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과 이합집산 등 국민의 시선이 온통 정치판에 쏠려 있는동안 경제부문에서는 연일 ‘배드(Bad)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수출과 외환, 기업과 금융 등 나라 안팎에서 좋지 않은 징후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우리 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 3년차 증후군’을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980년대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이 IMF 금융지원 3년만에 다시 위기에 빠져들 때와 닮아간다는 지적이다. 유가급등, 엔화가치 하락 등 국제적 변수에 경상수지 적자와 물가불안, 실업문제가 겹치면서 경제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특히 지난주 말 열린 거시경제 종합점검회의에서는 이같은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1월의 4억달러 무역수지 적자에 이어 2월에도 24일 현재 무역수지가 12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수입환경은 더욱 나빠져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으로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급증하고 소비재 증가도 전년도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게다가 국제원유가격은 지난주말 다시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 9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유 전문가들은 3월27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에서 원유 증산이 결정된다 해도 급감하는 세계 원유재고를 보전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늦은데다 증산량도 적을 것으로 보여 유가 급등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 조짐, 수출전선에 비상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이 올해안에 위안화의 환율변동폭을 상하 5%선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홍콩 신문의 보도가 있다. 위안화 변동폭이 확대될 경우 사실상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는 효과가 나타나 중국의 주요 경쟁대상인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이 저하돼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각종 악재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아직 비관할 때가 아니며 따라서 경제운용의 큰 틀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은 총선이라는 정치적인 변수로 필요한 조치가 제때 취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근원적인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번주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주 말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주가지수 10,000선 붕괴의 영향으로 주초반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날 다우지수의 장중 10,000선 붕괴에도 불구하고 최고치를 경신했던 나스닥지수도 그 여파로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의 영향과 함께 이번주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은 거래소하락, 코스닥상승이라는 차별화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는 점이다. 지난주에는 정부의 거래소시장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차별화 장세가 펼쳐졌다. 지수 850선에서 강한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좀처럼 반등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이같은 증시 양극화는 전세계적인 공통된 현상이다. 인터넷 주식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닷컴 열풍’으로 재래식 주식시장은 추락하고 첨단기술주가 거래되는 시장은 활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주식 열기의 거품을 우려하는 시각도 점차 전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증권이 인터넷 기업의 90%가 이미 주가 최고점에 이르렀다고 지적했고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수익성이 거의 없는 인터넷 열풍은 자칫 버블현상 등으로 실물경제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거래소시장이 좀처럼 상승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상장기업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상장기업들이 주주중시의 경영을 하지 않은 탓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재벌 계열사들이 외화표시 증권을 국내 투자가에게 편법발행하는가 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도 그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는 등 주주경시 풍조는 비일비재하다. 한 펀드매니저는 “앞으로 주주들을 경시하는 풍조가 계속되는 기업의 주가는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3월 중순부터 본격화할 정기주총을 앞두고 주가관리를 소홀히 한 기업에 비상이 걸린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일부 기업이 30% 이상 고율배당이나 현금 대신 주식을 주는 주식배당을 적극 실시하고 중간배당제를 도입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충재·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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