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중 있을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미사일 이야기가 잠망경처럼 세계 여론의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 첫신호라도 되듯 지난 1월 중순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갔다는 북한 탄도미사일 전문가 임기성씨(59), 그의 아들이며 연구원 학진씨(31), 그의 외조카 특수부대원 김성수씨(32)의 행방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물결’을 일게 했다. 미국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않고 있다. 한국 당국만이 이를 부인하고 있으나 공식적이 아니다.

임씨 등은 “북한은 이미 발사거리 6천Km의 탄도 미사일 개발을 완료했으며 1만Km 이상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굶주리면서 생명처럼 가꿔온 것을 어떻게 포기하겠느냐. 전쟁은 미국이 상대지 한국이 상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어떻든 이런 임씨 일가의 미국행과는 밀접한 관계가 없이 지난 2월9일 미 의회에서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CIA의 로버트 월폴 국제 안보·핵담당관은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이후(1998년 8월31일) 18개월간 해외주둔 미군과 그의 동맹국을 위협할 중·단거리 미사일이 개발되었다.

이는 북한의 발사에 자극받은 것이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의 경제동결 해제 이후에도 계속 탄도미사일 부품 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며 파키스탄, 이란, 시리아 등에 노동 및 대포동 탄도 미사일의 혼합 또는 변형된 형태의 미사일 제조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의 조·미 평화센터 사무총장인 김명철씨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위대한 장군’김정일이 통일된 한반도의 수장(首長)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도쿄에서 발행되는 북한신문인 ‘조선신보’의 자매 영문지 ‘피플스 코리아’의 논설주간이었다.

1998년 10월 도쿄 교진사에서 나온 그의 책 ‘김정일 조선통일의 날-북조선 전쟁과 평화의 시나리오’에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의도가 거침없이 기술되어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적을 위해서는 핵과 미사일 개발밖에 없다”고 북한의 국방위원장 김정일은 생각했다는 것이다.

김명철에 의하면 북한은 1989년에 이미 다단계 탄도 미사일을 개발했고 1993년 5월29일, 일본을 향해 1기, 하와이 근처를 향해 각각 1기의 다단계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북조선같이 작은 나라가 미국같은 초강대국을 상대로 꽝꽝 위협·공갈해야만 정치협상의 실마리가 풀린다”는게 북한의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굶으면서도 미국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런 그에 비해 몬터리 ‘비확산 연구센터’의 조셉 버뮤디즈 연구원은 20여년간을 북한의 무기체제, 군사체제를 연구한 호주사람이다. 그는 ‘북한의 탄도 유도탄의 역사’에서 김일성 부자가 한국군의 현대화에 맞서고 미국의 군사력에 게릴라전을 펴기위해서는 “핵과 미사일 개발 밖에 없었다”고 분석 하고 있다.

버뮤디즈에 의하면 북한은 소련으로부터 1960년에 지대공 미사일(SAM)을 받은후 이를 분석해 미사일 체제 연구를 1965년부터 했다는 것. 김일성은 중국과 이집트의 도움으로 1975년에는 지대지 미사일(프로그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었다. 탄도 미사일이 완성된 것은 1989년의 일로, 화성1호였다. 개발을 계속해 1993년 5월29일 김명철의 말대로 화성6호와 노동1호를 발사했으나 그때의 거리는 1백Km 안쪽이었다.

그러나 탄도 미사일이었다. 그리고 성공한 것이 1998년 8월31일의 대포동 미사일. 그건 적어도 3천4백여Km을 날아 하와이 근처에 낙하했다.

미국 국방부와 기업연구소에서 북한 문제를 연구한 척 다운스 박사는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은 식량과 중유을 제공받고 미국의 실질적 인정을 받았다. 그동안 북한이 한 것은 협박과 벼랑끝 외교로 얻을 것을 얻는 숫법이었다.

이번 ICBM으로 그들은 북한과 미국 관계 정상화를 이룰 것이다. 그후에 그들이 무엇을 요구할까 궁금하다”고 그의 책 ‘선을 넘어서-북한 협상전략’에서 결론짓고 있다.

이번 최고급 북·미 회담후 국교가 트이고 경수로가 완공되고 그들의 대륙간 탄도 유도탄이 완성되는 2005년께에는 과연 그들은 무엇을 들이밀까. 제발 한국을 흡수통일하겠다는 황당무계한 의도가 없기를 바란다. 북한과의 정치협상에는 ‘인내! 인내! 인내!’뿐이라지만 인내의 한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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