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워낙 드라마틱하게(?) 움직이면서 경제가 관심권에서 멀어진 듯한 분위기다. 실제 요즘 경제계에서는 정치권처럼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현안은 없다. 지난주에도 대우그룹 처리와 환율하락, 수입의 큰 폭 증가를 우려하는 분위기 등이 경제계 큰 흐름의 대강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감 등으로 주가가 크게 요동쳤고 재계도 시민단체의 정치권 낙선운동에 가세해 또 다른 현안을 만들어냈다.

설 연휴가 낀 이번주와 내주에는 그러나 상황이 좀 긴박하게 돌아갈 것같다. 여전히 환율이나 대우처리 등이 경제현안의 중심에 자리하는 가운데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2월8일 대우채 95% 환매가 이루어지고 미국의 금리인상 발표가 있어 금융권은 상황에 따라 적지않은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2월3일(한국시각) 새벽에 발표되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초의 관심은 온통 미국의 금리인상에 집중되고 있다. 올들어 유난히 미국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한 우리 주식시장은 이날 미국의 금리인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 연방준비이사회 그린스펀의장이 금리인상 방침을 분명히 한 상황이어서 관심은 그 폭에 모아지고 있다. 관계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상의 폭이 종전과 같은 0.25%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0.5%의 가능성도 적지않다고 보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지난해 3차례의 금리인상 당시 대체로 1∼2주전에는 시장에서 금리인상 폭이 어느정도가 적당한 지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미국 정부도 이같은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번에는 금리인상폭에 대한 예상이 엇갈리는 등 금융시장 전체가 다소 불안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금융통화운영위원회를 열어 국내 금리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일단 정부 당국자들은 저금리기조를 정착시켜야 하고 물가불안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금리인상 등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내에서는 금리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시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아 금통위에서 적지않은 논란도 예상된다.

2월8일 대우채 95%환매도 이번주부터 금융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각에서는 대우채 환매 문제가 대부분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악재로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과연 얼마나 환매에 나서고 환매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이다.


재계정치참여, 전경련 회장문제 구체화될듯

이번주와 내주중 재계에서는 큰 두가지 현안 때문에 물밑 움직임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참여와 차기 회장단문제다.

재계의 정치참여는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시민단체의 4·13총선 낙선운동에 가세하는 것이다. 재계는 이미 노동문제와 관련, 재계의 의견에 반하는 의원들에 대해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겠다고 공언해 놓고있다. 따라서 낙선대상은 노동문제를 중심으로 선별될 전망이다. 물론 재계의 정치참여가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고 과연 얼마만한 성과를 거두겠느냐는 회의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재계는 그러나 2월9일 경제단체협의회를 열어 이에 대한 보다 진전된 논의를 벌이기로 했다.

2월10일에는 전경련 회장단회의를 열어 이를 더욱 구체화한다. 회장단은 이날 회의에서 차기 회장문제도 협의한다. 재계 원로들은 차기회장 문제를 놓고 지금까지 다각적인 물밑접촉을 가졌으나 아직까지 차기회장을 지목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의견을 모았던 정몽구 현대회장에 대해 정부가 워낙 강하게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데다 현대 정회장 역시 최근들어 “시켜도 못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이어서 마땅한 후임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김각중회장 대행체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손길승 SK회장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산업은행은 곧 대우자동차 입찰제안서를 GM이나 포드 현대등 국내외 6~7개업체에 발송, 대우문제도 이번주와 내주중 구체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재·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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