적 절차에 어긋난 행동이 없었다.

이런 영화를 음대협은 음란물이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그 이유는 가학 피학적 성도착및 변태적 성행위를 전체 70%이상 묘사하고 있어 공개 상영은 우리사회의 성도덕 타락과 더불어 성의식 왜곡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나의 영화를 놓고 이렇게 둘 사이에 시각차가 큰 것도 슬프지만 둘 모두 ‘거짓말’을 놓고 ‘거짓말’을 하는 모습이 더 서글프다. ‘거짓말’을 포르노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평론가들중에도 그렇게 생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도 물론 상영을 해도 된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예술작품이기 때문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와 문화수용의 확대라는 차원이다.

‘거짓말’을 제작하면서 분명 센세이셔널리즘에 기대는 상업성도 있었다. 음란하지 않다는 판단도 주관적이다.

‘거짓말’을 본 관객들은 냉정했다. “재미없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왜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누구도 성적묘사에 대한 자극성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쾌해 하거나 감독이 말한 그속에 숨은 뜻을 읽어내거나.

그렇다면 음대협이 우려한 그것으로 인한 성도덕의 타락이나 심각한 성의식 왜곡은 거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거짓말’보다, 한 영화를 놓고 여론몰이식 마녀사냥을 하려는 움직임이나, 거짓말로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우리사회가, 영화인들이 더 한심하고 부끄럽다.

이대현·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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