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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테러 급증] '해킹 박멸'에 팔 걷은 미국

FBI 전면수사 불구, 해킹은 계속 늘어

“그 녀석앞에 키보드를 두는 것은 알콜 중독자 앞에 술을 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아메리카온라인(AOL)의 내부 컴퓨터망에 침투했다 징역 5년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제이 사피로(19)를 두고 그의 보호관찰인이 한 말이다. 재판부는 당시 사피로의 컴퓨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일이나 공부 목적은 예외로 인정했다.

하지만 사피로는 어머니가 컴퓨터를 못 만지게 하려고 차 안에 숨겨 놓으면 차 문을 부수고라도 컴퓨터를 빼내 사용하는 등 편집광적인 애착을 버리지 못했다. 결국 그에게 일체의 컴퓨터 접근 불가 판결이 내려졌다. 해킹의 마력, 혹은 중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전면 수사에도 불구하고 해킹은 계속되고 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해킹 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고위 관리와 컴퓨터업계 대표 등을 소집한 2월 15일 밤 미 교통부의 인터넷 웹사이트가 해킹당했다. 같은 날 남미 페루에선 해커들이 전국선거진행사무소(ONPE) 웹사이트에 침입, 대통령선거(4월9일) 투표관리요원들의 명단을 바꿔놓았다. 선거정보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수사 1주일사이 해킹 4배 증가

FBI는 유명 인터넷 사이트 피습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 1주일사이 해캥이 4배 가까이 증가해 2월 17일 현재 수사건수가 17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정보담당관 휘트필드 디피에는 “앞으로 다양한 종류의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백악관 대책회의에도 참석한 그는 “컴퓨터 보안은 수년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FBI의 수사 역시 유력 용의자 3명을 포함해 조사대상이 7~8명으로 압축되고 있으나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루이스 프리 FBI국장은 상원 법사위(2월 16일) 서면 답변을 통해 “해커들이 가짜 인터넷 주소를 사용해 추적이 어렵지만 조사대상을 7~8명선으로 압축했다”며 “해킹과 관련한 수사 단서 수백건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워싱턴포스트(16일자)는 FBI가 용의자 3명의 신원을 확보, 곧 신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온라인 ID ‘쿨리오’를 비롯, ‘마피아 보이’로 통하는 캐나다 국적의 10대, 인터넷 채팅과 e-메일로 해킹을 자랑하다 수사선상에 오른 제3의 남자 등을 용의자라고 전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는 너무 앞서가는 듯하다. 안티온라인(www.antionline.org)의 브라네세브치는 야후 등이 서비스거부 공격에 무너진 이후 “60명 이상이 ‘그건 나요’ ‘누가했는지 나는 안다’며 떠들고 있다” 고 말했다.

자칭, 타칭의 혐의자는 많지만 관련 진술이나 근거들이 모순되기 때문에 범인을 붙잡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재닛 리노 미 법무장관도 상원 법사위에서 수사의 어려움을 시인했다. 리노 장관은 “(해킹 방지 장비는) 설치하기도 전에 퇴물이 되고 있으며 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예산증액을 요구했다.


일본방위청 ‘사이버 부대’창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유명 인터넷 사이트의 해킹을 계기로 관련 기구 신설안 등을 발빠르게 내놓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사이버보안연구소 설립을 제안했고, 일본 방위청은 사이버 테러에 대처하기 위해 ‘사이버전(戰) 부대’를 창설키로 했다.

하지만 사건 초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던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해킹사건은 ‘경종’이었을 뿐 일본의 진주만 폭격 처럼 파괴적인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의 성공에 따르는 대가의 일부로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불안을 느낄 문제는 아니다” 고 한발 물러섰다.

이같은 여유가 정부의 역할이 제한돼 있다는 뜻인지, 감수해야 할 ‘통과의례’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인지, 아니면 온라인 거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 해소책인지 분명치는 않다. 그 답은 사이버공간에서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해커들이 줄 것으로 보인다.


정희경·국제부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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