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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무기의 그늘] 난민… 지역안보 위협하는 '화약'

폭증하는 피란민, 정치군사 집단화 위협성 내포

중국이 최근 탈북자 7명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해 한국과 중국사이에 외교적 잡음이 일었다. 한국이 송환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또 중국 스스로도 ‘인도적’으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강제송환한 것은 왜일까. 중국은 명시적으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혈맹’인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다른 이유는 없을까. 이같은 의문을 가지는 데는 까닭이 있다. ‘난민(refugee)’이 갖고 있는 정치적 위험성 때문이다. 난민들이 탈출해 온 국가(모국)와 정착한 국가를 전복하거나,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한 사례는 20세기 후반들어 부지기수다. 난민은 탈냉전기 지역분쟁이 격화하면서 급증했다.


모국이나 정착국가 전복하는 사례많아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지난해 발표한 전세계 난민수는 1,150만명. 아프리카에 700여만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아시아, 유럽, 북미 순으로 흩어져 있다. 난민은 ‘인종·종교·국적·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조국을 떠나 귀국하지 못하거나,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최근 UNHCR은 중국 동북3성(만주)과 러시아 지역의 탈북자도 새롭게 난민 범주에 넣었다.

난민이 폭발성을 발휘한 대표적인 예는 아프리카의 르완다. 르완다는 후투족과 투치족 양대 종족간의 갈등으로 1950년대 이후 유혈이 그치지 않았다. 1960년대 후투족의 득세로 인접국 자이르와 우간다, 탄자니아에 피란했던 투치족은 세력을 모아 1990년 10월1일 모국 르완다를 공격했다. 4년여에 걸친 내전끝에 1994년 마침내 하비아리마나 정권을 전복시키고 정권을 잡았다. 우간다에 피란했던 투치족 난민들은 정착국인 우간다 내전에도 개입한 적이 있다. 반군 무세베니를 지원해 1986년 오보테 정권을 전복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것이다.

1970년대 소련 지배를 피해 파키스탄으로 피란한 아프가니스탄 회교 난민들은 미국과 중국,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원을 받아 소련이 세운 괴뢰정권과 싸웠다. 70년대 후반 베트남의 침공으로 무너진 캄보디아 크메르 루지 세력은 태국 국경지역에 기지를 건설하고 캄보디아 정부를 괴롭혔다. 태국에도 심각한 국경 불안정을 유발했다. 역시 태국 북부 국경지역에 본거지를 둔 미얀마 카렌족은 미얀마 군부정권과 20년 이상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에 정착한 쿠바 난민은 케네디 정권의 지원을 받아 쿠바를 공격한 적이 있다. 이른바 실패로 끝난 ‘피그만 침공 사건’이다. 터키의 압박으로 이란과 이라크로 피란한 쿠르드족도 끊임없이 터키 국경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터키가 쿠르드족의 본거지를 공격하기 위해 이라크 국경을 넘어서는 바람에 국제적 긴장이 초래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단순 난민에서 ‘난민전사’로 둔갑

르완다의 경우에는 투치족이 정권을 잡으면서 후투족이 오히려 난민신세가 됐다. 르완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자이르, 우간다, 탄자니아 변경으로 도피한 후투족 난민은 약 200만명. 대부분 난민촌에서 유엔의 구호에 의지하며 기아선상을 헤매고 있다.

이들 난민은 모국 르완다 침공을 기도하는 군사조직으로 결집되는 경향이 강하다. 단순 난민에서 ‘난민전사(Refugee Warriors)’로 둔갑하는 것이다. 물론 난민이 모두 난민전사로 변질되는 것은 아니다. 난민전사로 변질되기 위해서는 요건이 필요하다.

영국 요크 대학의 하워드 아델만 교수는 계간 ‘분쟁연구 저널’1998년 봄호에서 두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우선 제3국의 지원과 무기공급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전략적 목적을 위해 특정국가가 난민을 충동질하고 지원해 모국을 침공하도록 할 때 비로소 난민전사가 결집된다는 이야기다.

또 한가지 요건은 국제사회의 대응 실패. 국제사회가 난민문제 해결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거나, 인도적 구호물자를 난민들이 오용하도록 방치할 때 문제가 생기게 된다.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난민들이 군사집단에 마지막 희망을 걸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델만 교수의 해석은 중국의 탈북자 정책을 살필 수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중국 동북3성 지역에 흩어져 있는 북한 탈북자수는 최대 2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은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티베트와 신장 지역의 소수민족에 대해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여 왔다. 탈북자들이 만주지역을 배경으로 반북한 집단을 구성해 활동할 경우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공산이 크다. 탈북자들이 난민전사로 결집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탈북자들 ‘반북한집단화’가능성

중국의 우려는 국무원 산하의 한 국책연구소가 지난해 작성한 탈북자 문제 보고서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보고서의 일부분. “월경자의 성분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굶주려 넘어온 자가 있는가 하면 조선(북한)정권을 뒤집으려는 자도 있다. 공개적으로 ‘반김정일 혁명기지’건설을 선언하며 옌볜(延邊)지역의 한국인, 미국인과 접촉해 자금을 조달하는 월경자들도 발견됐다.”

중국의 이같은 인식은 한국의 대응에도 상당한 고민을 가져다 준다. 탈북자에 대한 인도적 고려와 대중·대북한 외교적 고려 사이에서 갈등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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