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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생존 위해 개혁을 택했다

차도르 벗은 이란 세상밖으로, 반혁명을 위한 혁명

이란에 ‘제2의 혁명’이 시작됐다. 이란 국민은 2월 18일 열린 총선에서 개방과 자유화를 내건 개혁파에 압도적 지지를 보냄으로써 ‘현실노선’의 혁명을 선택했다. 피를 흘리지 않는, 민주적 선거 혁명을 통해 자유롭고 열린 사회로 변화하려는 열망을 전세계에 보여줬다.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이끄는 개혁파의 압승은 단지 개혁파가 국회 의석의 86%를 확보했다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총선이 주목됐던 것은 무엇보다 전세계 이슬람 국가의 운명을 가를 시험대였기 때문이었다. 이슬람 세력의 준동을 공산주의 이후 민주사회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간주해온 서방측은 이제 이슬람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야 하는 압력에 직면했다.


반혁명을 위한 혁명

사실 1979년 이란의 회교혁명은 근대 이후 이슬람 세력이 처음으로 정치 권력을 장악한 획기적 사건이었다. 이란이 개척한 혁명정신은 이후 전세계 이슬람 세력들이 정치 권력의 획득을 추구하는 교과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혁명은 많은 희생을 요구했다. 혁명 이후의 이란에는 성(聖)과 속(俗)의 갈등과 경제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등 고통의 그림자가 자리잡았다. 특히 이슬람 원리를 고수하는 성직자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했다. 뉴욕타임스는 1월 30일 성직자 옷이 아닌 양복을 입고서야 겨우 택시를 잡을 수 있었던 한 성직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란의 변화상을 전했다. 이는 18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란의 성직자는 더 이상 기득권 세력이 아닌 개혁의 대상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총선은 신정(神政)통치를 거부하고 생존을 위해 개혁을 선택한 반(反)혁명이었다. 21년간의 잠복기를 거쳐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한 이란은 이제 ‘이슬람 혁명’이 아니라 ‘선거 혁명’을 아랍권에 수출하게 됐다.


개혁파 승리의 3주체

‘신(神)의 주권’에 도전장을 내민 세력은 학생 여성 신문매체였다. 이 가운데 점화력에서 폭발력을 발휘한 세력은 학생을 포함한 젊은층. 전인구의 3분의2가 30세이하인 이란에서 젊은층은 개혁의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97년 대선을 통해 하타미 정권을 창출, ‘킹메이커’로 부상한 이들은 개방·개혁정책이 수구파 제동으로 비틀거릴 때마다 시위를 통해 보수세력을 견제하며 개혁 정권을 지켰다. 특히 테헤란 대학은 급진적 개혁파의 ‘해방구’로 꼽히고 있다.

여성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대거 유권자에서 출마자로 탈바꿈했다. 전체 후보자 가운데 7%인 513명이 여성이었다. 이는 총선 사상 유례가 없는 비율이다. 이슬람 혁명으로 사법부에서 여성이 축출되는 등 지위가 급추락했던 여성들은 임금 상속권 결혼 등 모든 면에서 ‘남성과의 평등’을 주장하며 개혁파 지지, 또는 직접출마를 통해 바람을 일으켰다.

신문매체의 활성화는 하타미 정부의 대표적 승부수. 신문발행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 보수파가 쥐고있는 폐간·검열권을 무력화했다. 보수파가 신문을 하나 없애면 다음날 진보지 두개가 새로 나타나는 양상이 이어졌다. 방송이 수구파의 엄격한 통제속에 맥을 못출수록 가판대 앞에는 개혁파의 주장을 담은 신문을 구하려는 인파가 꼬리를 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반혁명 세력

그러나 이란의 선거혁명이 장밋빛으로 가득찬 것은 아닌 듯하다.이란의 보수파는 비록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사법부를 비롯한 정부 조직의 주요 부서를 장악하는 등 세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보수파들이 이슬람 원리를 지키기 위해 ‘신’이름으로 개혁파에 대한 ‘쿠데타’를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전세계 이슬람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변화의 기조를 타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나 파키스탄 처럼 이슬람 근본주의를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여기고 있는 국가들도 건재하다. 혁명지도자 아야툴라 호메이니 사후 11년을 맞은 지금 이란에서 시작된 ‘새로운 혁명’의 성공 여부는 보수파의 도전과 견제를 어떻게 수용하고 무력화하는데 달려있다.

국제부=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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