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비치로 2년만에 스크린 컴백

슈퍼마켓 랄프 클럽의 서할리우드 지점. 모자와 안경을 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26)가 쇼핑 카터를 밀고 나타났다. 유럽처럼 파파라치들이 몰려오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귀찮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아요? “아주 가끔. 나도 랄프에 쇼핑을 다니는 여느 사람과 다름없잖아요”

그의 말처럼 디카프리오의 지갑에도 랄프 클럽 할인카드가 들어 있다. 영화 한 편으로 2,000만 달러를 번 그가 그 카드를 사용할까. “이 카드로 40달러 이상을 절약해요”

16세때 학교를 그만두고 영화판으로 들어와 미국의 신세대 우상으로 떠오른 디카프리오. 그도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를 때 이것 저것 따져 쉽게 결정을 못내리는 한 젊은이었다.

디카프리오가 2년만에 새 영화 ‘비치(The Beach)’로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1998년 ‘아이언 마스크’와‘타이타닉’으로 확고한 스타덤에 올랐던 그는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비치’로 전세계 영화 팬들을 다시 찾은 것이다.

디카프리오는 ‘비치’를 선택하는데 오랜 시간을 망설였다고 한다. ‘타이타닉’이 공전의 히트를 친뒤 다음 작품을 고르면서 디카프리오는 100여개의 대본을 읽고 그중 6개를 최종 후보로 올려놓았으나 ‘비치’로 확정하기까지 1개월여를 망설였다고 보일감독은 전했다. 디카프리오가 출연했던‘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인 바즈 루맨도 “디카프리오를 설득하는 것은 큰 고역”이라고 말했다. 디카프리오 자신도 “나는 우유부단하고 그것은 나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털어놓았다.

디카프리오가 ‘비치’를 선택하게 된 것은 알렉스 가랜드의 원작이 그의 세대에 호소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 그는 “우리 세대는 쟁취해야 할 아무 것도 없었고, 그래서 무언가 다른 것을 끊임없이 추구했다. 모든 것이 편리한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기대를 훨씬 벗어나는 어떤 것이다. 리처드(‘비치’에서 디카프리오의 역)는 TV와 전자오락에 중독된 내 세대의 전형적 인물로 대자연 속 혁명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그의 여행은 바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치’는 태국의 한 섬을 낙원으로 만들려는 젊은이들의 꿈과 좌절을 그린 영화로 감독인 보일에게 세차례나 캐스팅됐던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을 원했지만 디카프리오때문에 희망을 접어야만 했다.

‘비치’에서 시종 웃통을 벗고 나오는 디카프리오는 로맨틱한 청년과 반항아적 이미지, 서서히 미쳐가는 사이코 캐릭터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으나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디카프리오의 행보는 여전히 세계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3월에 촬영에 들어가는 마틴 스코세지의 ‘뉴욕의 갱들’에 대비해 헬스클럽에서 몸만들기에 열심이다. 또 내년 개봉예정인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에서 10대 시절 아나킨 스카이워커역을 맡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으며 프란시스 코폴라의 ‘대부2’에서 주연을 맡느냐를 두고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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