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독점 억제위한 조치, 기업구조에 중대한 변화

1999년 11월 5일 미국 연방법원의 잭슨 판사는 MS(마이크로소프트)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제한적인 행위를 했다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예비판정은 정식 재판을 통한 판결이전에 판사가 재량에 의해 해당 기소 내용의 사실 여부를 판정하여 공표하는 독특한 제도이다. 이것이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있을 정식 판결의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은 될 수 있다.


최대의 이슈는 기업분할

과연 MS와 법무부가 최종 판결 이전에 합의를 볼 것인가? 최종 판결로 갈 경우 유죄 판결이 나올 것인가? 유죄 판결을 할 경우 법원은 어떤 명령을 내릴 것인가? 이제 이상의 질문들이 관심의 대상이다.

합의가 됐건, 판결이 됐건 MS의 경영 관행이나 기업 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올 것은 분명하다. 그 가운데에서도 MS의 기업분할 여부가 가장 큰 이슈일 것이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미국 법무부는 MS의 분할을 법원에 요청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즉 법무부의 ‘구형’은 기업분할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MS가 분할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에서도 기업분할 사례는 많지 않았다

시장의 구조가 어떤 형태일 때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통해서 경제 전체가 가장 바람직한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인가를 모색하는 것이 산업조직 정책, 또는 공정거래 정책이다. 산업조직 정책은 독점적인 시장 구조의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구조규제와, 경쟁제한적인 행위를 규제하는 행동규제를 동시에 사용한다. 구조규제 중에서도 기업분할은 시장의 경쟁을 회복시키기 위한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정부의 강제적인 기업분할은 자주 시도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MS사의 기업분할 가능성을 점치면서 미국에서 많은 기업분할이 있었던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올해로 독점금지법(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을 입법한지 110년이 되는 미국에서도 기업분할을 실시한 사례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기업분할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초기 사건은 1911년의 스탠다드 오일 사건과 아메리칸 토바코 사건이 있다. 법원은 두 사건에서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인정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기업분할 명령을 내렸다. 1947년에는 유나이티드 슈 머시너리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가장 최근의 기업분할이었던 대표적인 사례로는 1984년의 AT&T 사건을 들 수 있다. AT&T와 미국 정부는 합의를 통해서 장거리 전화회사를 분리하였다.

이처럼 기업분할 사례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개별 기업에 대한 분할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즉, 위에서 언급한 스탠다드 오일이나 아메리칸 토바코는 지주회사를 형성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고 인정되어 해당 지주회사의 분할을 명령한 경우이다. 1984년 AT&T의 경우에도 장거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의 주식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기업분할을 실시했다. 한편, 단일 기업인 유나이티드 슈 머시너리의 경우 유죄 사실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졌으나 법무부의 분할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기술혁신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정보통신 산업에서는 기업의 형태를 불문하고 기업분할이 쉽지 않다. 산업의 특성상 기술을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으며, 이를 인정해야 기술개발을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가 법원에서도 곧잘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1969년에는 IBM을, 1974년에는 AT&T를 분할하기 위한 소송이 정부에 의해 제기되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시 MS 사건을 돌아보자. 문제가 되고 있는 웹브라우저(인터넷익스플로러), 운영체제(윈도우즈), 및 주요 응용프로그램(워드) 사업들은 지주회사 혹은 자회사 형태가 아닌 단일기업의 사업부에 불과하여 분할 방법에도 어려움이 있다. 또한 기술혁신과 경영 우월성으로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에게 정부가 시비를 걸고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과거의 기업분할 사례와 MS를 겹쳐 놓고 보면 최종판결까지 가더라도 법원이 기업분할 명령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정치적인 상황도 중요한 변수

이번 사건은 시간에 의해 최종판결 이전에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치 상황의 변화가 가장 큰 변수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금년 11월이면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가 실시되어 실질적으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통상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기업에 대한 정책적인 개입을 자제하는 성향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당선된다면, 법무부의 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재집권이 이루어지더라도 정부가 한 발 물러날 가능성은 높다. 일반 시민들은 MS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찬성하는 분위기다. 윈도우즈를 비롯해 자신들이 쓰는 MS 제품이 독점으로 인해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강자에 대한 일종의 견제심리, 혹은 약자에 대한 응원심리가 작용하는 면도 있다. 이런 여론 때문에 선거를 앞둔 정부가 MS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한편, 정부가 MS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지는 않을 이유는 미국의 산업정책, 혹은 세계 헤게모니 전략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정보통신 산업을 통해서 세계경제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MS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세계의 정보통신 업계가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을 경쟁적으로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반석·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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