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총선시민연대, 공천 부적격자 발표

정치권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총선시민연대가 24일 공천반대인사 67명의 명단을 발표하자 정치권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다. 총선시민연대가 발표한 67명은 경실련이 1월10일 발표한 164명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객관성과 공성성을 높이려는 노력끝에 나온 결과여서 명단의 ‘살상력’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명단에는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비롯, 여야 중진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파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당별 숫자로는 한나라당이 30명(133명중 22.6%)으로 가장 많았고 새천년민주당 16명(105명중 15.2%), 자민련 16명(53명중 30.2%), 무소속 5명(총 8명)순이었다. 선수별로는 초선이 2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재선 14명, 3선 16명, 4선 4명, 5선 8명, 6선이상 5명으로 중진급 의원들이 대거 포함됐다.

유형별로는 한보비리사건 연루자(권노갑, 김명윤, 김상현, 김수한, 김용환, 김정수, 김현욱, 나오연, 노기태, 노승우, 박성범, 박종웅, 서석재, 이중재, 정재철, 홍인길, 황병태), 수서비리 연루자(김동주, 오용운, 이태섭) 등 비리 및 부패관련자가 가장 많았고 선거법위반(국창근, 김광원, 김고성, 김범명, 김호일, 김태호, 김현욱, 노기태, 신경식, 이인구, 이상배, 황학수), 12·12 군사반란 등 헌정파괴행위 관련자(김종필, 권정달, 허화평, 김윤환, 박철언, 손세일, 이상배, 오세응, 정문화, 차수명, 한승수, 한영수, 한이헌, 황낙주), 지역감정 조장 발언(김기춘, 조홍규, 김호일), 공안사건 관련자(김기춘, 정형근, 김중위) 등이었다. 한이헌 의원은 총선시민연대의 명단 발표 직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JP, 박준규의장 등 거물급 포함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5·16 군사쿠데타주도, 1965년 한·일협정체결 주역, 1980년 부정축재연루 및 재산몰수, 1995년 6·27선거 지역감정 조장 등 무려 6가지 사유가 적용됐으며 총선시민연대측은 예외적으로 김종필 명예총재의 ‘명예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황낙주, 김수한, 박준규의원 등 14·15대 입법부 수장도 공천반대인사명단에 나란히 포함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편 경실련이 10일 발표한 ‘공천부적격자’명단과 이번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인사’명단에 모두 포함된 인사는 50명으로 이들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 리스트에는 포함돼 있지 않아 안도했다가 총선연대의 명단에 포함돼 허를 찔린 의원도 17명이나 됐다.

총선연대는 경실련과 마찬가지로 부정부패비리, 선거법 위반 연루자들을 중심으로 명단을 작성했지만 5·16 군사쿠데타, 5공 출범 당시 국보위 참여자 등을 헌정질서 파괴자에 포함시켰다. 특히 전직 국무총리와 전·현직 국회의장 등 여·야 중진급 인사를 다수 포함시켜 폭발력을 높였다.

정치권은 총선시민연대가 발표한 명단이 예상보다 엄청나자 앞으로의 대응방안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표정이 역력했으며, 당사자들은 법정소송 등 강경대응방침을 밝히는 등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자민련은 명단에 김종필 명예총재를 비롯해 박준규 국회의장, 박철언·한영수·김종호 부총재, 김현욱 사무총장 등 당지도부가 망라되고 비율로도 소속 의원의 30%이상이 포함되자 김총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법질서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혁명적 작태”라며 “시민단체의 불법행위는 일고의 가치가 없고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착수를 강력히 요구한다고”고 밝히는 등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한라당 역시 김명윤, 김윤환, 김수한, 박관용, 오세응, 이중재, 신경식, 정형근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망라된데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한나라당 이사철대변인은 “편파보복사정에 의한 피해자들을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박상천 원내총무와 권노갑 전고문 등 동교동계 실세들과 김상현 손세일의원 등이 포함됐지만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다. 정동영 대변인은 “이번 명단발표는 정치권의 개혁실패에 대해 시민사회가 나선 것으로 정치권이 자초한 것”이라고 말해 시민단체에 힘을 실어주었다.


“공천 받으면 낙선운동하겠다”

총선시민연대측은 각 당과 당사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이들이 공천을 받을 경우 적극적인 낙선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혀 정치권 개혁압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 시민연대측은 계속해서 입후보자들에 대한 공천반대인사명단을 만들 계획이어서 현역의원뿐만 아니라 영입인사 등 총선입후보자들도 커다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과 선관위 등은 명단발표에 대해 현행 선거법 위반임은 분명하지만 법개정논의가 진행중이고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점 등에 부담을 느껴 적극적인 법적용 의지는 일단 감추고 있다.

오히려 검찰은 병역비리의혹이 제기된 국회의원 21명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법원도 각종 비리혐의와 선거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재판을 지연시키는 정치인 18명에 대한 재판을 가능한 빨리 마무리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정치권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송용회·주간한국부 songy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