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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무기의 그늘] 아시아에 피는 '무기의 꽃'

방위산업 지속성장, 무기거래도 '황금시장'으로 부상

IMF는 아시아 일부 국가의 방위산업에 후퇴와 정체를 초래했다. 경제난에 직면한 한국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잇따라 군사력 증강 계획을 연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했다. 반면, IMF에서 비켜나 있었던 중국과 일본, 대만에서는 방위산업이 궤도를 지켰다.

이같은 명암은 각국간 전략적 균형에도 다소간의 변화를 가져 왔다. 가장 덕을 본 나라는 중국이다. IMF에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고 군사력 현대화 계획을 추진한 덕분에 상대적인 전략적 격차를 벌렸다.

군사전문가들은 그러나 IMF가 아시아의 방위산업에 끼친 영향은 전반적으로 크지 않다고 말한다. 일부 국가에 ‘예외적인 휴식’을 가져온데 불과하며, 경제회복과 함께 다시 과거의 흐름을 되찾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만등 아시아각국 군비증강에 몰두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1999년 연감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은 지난 10년간 국방예산이 27% 증가해 최고 성장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수입국 ‘빅10’에도 대만과 한국이 포함됐다. 대만은 1994~1998년 5년간 무기수입액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1999년 미의회 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아시아 국가 중 미제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대만으로 14억8,967만달러에 달했다. 2위는 한국(9억5,584만달러)이었다. 이밖에 일본(4억1,989만달러), 싱가포르(2억3,610만달러), 태국(1억5,162만달러), 말레이시아(7,258만달러), 필리핀(4,183만달러), 인도네시아(520만달러) 순이었다.

아시아 각국이 군비증강에 몰두하는 것은 경제성장과 지역불안정이 중첩된 결과다. 탈냉전으로 아시아 주둔 미군이 전성기에 비해 10만명 줄어 진공이 생겨난 반면, 중국은 군사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무기 구매능력이 커진데다, 경제력에 걸맞는 군사력을 보유하려는 열망도 군비증강을 추동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시아 각국 군비증강의 가장 큰 흐름은 자체 방위산업의 확대와 무기수입이 긴밀히 연동돼 있다는 것이다. 무기수입에 기술이전, 공동생산 등의 조건을 붙여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가장 원시적인 수입형태인 완제품 단순수입에만 의존할 경우 수출국의 전략적 통제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탈냉전으로 무기시장이 수입자 우선 형태로 바뀌면서 아시아 각국의 군수산업 발전 정책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런던 킹스칼리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수선 윌레트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의 군수산업 수준은 크게 4개 층으로 나뉜다. 중국과 일본, 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태국과 말레이시아 순이다. 국내 기술축적과 부품산업 수준 등을 종합한 것이다.

중국은 대러시아 군사협력에 힘입어 기술수준을 급격히 향상시켰다. 1995년 수호이 27 전폭기 200대 라이선스 생산계약을 체결해 이미 지난해 첫 제품을 자체생산했다. 제4세대 전투기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티타늄제 기체 생산기술도 획득했다. 중국은 재래식 무기의 주요 수출국으로 입지를 굳혔다.



일본방위산업체 이미 세계적 수준

일본은 미쓰비시 중공업과 카와사키 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방위산업체의 도약에 힘입어 세계적 기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평화헌법에 따라 무기수출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군 겸용기술이 고도로 발전해 미국도 침을 흘리고 있다.

일본은 미 국방부가 21세기 미국 방위시스템의 핵심기술로 지정한 15개 중 5개 기술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미국이 F15전폭기 개량형인 FS-X 전폭기를 미쓰비시와 공동개발한 데 이어,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에 일본을 동참시키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일본 군수업체들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기수출을 허용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특수상황에 따라 1969년 중산(中山)과학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자주국방에 노력해 왔다. F16을 자체 개량한 IDF전투기를 비롯해 티엔꿍(天弓) 미사일 등을 개발한 것도 이곳이다. 90년대 들어 프랑스 미라지 2000-5 전폭기 60대와 미국 F16 전투기 150대를 도입하면서 기술이전과 일부 라이선스 생산계약을 맺었다. 중국에 보복공격을 가할 수 있는 중거리 지대지 미사일 개발이 임박했다는 정보도 있다.

한국은 일부 첨단장비를 제외한 대부분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장비 국산화율은 1987~91년 60%, 1993년 85%, 1999년 88.9%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90년대 초까지 한국이 미국의 라이선스 계약으로 생산해 해외에 수출한 M16 소총은 약 30만정. 현재 현대, 삼성, 대우중공업 등 재벌이 주축이 된 한국의 방위산업은 재래식 중무기 생산기술에서도 중진국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F16 전투기와 독일제 M209급 잠수함의 라이선스 생산,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한국의 기술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 무기생산력도 중진국 선두권에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생산하기 어려운 무기는 전투기로 평가된다. 이어 잠수함, 헬기, 레이더, 전차, 전투함의 순으로 난이도가 높다. 한국이 높은 난이도의 무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중화학 공업 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각국도 1990년대 들어 미, 러, 유럽국가들과 옵셋(off-set)계약을 통해 기술수준 향상을 모색해 왔다. 옵셋계약은 기술이전, 라이선스 생산 등을 무기구입과 연계하는 것이다.

이같은 방위산업 발전에 힘입어 아시아 각국은 선진국 군수업체의 부품조달과 제3국으로의 무기판매 등 틈새시장 공략에서 상당한 성과를 얻고 있다. 삼성항공은 GE사의 항공기 엔진부품과 프래트-휘트니사의 페가수스 이동미사일 부품을 생산하고 있고, 대우는 영국 BAe사와 부품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인도네시아 IPTN사는 F16 전투기 부품을, 말레이시아 아이로드사는 록히드 마틴의 C130 수송기 수리시설을 유치했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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