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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과 정치개혁] 선거법 '합헌 결정' 어떻게 피해가나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 낙천·낙선대상자 선정작업을 하면서 공직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선거법)중 선거운동 관련 조항에 대한 개·폐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현행 선거법중 노조이외 어떤 단체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제87조 폐지운동을 벌이면서 사전선거운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제58조,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한 제108조 등도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독소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들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이미 여러차례 합헌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헌재의 다수 의견도 현재 야당과 일부 정치학자들이 지적과 마찬가지로 선거혼탁우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합헌 결정이 내려져도 다시 헌법소원이나 위헌심판제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합헌결정이 내려진 동일 사안에 대해 다시 헌법소원이 들어온 사례도 여러차례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이 번복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폐지를 요구하는 제87조는 두차례나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모두 기각됐다. 시민단체들이 들끓는 여론을 바탕으로 헌법소원을 또 제기할 수도 있지만 당장 헌재의 입장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회가 입법권을 발휘해 하루 빨리 해당 조항을 개정·폐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중앙선관위가 최근 낙천운동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거법개정안을 만든데 이어 여야 각당도 자체 개정안을 잇따라 마련하는 등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선거법 조항과 헌재의 결정내용, 중앙선관위 및 정치권의 입장 등을 살펴본다.


◇선거법 87조
단체의 선거운동 금지조항.

1995년 6월 지자체장 및 지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참여 부산시민연대는 이 조항이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부산시민연대는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 대해 객관적 평가에 접할 기회와 정보에 차단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개인과 마찬가지로 단체에 대해서도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 의견표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어느 국가에서도 시민, 사회단체의 그러한 선거운동을 금지시키는 입법례를 찾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내세운 이유는 각종 단체의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면 각종 정치단체가 난립, 우리 정치문화의 퇴행을 가져올 수 있고 선거가 필연적으로 과열돼 금권·상호비방으로 혼탁선거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단체이기주의나 집단이기주의를 대표하는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역기능 우려가 높아 입법목적상 정당성이 있다는 것이다.

1998년 4월 선거법 87조가 개정돼 노조의 선거운동은 허용하는 예외조항이 신설되자 경실련은 “유독 노조만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의 원칙과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선거운동과정에서의 균등한 기회보장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다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1995년 결정이유를 거의 그대로 원용해 지난해 11월 합헌결정을 내렸다.

특이한 것은 1차 결정과 달리 김문희, 이재화 재판관이 “선거운동 과열, 혼탁의 우려는 오히려 사회단체의 선거운동이 금지돼 국민의 정당한 정치참여욕구를 막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선거의 공정성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참여를 허용하면서 그 방법과 기간 등에 대한 제한을 통해서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며 소수의견을 냈다.


◇선거법 108조
선거기간중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한 조항.

1997년 12월 15대 대통령선거 여론조사를 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한겨레신문사 김종철기자는 이 조항이 언론·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대통령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는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뤄졌어도 승산 있는 쪽으로 가담하게 만드는 밴드웨곤효과 등으로 국민의 진의를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선거의 공정을 위해 일정 기간 여론조사결과 공표를 금지하는 것 자체는 금지기간이 길지 않는 한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 재판관중 이영모 재판관은 “국내 신문과 방송 등을 대상으로 할 뿐 외국 언론매체와 인터넷 등에는 대응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어 실질적인 효력면에서 의문이 있다”며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는 선거권자들의 의견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를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표현의 자유의 핵심부분을 제한하여 여론형성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결과가 돼 입법목적은 정당하더라고 수단의 적절성·합리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선거법 제58조

사전선거운동 금지조항.

시민단체들은 “법으로 허용된 단순 의견개진과 선거운동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다”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정보공개운동을 사전선거운동으로 불법화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헌재의 입장은 없었다. 중앙선관위는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에 대해 현행법상 위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최근 제58조에 정당의 공천과 관련된 의사표시를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문구를 신설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낙천운동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낙선운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치권은 시민단체의 사전선거운동이나 여론조사공표 등을 전면 허용할 경우 법집행의 형평성문제가 제기되고 선거판이 혼탁해질 수 있다며 해당조항 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선거법 87조에 대해서는 여·야의 의견차이가 좁아지고 있어 조만간 타협점을 찾을 전망이다.

새천년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뜻에 따라 87조 규정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관변단체의 난립가능성 등을 이유로 상근 회원 100명이상, 설립된지 1년이상 되고 매년 2개월 이상 공익활동 실적이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에 한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자체 개정안을 마련했다. 중앙선관위의 개정안도 국가·지자체가 출연 또는 보조하는 단체, 군인 등 각종 법령에 의해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 후보자 또는 가족이 설립하거나 운영하는 단체, 정당후원회 등을 제외하고 있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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