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대중화 일등공신, 설빔으로도 인기

한복이 다시 생활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복 대중화의 일등공신은 ‘생활한복’이다. 전통한복의 디자인을 크게 혁신해 일상생활에서도 큰 부담없이 입을 수 있게 됐다. 생활한복은 더이상 명절때만 반짝 나왔다 다시 옷장속으로 들어가는 존재가 아니다.

설빔으로 생활한복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설날 연휴 전통의 멋도 내보고, 일상생활에서도 분위기를 바꿔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짜증나는 귀성길 도로, 한복이 운전에 거추장스럽다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소매와 바지폭이 크게 개량된 생활한복은 운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간편하기는 여성용도 마찬가지. 천이 두꺼워 속치마와 속바지를 굳이 입을 필요가 없다. 면제품은 물빨래로 간단히 세탁할 수 있다.


값 저렴, 대여점에서 빌려 입을 수도

값은 양장을 살 돈이면 넉넉하게 골라 입을 수 있다. 설빔으로만 입을 요량이면 대여점에서 빌려 입을 수도 있다. 생활한복 값은 메이커와 옷감 재질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 바지저고리, 치마저고리만 마련하는데는 5만~15만원선이면 족하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전통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가족 한벌 옷’도 출시되고 있다. 어린이용은 값이 다소 싸다. 가족들이 세트제품을 구입할 때는 어른들은 비슷한 색으로 젊잖게, 아이들은 다소 튀는 색상으로 고르는 것도 괜찮다.

좀더 멋을 내 갖춰 입으려면 두루마기와 목도리, 신발이 필요하다. 남성은 바지저고리, 두루마기, 목도리, 속저고리를 갖춰 입는데 15만~40만원(신발 제외)이 든다. 10만~20만원선인 두루마기는 요즘 반코트 형태로 만들어져 양복에도 무리없이 입을 수 있다. 여성 중가품의 경우에는 노리개와 노리개 주머니, 가방, 목걸이를 더해 모두 30만~40만원선이면 된다. 특히 여성은 노리개로 독특한 나만의 멋을 창출할 수 있다. 목도리는 면제품이 1만원선, 명주제품은 2만~3만원선이다.

생활한복에는 고무신이 가장 잘 어울린다. 하지만 고무신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구두라도 발등 부분이 많이 패인 것이라면 무난하다. 발등을 완전히 덮고 있는 운동화나 구두는 피하는 게 좋다. 한복과 양복차림에 겸용으로 신을 수 있는 구두도 4만~4만5,000원대 가격으로 나와 있다.

생활한복과 예복을 대여하는 전문업체도 있다. ‘질경이 우리옷’(02-744-5606~7)은 남성 5만원, 여성 7만원에 2박3일간 대여해 준다. ‘조은이 한복’(02-518-5520~2)은 노리개 등을 포함해 2박3일간 12만~15만원, ‘한복·한복전시관’(02-3216-4421~2)은 3박4일간 3만~10만원에 대여한다. ‘황금바늘’(02-717-3131~2)은 2박3일간 여성 5만~14만원, 남성 6만~12만원, 어린이 3만원에 대여하고 있다. 물론 대여기간은 연장할 수 있다.


요란한 헤어스타일ㆍ화장은 피해야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헤어스타일과 화장도 한복에 어울려야 더욱 빛을 발한다. 여성은 우선 뽀글뽀글한 파머머리는 피하는 게 좋다. 쪽진머리 스타일이 가장 좋지만 자연스런 생머리도 무난하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기 싫으면 한복에 맞춰 만들어진 모자를 써서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화장은 요란스럽지 않게 하는 것이 제격이다. 지나친 화장이 오히려 한복의 은은한 색깔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빨강색 립스틱은 피하되, 얼굴을 둥글게 보이도록 화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복은 요즘 예복과 생활한복은 물론이고 골프웨어, 등산복, 무예복 등 운동복까지 출시돼 서양복식의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 그러면 한복과 양복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양복과 구별되는 한복의 특징으로 3가지를 든다. 우선, 바지와 소매 품이 상대적으로 넓다는 것. 부드럽게 곡선 처리된 목선과 소매선도 한복의 주요 특징이다.

생활한복에도 유행이 있다. 올해 설은 2000년대들어 처음. 뉴밀레니엄에 맞춰 화려한 색상이 유행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대표적인 생활한복 전문업체 ‘질경이 우리옷’ 연성수 이사의 이야기. “화사한 계통의 색깔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2000년 들어 새롭게 출발하려는 의식이 깔려 있다. 생활한복에도 수채화색 계통의 은은한 자연색이 유행할 전망이다.”

유행의 또다른 형태는 옷에 자수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 전통무늬를 형상화한 자수에 갖가지 의미를 담아 개성을 살린다는 이야기다. 동양적 냄새가 풍기는 무늬가 수놓여진 생활한복은 서구인에게도 환영받는다고 한다. 계절별로도 색상을 달리 고르는 게 좋다. 겨울은 따뜻하면서도 차분한 색, 봄은 화사한 색, 여름은 시원한 색, 가을은 따뜻한 색상이 좋다.


3.000억원대 시장규모, 해외에도 진출

지난해 국내 생활한복 시장규모는 약 3,000억원대. 전국에 걸쳐 300여개 업체가 독자 브랜드를 내고 있다. 이중 메이저 업체는 ‘질경이 우리옷’‘돌실나이’‘우리들의 벗’‘달맞이’‘여럿이 함께’ 등 5~6개. 백화점에 매장을 내고 있는 업체도 있다. 이중 질경이 우리옷은 해외시장 개척에도 상당한 힘을 쏟고 있다.

이달 프랑스 파리 전시회를 비롯해 내년 독일 뒤셀도르프 전시회, 3월 중국 베이징(北京)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거나 계획중이다. 피부건강에 좋은 천연섬유와 쪽(염료)은 서구인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최근 생활한복을 찾는 주 연령층은 30~50대. 젊은층은 캐주얼풍을 선호하고 있다. 생활한복을 교복으로 채택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진주 삼현여고, 부산 가야고, 서울 국악예고, 안동 성창여고, 함평 학다리중학교 등이 현재 교복으로 생활한복을 입고 있다.

전통한복(예복)은 생활할 때 조심스럽고 성가신 점이 많았다. 소파에 앉을 때는 옷이 구겨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했다. 고름과 대님을 매는 것도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생활한복을 이같은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전통미와 실용성을 조화시킨 생활한복의 시대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배연해·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