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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 돈바람이 분다] 증권열기, 상아탑을 녹인다

대학생 주식투자, 전문가 뺨치는 수준

모 증권사 조사부의 신모(29) 대리는 지난달 말 웃지 못할 일을 겪었다. 그는 입사후 영업파트에서 2년, 그리고 증시 자료를 검색하는 조사부에서 1년여의 경력을 쌓은 터라 회사내에서도 나름대로 증시 흐름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일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정보와 각종 루머를 좇다보니 이제 증권 거래소의 웬만한 상장기업과 코스닥 등록 기업에 대해서는 거의 손바닥 보듯 파악하고 있는 그였다. 그런 신대리는 3월초 제3시장 개장을 앞두고 장외종목에 대한 지식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올해 초부터 인터넷 장외거래 사이트에 자주 들어가 동향을 살피기 시작했다.


증시 개미군단의 전방위부대

차츰 장외시장의 감을 잡기 시작한 신대리는 인터넷 온라인상에서 지불·인증 서비스를 대행하는 모 인터넷 벤처기업이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 개인적으로 이 회사 주식을 사두기로 마음 먹었다. 아직 정식 거래 시장이 없어 인터넷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를 뒤지던 신대리는 어느날 적당한 가격에 이 주식을 내놓은 사람과 전화 연결이 돼 그날 오후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바로 이 주식의 소유자가 다름아닌 대학 연극 동아리의 새카만 재학생 후배였던 것이다. 더욱 놀란 것은 동아리의 다른 재학생 후배 상당수가 이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들은 연극반 활동외에 따로 팀을 구성, 유망 코스닥과 장외 주식에 대한 소규모 투자를 해오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신대리는 증권계의 최일선에 있는 자신이 오히려 대학생보다 장외시장에 어두웠다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현재 대학의 증권 열풍은 절정에 도달해 있다. 지난해 주식과 코스닥이 동반 상승 곡선을 탄데다 벤처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캠퍼스는 이제 증시 개미군단의 전방위 부대로 변해가고 있다. 1년여전부터 신촌 등 대학가 주변에는 가방을 맨 ‘대학생 개미 군단’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더구나 재학생과 대학원생중 일부가 지난해 증시 열기에 편승, 상당한 시세 차익을 올렸다는 소문이 대학가에 나돌면서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예전만해도 거래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캠퍼스 개미군단들은 지난해 중반부터는 코스닥과 장외주식쪽으로 옮겨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교가면 대부분 증권얘기”

이들 대학생 개미군단은 소규모 투자여서 쉽게 종목을 바꿀 수 있고 인터넷 분야에 대해 지식이 많아 정보 통신분야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 증권회사가 실시하고 있는 수익률 게임에 참가해 데이 트레이딩, 공매도 등 상당한 투자기법도 습득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1년간 증권 투자를 해왔다는 정모(21·성균관대 경영학과)군은 “요즘 학교에서 친구들과 만나면 증권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초 코스닥에서 높은 수익율을 올리자 함께 친구들로부터 함께 증권 투자를 해보자는 제의를 많이 받았다”며 “투자 종목은 정보통신주가 대부분이고 거래는 100% 수수료 낮은 인터넷 사이버 거래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신촌 소재 현대증권 객장의 한 창구 직원은 “대학생의 주식 투자는 1998년 10월경부터 시작해 지난해 말 방학전에 피크를 이루었다. 현재는 우리 객장에만 500명이 넘는 계좌가 있다”며 “이들은 처음에는 50만원~100만원 수준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평균 300만원 이상 투자하는 학생이 많다. 최근에는 장외주식쪽으로 많이 흘러가고 있다. 수익률은 일반인을 약간 상회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캠퍼스의 주식 열기에 대해서 대학내에서조차 아직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식 열기가 상아탑의 본질인 학문 연구에까지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점에서는 한결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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