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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변하고 있다] 뜨는 코스닥, 지는 거래소

거래대금 코스닥이 완전 추월, 증시 체질변화 예고

개미가 코끼리를 밟아 죽이는 세가지 방법은 뭘까. 한때 전국을 강타했던 유머 시리즈중의 한가지다. ‘죽을 때까지 밟는다’,‘코끼리가 죽기 직전에 밟는다’등이 정답인데, 결국 도저히 코끼리를 능가할 수 없는 개미의 한계상황을 역설적으로 이용한 유머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전만 해도 ‘개미가 코끼리를 밟아 죽이는 일’처럼 여겨졌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계열사가 줄줄이 모여있는 거래소 시장이 신생 벤처기업이 모여있는 코스닥 시장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고 있는 것이다. 거래소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온 자금이 코스닥으로 밀물같이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의 규모를 측정하는 척도인 거래대금의 경우 코스닥이 거래소를 완전히 추월한 상태이다. 지난 1월11일 2조7,314억원이던 코스닥 거래대금은 2월25일에는 4조8,412억원으로 74%가 늘어났다. 반면 거래소는 4조2,441억원(1월11일)이던 거래대금이 2월25일에는 2조7,233억원으로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주가도 같이 움직이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1월27일 한때 178.50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급등세로 돌아서 2월25일에는 264.37까지 상승했다. 반면 증권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는 1월4일 1,004 포인트에 올라선뒤 연일 미끄럼을 거듭해 2월25일에는 867.40 포인트까지 맥없이 무너진 상태이다.


유상증자 후유증에 허덕이는 거래소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 감히 상상도 못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터라 그 해석도 구구하지만 일단은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첫번째 해석은 거래소 시장의 수급균형이 무너진 것에서 이유를 찾는다. 4대 재벌을 포함해 대부분의 거래소 상장기업들이 지난해 말까지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 무더기 유상증자를 거듭한 후유증이 나타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거래소의 대표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는 과도한 유상증자의 후유증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대자동차의 2월23일 현재 시가총액(2조8,560억원)은 현대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이자 법정관리에서 방금 벗어난 기아자동차(2조9,214억원)보다도 못하다.

그러나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를 ‘당연한 결과’라고 받아들인다. 지난해 한때 주가가 4만원선까지 올랐으나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 발행주식수를 2.6배나 불려놓은 것이 주가폭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 스스로가 주가를 곤두박질치게 한 마당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더 사주길 바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정도이다.

거래소와 코스닥의 상반된 운명을 설명하는 또다른 시각은 ‘인터넷과 정보통신 혁명 등으로 시작된 세계 경제의 구조적 재편과정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들은 그 주장의 근거를 미국에서 찾는다.

미국 뉴욕증시의 경우 전통적 우량기업의 주가로 결정되는 다우존스 지수는 1월11일 1만1,511에서 2월23일에는 1만225로 10% 가량 하락한 반면 인터넷, 통신 등 첨단기업이 몰려있는 나스닥은 1월11일 3,921 포인트였던 지수가 2월23일에는 4,550 포인트로 6%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산업구조의 재편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설명이다.

세종증권 리서치팀은 2월23일 내놓은 ‘뜨는 신경제, 지는 구경제’라는 자료에서 “미국 증시는 두 개의 다른 시장, 즉 주가가 올해 예상수익의 100배 이상에서 형성되는 기술시장과 주가가 예상수익의 5배에도 못 미치는 비기술시장으로 나뉘어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증권은 또 “시스코, 오라클, 휴렛팩커드 등 대표적 기술기업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기술주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러나 가치주(전통적 우량주)에 투자한 펀드에서는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경제·구경제로 양분되는 구조

결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국내 증시에 적용한다면 정보·통신기술과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이 한국 경제의 구조를 ‘신경제’와 ‘구경제’로 양분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가 ‘뜨는 코스닥, 지는 거래소’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 시장에는 건설, 금융, 면방직, 조선, 화학, 자동차, 일반기계, 전기가승 등 성장성과 수익성이 정체된 전통산업에 속하는 기업이 너무 많다. 자본은 그 속성상 기대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이탈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주가가 상승하기 보다는 대폭 하락할 가능성이 큰 워크아웃 기업의 대부분이 거래소 시장에 몰려 있으며 거래소 상장 기업중 상당수가 아직도 부채비율이 현저히 높아 금리상승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거래소시장이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다.

그렇다면 이같은 현상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뜨는 코스닥, 지는 거래소’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최소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23일 발표된 ‘거래소 시장 활성화 방안’의 약효가 단 하루에 그쳤다는 사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체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코스닥의 열기가 자칫 ‘거품경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너무 성급하고 무분별하게, 다분히 인위적인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내놓으면서 가만히 놔 두어도 활황세를 타게 될 코스닥과 제3시장에 불을 지른 형국”이라고 말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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