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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

'울타리' 넘어 세계로 간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는가.

한국 영화의 위세가 대단하다. 가히 단군 이래 최고의 기세다. 국내에서만 떠드는 우물안 개구리의 수준이 아니다.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를 향해 힘찬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해 한국 영화는 국내 시장에서 객석 점유율 41%를 기록했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에 가장 극성적으로 맞서고 있는 프랑스도 기록하지 못한 수치다. 그동안 제왕처럼 군림했던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 영화를 피해 개봉일을 잡는 통쾌한 현상도 지난해 처음 생겼다. 국내 영화시장에선 이제 한국 영화가 메이저인 셈이다.

국내뿐 아니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이미 한국 영화는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견고한 각국의 배급 구조를 뚫지 못해 빛나는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의 영화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쉬리' 일본서 폭발적 인기

대표 주자는 ‘쉬리’다. ‘쉬리’는 현재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조차 이변으로 받아들일 정도다. 출발은 미미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쉬리’는 도쿄를 중심으로 16개 극장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뜨거운 반응에 놀란 일본쪽의 요청에 따라 ‘쉬리’의 개봉관은 차츰 늘어났고 2월 중순 현재 전국 91개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2월 중순 현재 ‘쉬리’를 본 일본 관객의 숫자는 50여만 명. 극장 숫자가 120여개로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에 100만 관객 돌파는 쉽게 이뤄질 전망이다. ‘쉬리’의 제작사인 ‘강제규 필름’에선 ‘총 3개월 상영, 150만명 동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 50만 관객을 기록했다는 것은 지난해 이후 개봉된 영화 가운데 15위 수준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할리우드산 SF 영화 ‘매트릭스’로 220만명이었다. ‘쉬리’에 대한 반응이 어느 정도인지 역설적으로 확인해준다.

‘쉬리’의 일본 수출가는 1억5,000만 엔. 추가 수입 발생시 제작사와 배급사가 반반씩 나누기로 한 만큼 영화 1편으로 일본에서 벌어들일 돈이 100억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일본 영화로는 한국에서 최고 히트를 한 ‘러브레터’의 수입가가 1,500만 엔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영화가 얼마나 고부가가치 산업인지 금세 확인된다.


미국서도 한국영화 성가 높아져

일본에서의 성공에 이어 미 할리우드의 엔덴버사에서는 ‘쉬리’의 강제규 감독에게 2,000만 달러 규모의 영화 연출을 제안했다. 예전같으면 이또한 큰 영광이겠으나 강 감독은 합작을 역제안했다.

‘쉬리’의 강제규 감독뿐 아니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열고 있는 주역 강우석 감독에게는 미국 월가에서 추파를 던졌다. 강우석 감독은 최근 다국적 벤처투자사인 위버그 핀커스사로부터 340억 원의 투자 제안을 받았다. 구체적인 투자 조건 결정을 위해 현재 강우석 감독의 회사인 시네마서비스의 재무구조에 대한 실사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 영화는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였다. 전적으로 국내 시장만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영화를 기획한 다음 지방 극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공업적 재생산 구조였다. 뻔한 시장 규모에서 실낱같은 흥행 가능성에 매달리는 실정에서 20억 원 규모의 영화를 기획한다는 것은 무모 그 자체였다. 이 때문에 한국 영화는 국내의 영세 시장만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물론 꾸준히 세계 영화제를 노크하긴 했다. 하지만 그또한 세계 시장의 개척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세계 영화제에서의 호평을 국내 흥행에 연결시키겠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돈쓰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그래서 한국 영화는 당연히 세계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세계시장 염두에 둔 기획·제작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영화들이 기획, 제작되고 있다. 비록 완성도에선 떨어졌지만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는 좋은 선례가 됐다.

‘용가리’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칸 영화제 등을 노크했다. 수상이 목적이 아니었다. 영화제에서 ‘기획’만 열심히 알리는 것으로 ‘용가리’는 많은 투자 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다. 물론 실제 진행 과정에서 외국 자본의 적극 투자를 유도해내지 못한 한계에 부딪혔지만 ‘용가리’의 의도는 분명 많은 걸 시사했다.

물론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다. 이대로 주저앉을 지도 모른다.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얼치기 상품’의 무임승차도 피할 수 없다. 해외 진출 붐에 편승해 벌써 3류 에로물이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이 거쳐야 될 과정이다.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며 과감한 도전을 계속할 때만 한국이 세계 시장의 새로운 ‘시네마 밸리’로 탈바꿈할 수 있다.


정경문 일간스포츠 연예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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