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은 나의 아들 봉규야,

엄마는 너를 보내고 단 일분도 너를 잊을 수 없구나.

그렇게도 착하고 선량하고 믿음직스럽던 너였기에 너를 생각할 때마다 엄마는 호흡이 멎을 것만 같구나.

마지막까지 그 고통 속에서도 엄마를 염려하여, “엄마 나 괜찮아. 걱정하지마”하던 의젓한 그 모습, 도저히 잊어버릴 수가 없어 미칠 지경이다.

너만 올 수 있다면 엄마는 어떤 일이든 무슨 일이든 다 할거야.

나의 사랑하는 봉규야,

하늘 나라에서도 너의 그 넉넉한 마음과 사랑을 베풀고 항상 아픔이 없는, 즐겁고 편안한 시간들이 되길 이 엄마는 항상 기도할께.

잘 있어, 나의 아들 봉규야. -눈물의 편지중에서

인간은 죽음앞에서 철저히 무력하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죽음앞에서 솔직해진다. 생전에 아무리 악명이 높았던 사람이라도 일단 그가 생명의 경계선을 넘어선 인물이 되면 유족이나 친구들에게는 애절한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삶의 저편으로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눈물의 편지(넥서스)’와 ‘가짐없는 큰 자유_빈민의 벗, 제정구의 삶’이 그 것이다.

‘눈물의 편지’는 망자들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경기 고양군 용미리와 벽제의 서울시립 ‘추모의 집(납골시설)’을 찾은 유가족들이 고인을 그리워하며 남긴 ‘조각 편지’들을 묶어 펴낸 책. 3,000통의 편지중 193통을 소설가 김주영, 송복 연세대 교수, 시인 신달자씨 등이 골라냈다.

‘눈물의 편지’는 책 제목 만큼이나 읽는 이의 눈물 샘을 자극한다. ‘당신의 향기가 무척이나 그립소…’로 시작되는, 죽은 아내를 못 잊는 남편의 편지부터 ‘얘야, 이제 이 애비 에미가 웃고 먹고 자는 것 조차 미안할 따름이구나”라고 끝맺은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에 이르기까지, 책에 수록된 각각의 편지에는 애절한 사연이 담겨있다. 송복 교수는 편지들과 함께 실린 ‘추천의 글’에서 “편지들을 처음 정리할 때, 내 아내는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환갑도 지나고 진갑도 지낸 할머니가 아무리 그치려 해도 그쳐지지 않고 눈물이 끝없이 흐른다고 했다”고 밝힐 정도다.

‘가짐없는 큰 자유_빈민의 벗, 제정구의 삶’은 1999년 2월 폐암으로 숨진 고 제정구 의원을 기리기 위해 ‘제정구를 생각하는 모임’이 펴낸 책이다. 이 책은 1997년 3월 생전의 제정구 의원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정리한 자전적 에세이집을 양요환, 손학규, 유홍준 등 고인의 평생 친구들이 1주기를 맞아 다시 책으로 꾸민 것이다.

1944년생인 제의원은 그의 책에서 “내가 기억하는 첫 영상은 8.15해방과 관련된 희미한 영상”이라고 밝혔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인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달려드는 순경들의 말발굽에 어머니가 쓰러지는 무서운 느낌의 영상이 세상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이라고 적었다. 이 책에는 한국전쟁, 4.19혁명, 박정희 독재정권 등 한국 현대사의 큰 사건들과 빈민운동가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하는 그의 삶의 궤적이 담겨있다.

‘제정구를 생각하는 모임’은 머리말을 통해 고 제정구 의원의 책이 두 번째로 출간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제정구 선생은 1년전 급작스럽게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헌신적인 삶이 그의 건강을 그렇게 해치고 만 것이다. 제정구의 죽음, 그 것은 온 국민과 민족에 큰 슬픔을 안겨 주었다. 옛 성현이 말하기를 세상이 그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비로소 그의 참 모습이 보인다고 했는데, 제정구 선생이야말로 세상을 떠나고 나니 그 큰 빈자리를 우리는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심정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이 벌어지는 세태에서 국회의원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세인의 존경을 받았던 고 제정구 의원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조철환·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