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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공천 역풍에 총선구도 뒤죽박죽

정치권에 공천 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4·13총선 구도를 뿌리부터 흔들어놓을 정도로 위력적인 바람이다.

바람의 중심은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불이익을 당한 한나라당 비주류다. 김윤환 고문(경북 구미), 이기택 전총재대행(부산 연제), 신상우 국회부의장(부산 사상) 등 공천에서 탈락한 비주류 중진과 서울 종로 공천을 반납한 조순 명예총재 등 4인은 2월20일 저녁 회동, 신당을 창당키로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김광일 전청와대비서실장도 부산 해운대·기장을 공천을 반납하고 신당창당대열에 합류했다.

이제 관심은 이들의 창당 움직임이 기존의 3당구도를 바꿀 수 있는 제4당으로 발전할지에 모여지고 있다. 여기에는 몇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한나라당 공천내용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YS(김영삼 전대통령)가 이들의 신당창당 움직임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가 관건이다.

YS는 최근까지 공천내용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않고 있다. 그는 신상우 부의장, 김광일 전비서실장, 박관용 의원 등이 찾아갔을 때도 입을 다물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김 전실장이 공천반납과 탈당의사를 밝혔는데도 이를 말리지 않은 것은 공천내용에 대한 강한 불만표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일부 민주계 인사들은 “김 전실장이 ‘상도동 학살’이라고 하는데 칼 맞은 상도동계가 누구냐”며 김 전실장이 ‘오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YS가 이회창 총재 1인체제 강화로 자신의 영향력이 약해진다고 판단, 이총재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설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YS가 한나라당 비주류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경우 제4당의 창당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YS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에 앞서 부산·경남지역의 여론동향을 살피기 위해 전술적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 비주류 제4당 창당 급물살, YS움직임도 변수

한나라당 비주류가 추진중인 신당창당에 또하나의 변수는 기존의 ‘미니 신당’세력과의 연대 여부다. 비주류 신당측은 ‘영남지역당’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김용환 의원 등이 추진중인 ‘희망의 한국신당’, 장기표 신문명연구원장의 ‘새시대 개혁당’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또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상현 의원 등 민주당 이탈세력과 손잡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총선까지의 시간이 촉박해 정가의 여러 세력을 묶는 신당창당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비교적 동질성이 높은 한나라당 비주류를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한 뒤 다른 미니정당과는 느슨한 연대를 표방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론도 한나라당 비주류의 신당출현에 중요한 변수다. 이들의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도태되어야 할 ‘퇴물의 몸부림’ 정도로 받아들여지면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서의 제4당 출현은 힘들어진다. 한나라당 주류와 비주류측이 치열한 대국민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한나라당 주류측은 물갈이 차원의 ‘개혁공천’성격을 부각시키면서 “국민은 절대 도태되어야할 퇴물의 반개혁적 반발에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비주류측은 이번 공천을 “개혁을 빙자해 이회창총재 1인 지배체제 강화를 노린 사천(私薦)”이라고 비난한다. 밀실공천에 대해 일고 있는 여론을 타려는 의도다. 비주류 신당측은 자신의 ‘구태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서는 참신한 인물을 간판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수성 민주평통수석부의장 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측이 대구·경북권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강재섭 의원의 합류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만 강의원은 한나라당 잔류를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천 후유증은 강도가 좀 약하지만 민주당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서대문 갑 공천에서 탈락한 김상현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나를 버렸다”면서 비주류라는 이유로 핍박받는 자신의 처지를 강조하고 있다. 김의원은 무소속 출마나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적극 모색중이다.

호남권에서는 민주당 공천탈락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인사가 속출하고 있다. 이강래 전청와대정무수석(전북 남원·임실), 박태영 전산자부장관(전남 담양·장성·곡성), 이재근 전의원(전남 나주), 장현 호남대교수(전남 함평·영광), 강운태 전내무장관(광주 남구) 등이 대거 무소속 출사표를 던저 민주당 텃밭을 위협하고 있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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