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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연예 비즈니스] ‘돈’과 ‘감(感)’의 벤처사업, 대중 가요 스타만들기

성공확률 1%, 터지면 대박나는 고위험 고수익의 머니게임

오빠 부대의 환호와 절규, 쏟아지는 휘황찬란한 조명속에 휩싸여 있는 스타들. 화려하게만 보이는 이 아이돌 스타의 대부분이 음반 기획사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한다면 팬들은 실망하게 될까?

흔히 음반 기획사들은 자신의 작업을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자살특공대 ‘가미가재’에 비유한다. 전쟁터로 내보낸 100명의 ‘전사’(가수)중 단한명 살아남아도 성공이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혹자는 이것을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벤처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많은 젊은이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국내 음반 업계를 해부한다.

한 중소 음반기획사 대표인 K씨(35). 올해로 만 10년째 가수 매니저 생활을 해오고 있는 그는 최근 2~3년간 심한 맘고생을 했다. IMF 한파로 음반시장이 위축돼 시중에 선보인 음반이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솔로 가수 한 명을 공들여 키우고 있지만 과연 히트를 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6개월여간 수천만원을 들인 정성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버리고 만다.

그는 예전 한때 ‘대박’을 터뜨린 선례가 있는데다 나름대로 이 업계에서 인맥을 유지하고 있어 아직 ‘실탄’(자금)을 지원받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연습실이 딸린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차도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탄다. 내실은 어쩔지 몰라도 외형적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은 되어야 인정받는 이 분야의 속성상 부담이 되는줄 알면서도 지출 규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마저 실패할 경우 자금 공급원인 레코드사와의 관계에도 금이 갈 수 있어 사할을 걸고 일에 매달리고 있다. 가수와 함께 새벽까지 연습하며 밤을 샐 때가 다반사다. 뮤직비디오 제작, 홍보, 방송사 섭외 등 제반 준비를 하느라 개인 생활은 접어둔지 오래다.

K씨가 이처럼 인생을 걸고 매진하는 것은 ‘한번만 성공하면 그간의 부진을 단번에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바로 이런 매력이 한번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대중예술 벤처사업가”

국내 음반업계 종사자들은 스스로를 ‘대중 예술 벤처 사업가’라고 부른다. 최근 유행하는 인터넷 벤처 비즈니스와 유사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비록 성공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일단 어느 궤도까지만 오르면 큰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 더구나 젊은이 사이에서 연예인을 동경하는 사회 분위가가 팽배해 있어 쓸만한 인재를 고르기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댄스 음악이 대중가요의 주류로 떠오른 1990년부터 국내 음반업계는 기획사에 의해 주도돼 왔다. 팬들이 열광하는 톱가수들은 대부분 음반 기획사가 치밀한 계획하에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다. 현재 인기 정절인 조성모, H.O.T, S.E.S, 젝스키스, 핑클 등도 모두 음반 기획사가 멤버 구성에서 장르 선택, 작사·작곡, 안무, 의상, 코디, 홍보·기획, 제작 등 전과정을 주관해 선보인 팀들이다. 가수의 의지나 성향 보다는 제작 당시 가요계의 흐름이나 기획사의 제작 의도에 따라 모든 컨셉이 정해진다. 어떻게 보면 가수들은 기획사가 짜 놓은 틀안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음반 기획사의 첫 단계는 신인 발굴이다. 보통 음반업계 선·후배나 지인으로부터 소개받거나 전문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 가수 지망생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또 대학로나 롯데월드, 강남과 신촌 일대를 돌며 인재를 ‘헌팅’하거나 백댄서 출신중에서 재능이 있는 사람을 뽑기도 한다. 모 기획사 매니저의 경우 아예 학교나 학원 주변에 진을 친 채 예비 가수를 선발하기도 한다.


외모에 가창력·춤솜씨 고루 갖춰야

최근 가수 선발의 첫번째 조건은 외모다. 영상 매체 시대에 걸맞게 참신하면서도 깔끔한 용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고 단지 이목구비가 반듯한 미인·미남형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N세대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최고 인기 가수인 조성모도 데뷔 초기엔 평범한 외모 탓에 몇몇 기획사로부터 딱지를 맞은 적이 있을 정도다. 외모 다음이 가창력과 춤솜씨다.

그리고 여기에 소위 ‘끼’라는 것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과거 경력이나 학벌 같은 외부 조건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면 가수와 기획사의 계약이 이뤄지고 본격적인 앨범 제작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앨범이 나오기까지는 기획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6개월에서 1년여의 기간이 걸린다. 제작 비용도 댄스그룹이냐, 솔로냐에 따라, 기획사의 자금동원 능력과 기획 규모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데 보통 1억~2억원이 들어간다. 고정 비용으로 스튜디어 사용료가 약 3,000만~5,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작곡·작사비 2,000만~3,000만원, 안무비 1,000만원, 자켓디자인비 500만원, 그외에 의상과 코디 비용, 숙박비 등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최근에는 뮤직 비디오가 인기 여부를 좌우하는 큰 변수로 떠올라 제작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뮤직 비디오는 최하 5,000만원에서 수억원에까지 천차만별이다. ‘가시나무’로 밀리언 셀러의 대열에 오른 조성모의 스페셜 앨범 ‘조성모의 클래식’은 뮤직비디오 제작에만 무려 1억5,000만원을 쏟아부은 작품이다. 실제로 제작비가 두배 이상이 높아진 것이다.


10만장 이상 팔려야 본전

음반 기획사들은 이런 엄청난 비용을 투입된 앨범이 시중에서 약 7만~8만장 정도는 팔려야 손익분기점에 다다른다고 말한다. 고가의 뮤직비디오를 만들 경우에는 제작비가 올라가게 마련이어서 댄스 그룹은 20만장, 솔로는 10만~15만장은 팔려야 간신히 본전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앨범은 기껏해야 1만~3만장 수준을 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조성모나 H.O.T처럼 100만장이 넘는 밀리온 셀러가 될 경우에는 기획사와 가수에게 큰 돈이 돌아간다. 보통 기획사에는 10억~15억원, 가수에겐 약 5억~6억원 이상의 인세 수입이 주어진다. 여기에 CF와 각종 행사 수입도 동반 상승하게 돼 실제 수입은 이보다 훨씬 늘어난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지는 것이다.

1997년을 기준으로 세계 음반시장의 규모는 약 35조원에 달한다. 이중 국내 음반시장은 4,160억원으로 세계 18위에 해당할 만큼 큰 시장이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음반사는 150개사, 기획·제작사는 170여개사로 총 320여개에 달한다.

라인음향, 예당음향, 동아기획, 레볼루션 No.9, 서울인프로덕션, SM엔터테인먼트, GM기획 등이 참신한 기획력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곳이다. 하지만 아직 상당수 기획사가 매니저 한두명으로 구성된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기일변도 벗어나 교육적측면 고려돼야

젝스키스의 매니저인 김기영(25·대성기획)씨는 “시중에 선보이는 앨범은 연간 1,000장을 넘지만 이중 성공하는 경우는 불과 10장도 안된다”며 “성공의 대가가 큰 만큼 실패할 위험도 높은 것이 음반업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일간스포츠 연예부 가요담당 정교민기자는 “최근 들어 자금과 기획력을 갖춘 젊은 기획사들이 대거 이 분야에 진출하는 바람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능력보다는 인맥과 연줄이 중시되는 속성 때문에 신진 기획사들이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요즘 팬클럽은 예전의 오빠부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비난하는 대상에 대해선 그것이 경쟁 가수이든, 언론이든 직접적인 협박과 위해를 가할 정도로 집단적이고 맹목적이다.

이것은 청소년에 미치는 대중 스타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팬들은 스타에 열광하지만 그 스타를 만드는 것은 음반 기획사이다. 이제 음반 기획사도 단순히 인기 일변도에서 벗어나 한번쯤 우리 청소년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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