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럽 메이커 가세, 자동차시장에 외국차 바람

한국 경제가 IMF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일까. 2000년 초반부터 승용차 시장에 ‘외국차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기존의 수입차 판매업체는 물론이고 수입선 다변화조치의 해제로 한국 상륙을 노리고 있는 일본 업체와 외환위기로 철수했던 일부 유럽 메이커까지 가세,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외국업체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설 태세이다. 게다가 올 5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수입차 모터쇼가 열릴 예정이다.

올들어 외국 업체중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BMW. 지난해 수입차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했던 BMW 코리아는 올해 세계 최상급 모델들을 투입할 예정이다.

BMW는 2월19일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신차발표회를 갖고 수입차로는 최초로 디젤엔진을 장착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Td5’를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디스커버리 시리즈에 신형 디젤 ‘Td5’엔진을 얹은 4륜구동 차량으로 경제성과 환경친화성을 모두 갖춘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르스텐 엥엘 BMW 코리아 사장은 이날 발표회에서 “디스커버리 Td5는 디젤차량이므로 등록세와 유지비에서 경쟁차종보다 훨씬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배기가스 측면에서도 오히려 가솔린 차량보다 환경친화적”이라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Td5는 2개 모델로 나뉘는데 XS모델은 5,690만원, ES모델은 6,290만원이다.

이밖에도 BMW는 영화 ‘007 언리미티드’에서 본드 카로 등장한 ‘스포츠 로드스터 Z8’를 6월에, 지프형 RV인 X5와 스포츠버전 M3를 하반기에 수입할 예정인데 두 차종 모두 1억원 이상의 고가모델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는 수입차 시장의 베스트 셀러였던 스트라투스 2000년형(2,490만~2,900만원)을 새 천년 첫 판매모델로 내놓았다. 2000년형 스트라투스는 2.0L과 2.5L의 두 가지 모델인데 차량 크기는 같으며 각각 2,500㏄, 24밸브 SOHC V-6엔진과 2,000㏄, 16밸브 직렬 4기통 엔진을 갖추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 웨인 첨리사장은 “스트라투스는 네 바퀴의 위치를 자동차 코너쪽으로 최대한 확장시키고 자동차 앞뒤 유리를 최대한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캡 포워드(Cab Forward) 디자인을 적용, 운전하기가 편안한 차로 꼽힌다”며 “올해 판매목표는 약 150대”라고 말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또 3월에는 다목적 스포츠카인 그랜드 체로키(4,694만~5,870만원)와 고급 스포츠세단 300M 3.5(5,282만원)를 수입 판매한다. 또 7월께는 소형 RV인 PT 크루저를 내놓을 예정이다. 2.0리터 16밸브 엔진을 얹은 이 차는 외관은 소형차 스타일이지만 내장은 대형차에 버금가는 넓은 공간과 기능성을 갖고 있다.

볼보 코리아 역시 S80 2.4(6,490만원)와 S70 2.4(5,450만원)및 V70 2.4(5,450만원) 스페셜에디션(SE) 등을 앞세워 1월부터 본격적인 판매공세를 펼치고 있다. 볼보 코리아 이진오 차장은 “S80 시리즈는 볼보 역사상 최대 금액이 투자된 초현대적 공정의 플랫폼에서 개발, 1998년말 세계 시장에 발표됐는데 미 연방고속도로교통안전국의 최고안전등급을 받는 등 뛰어난 안전성이 장점인 승용차”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볼보가 내놓은 S80 2.4는 S80 시리즈 차종중 최신형이다. 강력하면서도 소형인 직렬 5기통 DOHC엔진을 장착하고 있으며 자동 5단 변속기는 운전자의 스타일에 따라 기어가 자동으로 변속되는 인공지능 퍼지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볼보 코리아는 “S80 2.4는 노면상태나 기상상태에서도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2,000㏄급의 중형차에 중점을 뒀던 사브 코리아도 올해부터는 고급·대형승용차 모델을 새로 내놓았다. 즉 지난해 11월에 출시한 9-5 왜건형(5,200만원)에 이어 9-5 2.3TS Aero모델(6,820만원·2월)과 9-5 3.0V 6T모델(가격미정·5~6월)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이 모델들은 모두 사브가 생산하는 차종중 최고급 모델들로 최고의 편의장치를 갖추고 있다.

대우자동차 인수를 모색하고 있는 GM코리아 역시 승용차 판매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GM 코리아가 올 상반기에 내놓을 신형 모델은 캐딜락 스빌 2000(Cadillac Seville 2000)과 캐딜락 드빌 2000(Cadillac Deville 2000).

특히 캐딜락 드빌은 캐딜락 고유의 중후한 스타일과 안락한 승차감을 강조한 모델로 야간 주행시 원거리 시야를 획기적으로 확보해주는 ‘나이트 비전(Night Vision)’기능을 채택한 GM의 야심작이다. GM코리아의 국내 홍보대행사인 KPR은 “출시가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9,000만원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스포츠 카)를 수입 판매하는 한성자동차 역시 2000년형 신모델을 수입 판매할 예정이다. 우선 메르세데스-벤츠는 뉴 S클래스중 최고급 모델인 벤츠 뉴 S600모델과 최고급 리무진 모델인 S클래스 풀만(S-Class Pullman)모델을 단계적으로 수입, 시판할 계획이다. 또 포르쉐 차종은 이미 지난 1월부터 포르쉐 박스터 2.7L 모델과 포르쉐 911 카레라 쿠페를 공식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한성자동차는 “올해 판매목표를 600대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조철환·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