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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자동차산업] 독자생존이냐 전략적 제휴냐

홀로 남게되는 현대자동차, 중대한 기로에 직면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겠다.”, “어떤 형태로든 선진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는 불가피하다.”

겉보기에도 위의 두 말은 완전히 상반된 뜻을 갖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독자생존’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주장이고, ‘선진 업체와의 제휴’는 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의 지론이다.

정회장은 1월19일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업체 경영자 합동세미나’에서 “21세기 현대자동차의 전략은 ‘독자생존 및 번영’이며 2010년까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정회장의 최측근인 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은 자동차산업연구소가 발간하는 월간 ‘자동차경제’기고문에서 “거대 메이커간 인수·합병은 21세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짓고 “세계 자동차산업의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 기술개발 노력과 함께 선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21세기 장기전략 놓고 딜레마에 빠져

새천년 벽두부터 국내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중대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와 삼성자동차를 발판 삼아 GM이나 포드, 르노자동차의 한국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2000년 5월부터는 수입선 다변화조치 해제에 따라 일본 자동차도 한국시장에 선을 보이게 된다.

지난 30년간 폐쇄된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대우, 기아자동차 등과 경쟁을 벌였던 현대자동차로서는 갑자기 경쟁자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21세기 장기전략을 ‘독자생존’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 제휴’로 삼아야 할지를 놓고 최고 경영진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현대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는 GM이나 포드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대자동차는 아쉽게도 이들 회사들과는 실력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익률, 생산성, 품질 등 질적인 경쟁력은 물론 양적 경쟁력에서도 선두업체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현대자동차의 규모. 1999년 10월11일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와 구조개편’세미나에서 전용욱 중앙대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규모는 세계 10위권 밖이다. 기아자동차의 생산량을 포함한 현대자동차의 1998년 자동차 생산량은 국내(123만4,000대)와 해외(12만4,000대)를 포함해 총 135만9,000대에 달한다. 이는 세계 전체시장의 2.6%수준에 불과하며, 연간 809만대를 생산하는 GM이나 710만대를 생산하는 포드의 6분의1에 머무는 수준이다.


수익률·생산성 등에서 외국업체와 큰차이

수익률에서도 현대자동차는 약세이다. 가톨릭대학교 김기찬 교수에 따르면 1998년 현재 현대자동차의 자본수익률은 0.4%. 이는 도요타(4.7%), 포드(3.7%), GM(4.8%)의 10분의1 수준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역시 낮은 수익률을 현대자동차의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정회장은 협력업체와의 세미나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1998년까지 세전이익율을 비교하면 선진 업체의 4분의1 수준이다. 1999년에는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현대자동차는 크게 뒤떨어지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의 가장 대표적인 생산성지수인 ‘1인당 생산대수’에서 외국업체에 비해 현격하게 밀리고 있다. 전용욱 교수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과 울산2공장의 1인당 생산대수는 각각 93대와 85대. 이는 미쓰비시 미즈시마 공장(147대), 혼다 스즈카 공장(123대), 도요타 다카오카 공장(122대) 등에 비해 크게 뒤지는 수준이다.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인 품질경쟁력 부문은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미국의 품질조사 전문기관인 J.D. Power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품질수준은 28위에 불과하다.

J.D. Power는 매년 미국에서 시판되는 신차의 3개월간 결함수(IQS·Initial Quality Survey)를 조사하고 있는데 1999년 신차의 경우 현대자동차의 100대당 결함건수는 194건에 달했다. 이는 대우(32위·216건), 기아(37위·333건) 등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1위인 재규어와 2위 뷰익의 결함건수는 각각 111건과 114건이었으며, 일본업체인 도요타와 혼다의 품질수준은 각각 7위(135건), 8위(137건)였다.

“21세기에도 ‘현대’라는 간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자 생존’보다는 선진 네트워크로의 편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용욱 교수의 의견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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