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의 다 왔나보다. 길은 가파르게 굽이쳐 돈다. 분명 강원도 산중은 아닌데 무척 험하다. 한 켠으로 시리도록 파란 남녘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고, 다른 한켠으로는 달마산과 도솔봉의 바위 봉우리가 거친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풍광에 넋을 잃으며 절벽을 끼고 한굽이 돌자 오색의 플래카드가 요란하다. ‘땅끝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마을. 북위 34도 17분 38초, 동경 126도 6분 2초에 위치한 이 곳은 흔히 땅끝(土末)으로 불리운다. 섬을 제외한 한반도 육지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이다.

평일 낮시간인데도 타지에서 온 차들이 많다. 방학중인 아이들을 앞세운 가족, 서로 옷깃을 여며주는 연인, 젊잖게 차려입은 노년의 부부…. 다양한 세대의 여행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환한 웃음을 웃는다. 멀고 먼 길을 달려 ‘드디어 땅끝에 섰다’는 성취감이 그들을 웃음짓게 만드는 듯하다.

갈두마을은 평범한 어촌이었다. 1980년 보길도로 가는 최단항로가 개발되고 이 마을이 선착장이 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이 곳의 관광가치가 높아지면서 그 의미를 기념하는 각종 시설물이 들어섰고, 포구에 식당과 여관이 하나둘씩 문을 열었다. 이제는 400~500명 정도의 여행객의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아담한 관광지가 됐다. 15년간 한자 이름인 토말로 불리웠다. 해남에서 지도를 제작하는 천기철씨가 우리말을 찾자고 해남군에 건의했고 1995년 땅끝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쓰이게 됐다.

땅끝탐사는 마을 뒷산인 사자봉(122m)에서 시작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20여분을 오르면 전망대가 등대처럼 서있다. 전망대에서는 인근의 바다와 섬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흑일도 백일도 닭섬 꽃섬등 고요한 물 위에 앉아있는 섬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전망대에서 1분 거리에 땅끝비가 세워져있다. ‘태초에 땅이 생성되고 인류가 발생하였으며 한겨레가 국토를 그어 나라를 세웠으니 맨 위가 백두산이며 맨 아래가 사자봉이니라’고 새겨져 있다. 이 땅의 의미를 기념하는 탑도 있다. 땅끝비에서 가파른 계단으로 10여분을 내려가면 대리석으로 만든 10m 높이의 삼각구조물이 나타난다. 모두가 기념사진을 찍는 곳으로 1987년 전남대 미대 교수들이 제작했다.

땅끝탑에서 다시 오르지말고 선착장으로 빠지는 숲길을 택한다. 바다를 내려다보고 바람을 맞으며 걷는 맛이 은근하다. 선착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형제처럼 나란히 선 두 개의 바위. 맴섬이다. 해는 맴섬의 사이로 떠오른다.

풍요롭고 행복한 사람보다는 좌절하고 힘든 이들이 이 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땅의 맨 끝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함이다. 남으로 흘러흘러 이 곳에 고인 백두산의 정기. 그들은 그것을 호흡하기 위해 이 곳에 온다.


들러 볼 역사적 관광지 많아

땅끝은 이름만큼이나 멀다. 서울에서 420㎞. 2박3일의 일정을 잡아야한다. 호남고속도로 광산IC로 빠져 13번, 2번, 18번국도를 갈아타며 나주-영암-강진-해남에 이른다. 해남에서 완도(13번 국도)쪽으로 달리다 813번 지방도로로 우회전, 약40㎞를 더 가면 땅끝이다. 강진에서 813번 지방도로로 직접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다산초당등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생활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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