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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내일이 없다] 거꾸로 가는 정치권 깊어가는 정치혐오

낙천대상인물 대거 공천, 국민들 분노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4·13 총선에 출마할 각 당의 공천자 면면이 드러나면서 국민은 실망을 넘어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불과 2개월전 경실련과 참여연대 환경련 등 시민단체들이 정치개혁을 요구했을 때만 해도 국민의 기대는 한껏 치솟아 올랐지만 결국 한국 정치의 실체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국민들의 물갈이 요구는 정치권을 거치면서 보스정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철저히 악용되고 말았다. 고려대 김병국(정외과)교수는 “이제 모든 국민이 안전벨트를 매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양상을 볼 때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어디로 향할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정치권은 국민의 기대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너무 혼란스럽고 판이 복잡해지는데 결국 지역대결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될 경우 선거결과는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공천결과 국민기만극으로 드러나

시민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등 PC통신에도 정치권의 행태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욕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선시민연대 게시판에 ‘정신병원’이라는 ID를 가진 네티즌은 “이제 무엇인가 바뀔 거라고 믿은 내가 너무 순진했다.

이제 더이상 정치라는 말조차 입에 담기 싫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인이란 외부의 어떠한 변수도 자기 이익에 맞게 활용하는데 천부적인 재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확인해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새천년 벽두부터 경실련과 총선시민연대 등이 잇따라 낙천·낙선대상 정치인명단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국민의 지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국민은 이 정도 열기라면 정치권도 개혁요구를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잔뜩 기대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시민단체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이회창 총재도 소극적이나마 공천에 참고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치인의 사기극이 그대로 드러났다.

민주당의 경우 수도권에서는 그나마 386세대를 일부 배치했지만 호남에서는 철저히 충성도 위주로 진용을 채웠다. 공천결과를 분석하면 ‘동교동계의 전횡’이라는 낙천자의 주장을 무시하기도 힘들 정도다. 미리 천명했던 공천기준은 내팽겨처졌고 지구당의 의견도 거의 무시됐다.

특히 민주당은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대상 의원 18명중 8명에게 공천장을 주었다. 이중에는 금품수수 등 부패에 관련된 인물도 포함돼 있다. 수도권에서 탈락한 한 후보는 “386세대를 공천한 것도 개혁노선이라기 보다는 상품성을 고려한 선정주의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정치적 이해따라 뒤죽박죽 행보

한나라당은 더욱 심각하다. 이회창 총재가 시민단체의 물갈이 여론을 자신의 친정체제를 구축하는데 120% 활용했다. “혁명적 공천이 될 것”이라는 약속은 지켰지만 개혁성이 빠진 ‘충격공천’에 불과해 말장난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총재의 당장악과 대권가도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중진만 모조리 걸러냈다. 지지기반인 영남권의 물갈이는 20%에도 못미치고 시민단체들의 낙천대상 인사중 상당수가 공천을 받았다. 더욱이 이총재는 공천발표후 낙천자들의 반발이 심각해지자 다시 공천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자민련은 아예 처음부터 시민단체의 낙천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에 들춰볼 필요도 없다.

공천후유증이 빚어낸 정치권의 풍경은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낙천된 각 당의 중진급 의원은 마치 오랜 동지였던 것처럼 분주하게 만나 일사천리로 신당창당을 선언했다. 이 와중에 한동안 관심밖에 있던 옛 정치인도 하나둘씩 얼굴을 내밀고 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은 갑자기 여야 정치인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신당창당뿐 아니다. 민주당에서 낙천한 탤런트 출신 정한용 의원은 탈당 이틀만에 자민련에서 공천을 받았고 자민련 공천에서 떨어진 전용학 전 서울방송 앵커는 바로 다음날 민주당에 입당해 공천을 따냈고 자민련의 조영재의원은 한나라당으로 달려가 대전 유성 공천장을 받아냈다.

한나라당에서 낙천한 백남치 의원도 자민련의 공천을 받았다. 정당이나 정치인이나 최소한의 정치적 노선도 없이 정치적 이해만 맞아 떨어지면 손을 잡는 노골적인 ‘난교’가 이뤄지는 꼴이다.

각 당은 공천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지만 막상 시민단체의 공천철회 요구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이용가치가 없기 때문일까. 총선시민연대는 각 당에 공천근거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공천무효확인소송과 공천효력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하고 원고가 될 시민을 모집했다. 박원순 상임집행위원장은 “이번 공천은 헌법이 보장한 선거권과 민주적 공천절차 등을 규정한 정당법 31조 침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 악용, 힘빠진 시민단체

총선시민연대의 역량도 공천파동을 겪으면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안국빌딩 2층에 마련된 총선시민연대 사무실은 한때 참가단체 회원과 기자들로 북적거렸지만 설연휴 이후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매일 오전 11시에 있었던 기자브리핑도 2월25일 처음으로 중단됐다. 한 관계자는 “초기에 비해 열기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어서 타개책 마련에 고심중”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이 결과적으로 정치권에 철저히 악용된데다 검찰과 선관위와 충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총선시민연대는 선관위 및 경찰과 몸싸움을 벌여가며 공천무효소송 시민 원고인단 모집을 마쳤지만 소송제기 이후 실질적인 낙선운동으로의 전환과 역량집결 방안을 두고 심각히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 임성호(정외과)교수는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이번에 확인됐지만 시민단체도 결과적으로 정쟁의 한복판에 서 버렸다”며 “이제 국민의 선택만이 남아있지만 기대한대로 ‘바꿔’가 이뤄질지는 비관적”이라고 말했다.r

시민단체의 낙천대상자중 각당 공천현황(2월28일 현재)

◈ 민주당(33명)

강현욱(전북 군산) 권정달(경북 안동) 김길환(경기 가평·양평) 김명섭(서울 영등포 갑) 김봉호(전남 해남·진도) 김운환(부산 해운대·기장 갑) 김인영(경기 수원 권선) 김태식(전북 완주·임실) 박광태(광주 북 갑) 박상천(전남 고흥) 박종우(경기 김포) 서석재(부산 사하 갑/탈당선언) 서정화(인천 중·동·옹진) 손세일(서울 은평 갑) 송훈석(강원 속초·고성·양구) 엄삼탁(대구 달성) 원유철(경기 평택) 유용태(서울 동작 을) 이강희(인천 남 을) 이규정(울산 남 을) 이성호(경기 남양주) 이용삼(강원 철원·화천·양구) 이용희(충북 보은·옥천·영동) 이종찬(서울 종로) 임복진(광주 남) 장영철(경북 군위·위성) 장을병(강원 동해·삼척) 장재식(서울 서대문 을) 정대철(서울 중) 정영훈(경기 하남) 조찬형(전북 남원·순창) 천용택(전남 강진·완도) 한영애(전남 보성·화순)

◈ 한나라당(47명)

김광원(경북 봉화·울진) 김기춘(경남 거제) 김동욱(경남 통영·고성) 김만제(대구 수성 갑) 김무성 (부산 남) 김일윤(경북 경주) 김종하(경남 창원 갑) 김중위(서울 강동 을) 김찬우(경북 청송·영덕) 김태호(울산 중) 김호일(경남 마산 합포) 나오연(경남 양산) 목요상(경기 동두천·양주) 박관용(부산 동래) 박성범(서울 중) 박승국(대구 북 갑) 박종근(대구 달서 갑) 박종웅(부산 사하 을) 박주천(서울 마포 을) 박헌기(경북 영천) 변정일(제주 서귀포·남제주) 신경식(충북 청원) 안택수(대구 북 을) 양정규(제주 북제주) 유종수(강원 춘천 을) 유흥수(부산 수영) 윤한도(경남 의령·함안) 이강두(경남 거창·합천) 이규택(경기 여주) 이부영(서울 강동 갑) 이사철(경기 부천·원미 을) 이상득(경북 포항남·울릉) 이상배(경북 상주) 이상재(충남 공주) 이신범(서울 강서 을) 이재오(서울 은평 을) 이재창(경기 파주) 이해구(경기 안성) 임인배(경북 김천) 정문화(부산 서) 정재철(강원 속초·고성·양양) 정창화(경북 의성) 정형근(부산 북·강서 갑) 조진형(인천 부평 갑) 최연희(강원 동해·삼척) 하순봉(경남 진주) 함종한(강원 원주) 황규선(경기 이천)

◈ 자민련(28명)

구천서(충북 청주 상당) 김기수(강원 영월·평창) 김동주(부산 해운대·기장 을) 김범명(충남 논산) 김선길(충북 충주) 김일주(경기 안양 만안) 김학원(충남 부여) 김현욱(충남 당진) 노승우(서울 동대문 갑) 박철언(대구 수성 갑) 백남치(서울 노원 갑) 오장섭(충남 예산) 이건개(경기 구리) 이길범(서울 용산) 이상현(서울 관악 갑) 이세영(인천 중·동·옹진) 이완구(충남 청양·홍성) 이원범(대전 서 갑) 이정무(대구 남) 이태섭(경기 수원 장안) 이한동(경기 연천·포천) 정우택(충북 진천·괴산·음성) 정일영(충남 천안 갑) 차수명(울산 남) 최환(대전 대덕) 함석재(충남 천안 을) 허남훈(경기 평택 을) 허문도(경기 수원권선/불출마)

*시민단체중 총선시민연대, 경실련, 정치개혁시민연대, 인천행동연대, 광주·전남 정치개혁시민연대, 대구총선연대 등 5개 단체가 발표한 명단.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사이트 참조(http://xx.peacenet.or.kr)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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