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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연예 비즈니스] 꿈만 먹고 사는 신인가수

영세한 기획사, 인세는 '남의 얘기'

중견 가수 A씨(32·여)는 1990년 초의 데뷔 시절을 생각하면 아직도 설움이 복받친다. 당시 무명이었던 그녀는 데뷔 앨범이 발라드 열풍을 타고 인기를 끌기 시작해 무려 40만장이 넘게 팔리는 히트를 쳤다. 사람들은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에, 호화 의상을 입고 다니는 그녀가 상당한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실제 그녀는 신림동의 한 연립주택에서 사글세로 살고 있었다. 인기 절정이었던 그녀가 받은 돈은 행사와 CF 출연료로 받은 것의 20~30%가 전부였다. 의상은 매니저가 대여해 온 것이고 차도 레코드사에서 빌려준 렌트카였다.

그녀의 앨범 판매로 생긴 수입은 레코드사와 기획사가 반씩 나눠 가졌다. 앨범이 20만장 이상 팔리자 레코드사가 약간의 보너스를 지급한게 고작이었다. 결국 그녀는 매니저와 법정 싸움까지 벌인 끝에 결별했다.


“막대한 비용소요, 인세는 못준다”

연예계에서 ‘히트는 곧 돈’으로 직결된다. 일정 궤도에 오른 스타급 가수의 경우 앨범 인세와 각종 행사 참가 수입, 그리고 CF 출연료 등으로 상당한 고소득을 올린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밤무대가 수입의 큰 몫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트로트나 무명 가수외에는 아예 무대에 서질 않는다.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일류 가수 음반의 경우 레코드사가 한장당 보통 카세트는 1,500~1,600원, CD는 3,700~4,000원 내외의 인세를 기획사에 지불한다. 이것을 가수와 음반 기획사가 스타의 경우 6(가수):4(기획사)나 5:5로, 무명의 경우 4:6에서 3:7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신인 가수의 경우에는 이보다 휠씬 박하다. 일반적으로 음반 기획사가 자체 발굴한 신인의 경우 1집 앨범 제작에 앞서 대략 500만~1,000만원의 계약금만 주고 2~3년간 전속 계약을 한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신인에게 첫 데뷔 앨범의 인세는 안주는 것이 이 바닥의 오랜 관행이다. 물론 예상외로 앨범 판매가 잘 돼 손익분기점인 10만장 이상을 넘길 경우엔 500만~2,000만원 가량의 위로 보너스가 지급되기도 한다.

한 기획사 매니저는 “음반 제작은 약 1억~2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모험사업이라 기획사 입장에선 제작비와 위험 부담율을 제하고 나면 대히트가 나지 않는 한 인세를 주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약자인 신인 가수에게 불리한 계약이 되는 수가 많다. 그래서 히트가 났을 경우 가수와 음반 기획사간에 인세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얽히고 설킨 ‘먹이사슬’

가수와 매니저가 이런 불평등 계약을 하게 되는 것은 음반 제작 비용이 대부분 레코드사의 ‘마이킹’(일본어 前金에서 유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마이킹’이란 레코트사가 새 앨범을 제작하라는 조건으로 음반 기획사에게 주는 일종의 가불이다.

국내 음반 기획사들은 대부분 매니저 출신들이 만든 소규모 개인회사들이어서 매우 영세하다. 따라서 자금이 넉넉한 레코드사로부터 제작비를 선불 형식으로 지원 받는다. 일반적으로 레코드사는 하나의 앨범을 제작하는 조건으로 6개월마다 약 5,000만원씩 총 1억~2억원을 기획사에 빌려준다. 그런 후 앨범이 나와 시중에서 판매되면 인세 형태로 조금씩 제해 나간다.

레코드사는 보통 4~5개의 중소 기획사를 선정, 이같은 ‘마이킹’을 해준다. 음반업계가 유달리 인맥이 좌우하는 곳이라고 하는 연유가 여기 있다. 물론 SM엔터테인먼트나 GM기획 같은 대형 기획사들은 ‘마이킹’없이 자체 비용으로 제작한다. 이런 고리로 이어져 있어 신인가수의 1집 앨범에서 인세를 준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김건모 조성모 신승훈 같은 초대형 가수들은 10억원대의 선불을 받고 앨범을 찍기도 한다. 하지만 유명가수와 무명의 차이가 그 어느 곳보다 심한 곳이 바로 이 바닥이다.

하지만 성패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곳은 방송국이다. 아무리 좋은 음반이 나왔다 하더라도 방송을 타지 못하면 그냥 사장되고 만다. 가수는 물론이고 기획사, 레코드사가 가장 신경써야 할 곳이 바로 방송국의 담당 PD다. 자연히 로비가 없을 리 만무하다. 몇년전 방송계를 발칵 뒤집었던 PD 비리 사건도 바로 이런 먹이사슬에서 비롯된 것이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방송계 스타들. 하지만 그들의 뒷편에는 이처럼 먹이 사슬이 형성되어 있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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