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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이 기업풍토를 바꾼다] 효율적 경영이 돈을 부른다

장사 잘하는 외국기업, 국내기업에도 '본보기'

‘65대 40’

농구경기 점수같지만 실제로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실력차이를 나타내는 수치다. 불행하게도 ‘65’는 외국 기업을, ‘40’은 국내 기업을 가리킨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상반기중 123개 외국인 투자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6.5%로 국내 기업(4.0%)보다 2.5%포인트 높았다.

즉 외국 기업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중 1,000원의 매상을 올리면 65원을 이익으로 남기는 반면 국내 기업은 40원밖에는 남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의 실력 차이는 수익성 측면에만 그치지 않는다. 외국 기업은 재무안전성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을 압도한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1999년 6월말 현재 외국 기업의 부채비율은 151.9%로 국내 기업(250.9%)에 비해 훨씬 건전한 상태이다.


재무구조 개선노력에 박차

더욱 심각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노력. 국내 기업보다 부채비율이 훨씬 우량한 외국 기업이 오히려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국은 “1999년 6월말 현재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 및 차입금 의존도 격차는 각각 107.1% 포인트와 12.2% 포인트로 1997년말(각각 89.3% 포인트, 4.9% 포인트)보다 오히려 늘어나 외환위기 이후 외국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똑같이 한국에서 장사하는데 왜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걸까. 전문가들은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실력차이는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보다 건실한 재무구조와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펴낸 ‘외국기업 국내진출 본격화의 파장’라는 자료에서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이 인수한 국내 기업은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결재단계가 축소되고 경영투명성이 높아지는 등 기업경영이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1998년 7억2,000만 달러를 들여 삼성중공업 중장비 부문을 인수한 볼보의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과 책임·권한의 명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즉 과거에는 사장이 참석하는 임원회의때 부서원이 배석, 회의를 보조했으나 볼보가 인수한 뒤에는 배석자 없이 사장과 담당 임원만이 참가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또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정해 불필요한 간섭을 최소화했다.


경영투명성 확보 등으로 효율성 높여

역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과 1998년 7월 각각 경영권이 외국 자본으로 넘어간 코리아제록스와 흥농종묘도 경영권 변동과 함께 경영방식이 완전히 바뀐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대주주인 동화산업이 부도가 난 코리아제록스를 인수한 후지제록스는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결재라인을 과감하게 축소시켰다.

직급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되던 경영정보를 모든 직원에게 공개하는 한편 사장이 직원에게 직접 e-메일을 송부했다. 또 7단계였던 결재단계를 3단계로 축소시켰다. 이에 따라 과거 대리→과장→부장→임원→사장을 거쳐 최소 5일이 걸렸던 외국 연수대상자 선정을 담당 팀장이 단 10분만에 결재할 수 있게 되었다.

오너의 독단경영과 그에 따른 부동산투자 실패로 경영권이 세미니스에게 넘어간 흥농종묘의 경우는 경영진의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정착시켰다. 또 책임을 중시해 모든 안건을 문서화·예산화하는 한편 철저한 성과급제를 도입, 그동안 100% 연공급이던 급여체계를 인사고과에 따라 연봉이 25%까지 차이가 나도록 만들었다.

이와 관련, 서울대 이동기 교수는 “외국인 투자기업은 부채비율을 150% 이하로 낮추고 이익중심 경영, 효율적 경영관리시스템, 성과중심적 인사관리 등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에게 기본에 충실한 경영관행을 전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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