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는 전통적으로 한국영화가 강세다. 올 설 연휴에는 한국영화와 할리드영화 외에도 일본영화와 스페인영화 등 다양한 국적의 영화가 관객을 잡기 위해 혼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 중에서도 거장 임권택감독이 생애 첫 도전하는 <춘향뎐>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레슬링 영화인 <반칙왕> 등이 ‘구정=한국영화 강세’라는 전통을 잇기위해 나섰다.

그 밖에 일본영화 <철도원> 스페인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 있으며 할리우드 대작 <슬리피 할로우>와 <13번째 전사>, <바이센테니얼 맨>등도 구정 대목을 노리고 개봉된다. 설 시즌 맞춰 개봉하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국민영화 <춘향뎐>

1923년 이후 무려 13번 영화화된 <춘향전>. 1987년 13번째 <성춘향> 이후 13년만에 거장 임권택 감독이 다시 새로운 춘향을 선언하며 14번째 춘향을 탄생시켰다.

지금까지의 <춘향전>이 ‘춘향의 절개가 일궈낸 인간승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임 감독의 <춘향뎐>은 전혀 다르다. 판소리 <춘향뎐>을 그대로 영상에 옮긴 판소리의 영상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춘향뎐>의 뮤직비디오’. 인간문화재 조상현의 판소리와 정일성 촬영 감독의 영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환상적인 감동을 안겨준다.

임권택감독으로서는 필생의 작업인 셈. 임감독은 실제 춘향과 같은 열여섯살짜리 여고 1년생 이효정을 사랑할 줄도 알고 소녀답게 장난기와 부끄러움도 지닌 새로운 춘향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서편제>에서 우리 고유 정서인 한을 표현하면서 짙은 에로티시즘도 보여준 임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춘향과 몽룡이 술상을 앞에 놓고 서로를 희롱한다든지, 춘향이 성과 사랑에 눈떠가는 과정 등을 천연덕스럽게 연출해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영화가에서는 스스럼 없이 ‘국민영화’로 부르며 ‘제2의 서편제’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성공을 꿈꾸는 <반칙왕>

성공하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 내성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의 대비를 통해 운명에 도전하는 남자의 삶을 코믹함으로 잘 버무려 냈다.

주인공 임대호(송강호)는 낮에는 소심한 은행원이지만, 밤에는 난폭한 반칙을 일삼는 레슬러. 얼굴을 가려주는 타이거 마스크 뒤에서야 비로소 자신에게 내재된 야성적인 본성을 만끽한다. 야누스처럼 살아가는 임대호는 여교관 장민영(장진영)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찾는다.


직장을 지키려는 우직한 <철도원>

일본 내에서 450만명을 동원한 화제작. 노년의 철도원 오토는 홋카이도 간이역 호로마이에 젊음과 가족을 바쳤다. 역을 지키느라 딸의 죽음도 지켜보지 못하고 아내가 병원에서 죽어가는 날에도 역을 지켜야 했다.

내한했던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은 “정리 해고가 횡행하던 시절,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얼핏 기성 세대들을 위한 영화같지만 서로가 어려웠던 시절을 담아내 세대를 뛰어넘는 인기를 끌었다.


어머니의 한없는 희생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남자와 여자는 각각의 역할로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세계 영화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흔치 않은 질문과 여장남자를 테마로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한단계 승화시켰다.

아들 에스테판을 잃은 마누엘라는 전 남편 롤라를 찾아 바르셀로나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여장남자 롤라에게서 생명의 꽃과 함께 에이즈를 얻은 수녀 로사를 만나고 아이를 낳다가 죽는 로사의 아들에게서 또다른 모성애를 느낀다.


팀 버튼의 컬트 <슬리피 할로우>

<배트맨> <가위손>의 팀 버튼 감독이 고전에 도전장을 냈다. 1799년 잘린 목을 찾기 위해 작은 마을 슬리피 할로우를 연쇄살인의 소굴로 만들어 가는 호스맨(Horse Man)을 쫓는 경관 크레인의 이야기다.

50년대 호러 영화의 패턴이지만 팀 버튼의 개성이 곳곳에서 ‘출몰’한다. 도입부의 할로윈 호박 마스크 허수아비는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호스맨의 추격신은 버튼 감독이 다음 번엔 액션영화에 도전해도 좋을성 싶게 긴박감 넘친다.


고대의 영웅이야기 <13번째 전사>

마이클 클라이튼의 <시체를 먹는 자들>을 <다이 하드>의 존 맥티어넌 감독이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선택해 만든 영화. 음유 시인 아메드(반데라스)가 경험한 끔찍한 전쟁과 신비한 문화적 경험들을 어드벤처물로 만들어 냈다.

북구 작은 나라 불바이의 젊은 왕 불위프는 정체불명의 괴물로 공포에 떨고 있는 이웃 오스가르 왕국을 도우려 자신을 포함한 열세명의 전사를 모집한다. 몸과 몸으로 부딪히는 결투신이 그 어느 특수효과보다 절묘하다.

오태수·일간스포츠 연예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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