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에 ‘공천 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각당은 늦어도 총선에 출마할 공직자 사퇴시한인 2월13일(총선 60일전)까지는 공천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어서 공천바람은 설연휴를 전후해 피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각 당은 지난주 후반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천심사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장을병 지도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직책선정 및 공천심사위를 구성한 민주당은 참신성 개혁성 도덕성 전문성 당선가능성 당 발전기여도 등 6개항을 공천기준으로 내세웠다.

한나라당은 참신성과 전문성 당선 가능성의 잣대로 공천대상을 고르는 작업에 착수했다. 자민련은 공천시간표가 좀 더디다. 시민단체의 공천반대 명단에 김종필명예총재를 비롯한 소속의원이 대거 포함되는 바람에 시민단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각당 공통의 공천 포인트는 텃밭의 물갈이다. 텃밭은 ‘공천=당선’의 공식이 통하는 지역이어서 공천싸움이 그만큼 치열하고 동시에 텃밭지역 주민들의 물갈이 압력도 매우 강하다.

텃밭의 물갈이 폭을 가장 넓게 잡고있는 당은 민주당. 김대중대통령은 호남지역의 공천을 수도권선거의 전략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호남에서 과감한 물갈이 등 모범적인 공천을 통해 민주당의 이미지를 높임으로써 수도권지역의 득표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민주당 호남권의원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 보다 높다.


낙천리스트 활용, 대폭적 물갈이로 이미지쇄신 노려/b>

민주당이 호남권 물갈이에 참고로 하는 자료는 여러가지다. 우선 시민단체의 공천반대 명단이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국창근 김봉호 김인곤 박상천 정호선 조홍규의원 등이 총선시민연대 등의 리스트에 올랐고 전북지역에서는 김진배의원이 포함됐다.

이중 박상천의원과 김봉호의원 등은 당 기여도 등이 참작돼 살아날 가능성이 높지만 나머지 의원들중에서는 희생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유력한 참고자료다. 민주당은 여론조사를 토대로 호남권 현역의원 36명을 세그룹으로 분류, 이중에 호남지역의 민주당 평균지지도 65%보다 2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의원들은 일단 교체대상에 올려서 정밀 심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중에는 동교동계 소속의 유력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거구 조정에서 지역구가 통합된 양성철 조순승 김경재 김명규 김충조 박정훈 김진배 정균환 최재승 이협 의원 등은 동료의원끼리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안팎에서는 호남지역 물갈이 비율이 50%이상까지도 올라갈 수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교동계가 얼마나 물갈이에 포함될지도 민주당 안팎의 비상한 관심사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물갈이 태풍과는 비교적 거리가 먼듯 했다. 그러나 선거구 조정으로 텃밭지역인 영남에서 11석이 줄어 현역의원들의 자연물갈이가 불가피해졌다. 또 시민단체의 정치권 개혁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총선전략상 신진인사 영입을 위해 상당폭의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내부에서 늘어나고 있다.

하순봉총장이 “텃밭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참신성과 개혁성이 높은 인사를 공천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부산지역의 경우 통합지역인 사상(권철현·신상우) 남(이상희·김무성) 금정(김도언·김진재)의 교통정리가 발등의 불이다. 또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 의원 2~3명도 교체대상에 올라있다.

경남지역에서도 현역의원 3~4명이 교체대상. 대구·경북지역은 상대적으로 교체대상이 적게 거론되고 있으나 선거구가 통합된 서구의 경우 강재섭·백승홍의원간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자민련은 물갈이 목표를 30%정도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충청지역에서 4개의 선거구가 줄어 현역의원 자연물갈이 요인이 발생했고 노쇠정당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상당폭의 젊은피 영입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시민단체와의 ‘전쟁’이 자민련의 물갈이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지만 유권자들에게 보다 좋은 ‘정치 신상품’을 내놓지 않을 경우 당의 존립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것도 현실이다. 자민련은 이창섭전SBS앵커를 영입해 놓은 상태고 조만간 전용학 SBS국제부장도 입당시킬 예정이다. 이씨는 대전유성 출마를 희망해 조영재의원이 긴장하고 있다. 전씨는 충남 천안 갑 또는 아산 출마를 원해 정일영 이상만의원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계성·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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