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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허의원, 신난다 한의원

MBC 드라마 <허준>이 단연 인기다. 11월8일 첫선을 보인 월화 드라마 <허준>은 방송 2주만에 시청률 1위를 기록하더니 이제는 60% 가까운 엄청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허준>을 이야기한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허준>을 모르면 ‘왕따’를 당한다.

드라마뿐 아니다. <허준>과 관련된 것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허준과 한의학에 관한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한의원에 때아닌 환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1991년 출간된 작가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은 올 들어서만 지난 한해 팔린 양보다 많은, 6만권이 판매되며 교보서적 등 주요 서점에서 소설부문 상위에 랭크되는 이변을 낳고 있다.

또한 ‘신 동의보감’‘음식 동의보감’‘TV 동의보감’이 비소설 건강부문에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의원장 권오열(86)씨는 “드라마 <허준>을 보고 보약이나 한약으로 질병을 치료하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허준>은 조선의 명의 허준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서는 세번째 작품이다. 흑백TV 시절이던 1976년 MBC 일일 드라마로 첫선을 보였던 이은성 극본, 표재순 연출의 <집념>과 1991년 이상현 극본, 이재갑 연출의 MBC 미니시리즈 <동의보감>도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허준>이 왜 이처럼 인기 고공비행을 하고 관련된 것이 불티나게 팔릴까. 또한 허준을 드라마화한 작품은 모두 성공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사람의 잠재된 성공 욕망과 인간의 얼굴을 한 영웅주의를 교묘히 자극하고 있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드라마속 허준은 서얼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며 성공의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간다. 그냥 상승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인물과 경쟁자의 무자비하고 간교한 탄압으로 눈물겨운 시련을 겪는다. 명의라는 목표를 위해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

여기에 가난한 민초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지순한 여인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않는 인간적인 면모까지 더해진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허준의 모습을 보면서 권모술수로 권력과 금력을 잡는 사람이 많은 요즘 현 세태를 조롱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 드라마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것도 인기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선과 악의 대립구조와 좌절과 극복이라는 순환구조는 시청자들이 가장 보기 쉬운 드라마 구조다. 사랑과 의학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선과 악으로 대변되는 허준과 스승 유의태의 아들 유도지. 두 사람은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들인다. 생각하는 내용의 드라마보다 보기 쉬운 드라마를 선호하는 시청자의 심리를 최대한 이용한 대목이다.

그리고 사극으로서는 예외적으로 빠른 템포의 반전이 돋보인다. 시청자들은 요즘은 템포가 느리면 곧 바로 채널을 돌린다. 그러나 <허준>은 역동적이어서 시청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한다.

탤런트들의 개성이 어우러진 연기화음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며 관심을 끌어 들이는 요소다. 아줌마들의 절대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허준역의 전광렬의 선굵은 연기와 중견 연기자 이순재의 강약을 조절하는 내면의 연기가 완벽한 화음을 이룬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영웅의 정형에 얽매여 시대감각에 맞는 새로운 인물 창출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영웅상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하며 단순한 선악구도는 이분법적 사고방식만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배국남 문화부 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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