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인터넷 시대에 사는 것 같구만”

최근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나를 보자 대뜸 건낸 말이다. 그는 인터넷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편도 아니어서 내게는 꽤 인상적으로 들렸다. 또한 그가 그처럼 새삼스럽게 ‘개안(開眼)’의 경지에 도달한 것은 생활 속의 사소한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는 몇 주 전 인터넷 초고속망을 집에 깔았다. 아내와 아이들의 성화로 ‘큰마음’을 먹고 단행한 것이었는데, 막상 설치한 후에는 오히려 자신이 ‘큰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동안 전화 모뎀을 이용해 가끔씩 인터넷 서핑을 했던 그는 귀가 따갑게 들어야 했던 인터넷에 대한 ‘과장된 찬사’가 내심 못마땅했다.

“모처럼 (인터넷에) 들어가서 정보검색을 하면 대부분 쓸데없는 것(정보)들이지, 막상 이거다 싶으면 속도가 느려 스트레스 받게 하지, 그나마 e-메일 정도나 쓸만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가 놀라웠다. 아내가 전자쇼핑몰을 통해서 가구를 ‘과감하게’구입한 사건도 그랬다. 한번은 웹 상에서 유료 동영상 영화를 감상하고는 “정말 장난이 아닌데”라고 혼잣말까지 했다. 인터넷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 지를 체험한 것이다.

주목하고 싶은 점은 인터넷에 무관심했던, 혹은 인터넷으로부터 소외됐던 그가 그 존재를 인정하고, 생활 속의 파트너로 받아들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속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일반에게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부터라고 기억된다. 그동안 질적 양적으로 커다란 진전이 이뤄졌고, 우리나라는 지금 인터넷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활성화하고 있는 ‘인터넷 선진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나 인터넷 비즈니스 관계자가 아닌 일반 네티즌에게 지난 몇 년은 그저 그런 기간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역시 속도때문이었다. 지난해 발표된 국내 인터넷 현황에 관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인터넷에 대한 평가는 100점 만점에 50.19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인터넷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이다. 그 중에서도 속도는 38.45점으로 가장 낮았다.

속도가 인터넷 사용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까닭은 우리나라 네티즌의 70%이상이 전화모뎀을 접속 장비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가정에서는 97%가, 기업은 66%가 전화모뎀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가장 보편적인 접속수단인 전화모뎀은 이미 ‘구석기시대 도구’라고 말할 수 있다. 인터넷은 속도의 측면에서도 엄청나게 진화돼 이제는 전화모뎀만으로 담기는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 아무리 많은 인터넷업체가 아무리 좋은 컨텐츠를 제공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는 네티즌은 소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네티즌은 벤처, 인터넷 비즈니스 등등의 용어로 달구어진 뜨거운 인터넷 붐과는 무관하게 인터넷 세상의 외곽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인터넷 시대의 주요 화두중의 하나는 누가 뭐래도 ‘속도’이다.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국가차원에서 ‘속도’를 생각해 왔다. 우리나라도 그 필요성을 절감해 최근 속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독주택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거나, 기존의 고속망보다도 훨씬 빠른 전송 기술을 개발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올해 말이면 많은 네티즌이 속도의 인터넷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속도의 개선은 또다른 많은 사람을 감동시킬 것이며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최근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는 가까운 시간 안에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인터넷 대폭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반 네티즌이 생활 속에서의 인터넷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그 폭발 강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고,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 도 있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하루빨리 생활 속의 인터넷 세상을 체험해 보시기를….

김철훈 hk인터넷 뉴스 컨텐츠부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