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 소설의 주인공 햄릿이 현대사로 옮겨온다면 어떻게 될까? 특히 무대에 선 햄릿이 대사가 아닌 말 이외의 방법으로 관객과 이야기를 하자면 어떻게 될까?

1993년 초연되면서 국내 문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던 화제작 ‘햄릿머신’이 7년만에 동일한 배우와 연출자를 대동한 채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

원작자는 독일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 사회주의의 이상이 실현되지 못하고 타락해가는 동독의 상황 속에서 기회주의적으로 살아가는 지식인, 즉 작가 자신에 대한 아픈 자아비판을 담고 있다.

폭력의 역사, 억압과 착취의 역사, 발전이 정지된 폐허의 역사 등 지식인으로서 역사의 발전에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짐 앞에서 햄릿은 결국 자신의 존재를 포기하고 기계가 되기를 원한다는 내용. 남성이 이끌어온 역사를 거부하고 그 전복을 꿈꾸는 혁명의 주체로서 오필리아가 등장하기도 한다.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패러디한 이 작품은 행위예술 분야의 청년기수 심철종과 수원대 연극영화과 교수인 연출가 채승훈 콤비에 의해 또한번 재해석되기도 한다. 즉 반역사, 반이성, 반남성, 반기독교라는 원래의 주제의식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색채 외에도 ‘우리와 서양의 충돌’이라는 반서양의 화두가 함께 던져진다.

1993년 당시 일본의 연극계에도 소개돼 ‘서구 연극에서도 보기 힘든 아방가르드의 진수’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이 작품은 3월9일부터 약 40일동안 공연된다. 장소는 극장 씨어터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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