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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강원도 삼척 환선굴

입장료가 무려 4,300원. 한 가족이 오면 주차료(1,000원)까지 기본이 2만원이다. 어딜 가든 입장료에 문화재 관람료까지 꼬박꼬박 내는데 이력이 났지만 너무 비싼 것 같았다.

국립·도립공원도 아니고 일개 군립공원에서 말이다.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 다른 이들의 표정도 유쾌하지는 않다. 환선굴(幻仙窟·강원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여행은 이렇게 성급한 본전생각으로 시작됐다.

매표소에서 입구까지 1,370㎙. 30분 거리의 적당한 등산코스이다. 완만하던 언덕이 급경사를 이루고 마지막 절벽에는 철계단이 놓여있다. 덕항산의 절묘한 바위 봉우리를 바라보는 이 길을 오르면서 벌써 마음이 조금씩 바뀐다. 잘 정돈된 길에는 담배꽁초는 물론 티끌 하나도 떨어져 있지 않다. 곳곳에서 마을 노인인 듯한 관리인들이 보이는 대로 오물을 주워 담는다.

인상적인 것은 안내방송. 굴의 개요와 관람 요령, 주의사항 등을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입구에 닿을 때까지 4~5번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굴 속에 들어간다는 막연한 공포가 사라지고 어느새 마음의 준비가 단단해진다.

환선굴은 1997년 10월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동양에서 가장 크다는 석회암 동굴이다. 총 연장이 6.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중 공개되는 부분은 1.6㎞ 정도이다. 노화와 회춘이 반복되는, 살아있는 굴로 성장기부터 쇄락기까지 동굴의 모든 것을 구비하고 있다.

입구로 들어가면 모든 길은 쇠로 만든 다리와 난간으로 되어있다. 여행객들은 발에 흙 한점 묻히지 않고 굴을 샅샅이 훑을 수 있다. 대신 난간 바깥으로는 나가지 못한다. 안전과 보존을 함께 생각한 방식이다. 쇠로 만든 회랑은 전람회에서 그림을 감상하듯이 이쪽 저쪽 벽에 위치한 ‘동굴의 작품’을 구경할 수 있게 오르락 내리락 하며 이어져 있다. 대충대충 보면 1시간, 메모라도 할라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

말이 굴이지 지하에 만들어진 또 다른 세상이다. 거대한 규모에 입이 먼저 벌어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제1폭포. 큰 항아리 하나가 빠져나온 듯한 크기의 구멍에서 물이 쏟아져 아담한 소(沼)를 만들었다. 소에 녹색 수중조명을 밝혀 놓아 신비로운 기운마저 감돈다. 감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연이어 오련폭포, 흑백유석, 꿈의 궁전, 도깨비 방망이, 대머리형 석순, 악마의 발톱 등 석회암과 물과 세월이 빚어놓은 아름다운 세상이 계속 모습을 나타낸다.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은 손에 닿기도 하지만 만지는 것은 금물. 요소요소에서 감시용 카메라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깜짝 코스도 있다.

지옥교와 참회의 다리이다. 무심코 다리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밧줄로 만들어진 출렁다리이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다리 오른쪽 절벽으로는 물이 떨어지고 밑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움이 드리워져 있다.

출구로 나오면서 사람들은 목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위로 아래로 옆으로 계속 두리번거리다 보니 목과 어깨가 뻐근하다. 이미 본전생각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지하 속 꿈의 궁전

환선굴은 계절에 관계없이 섭씨 10~12도를 유지한다. 겨울에는 등산도 겸할 수 있도록 옷의 두께를 줄이고 여름에는 덧입을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노약자나 임산부는 출입을 제한한다. 삼척과 태백을 잇는 38번 국도에서 환선굴로 통하는 도로가 나 있다. 도로 입구에서 8㎞. 삼척에서 시내버스가 오전 6시10분부터 오후 7시10분까지 2시간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이 지역은 행정구역상 삼척시이지만 전화번호는 태백시의 지역번호를 사용한다. 관리사무소 (0395)541-9266

생활과학부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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