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조국전쟁’, ‘문경(文慶)의 역(役)’, ‘임진동정(壬辰東征)’….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역사에 상당히 관심이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글쎄…’라는 망설임이 앞설 것이다. 이들은 모두 우리가 ‘임진왜란’이라고 부르는, 서기 1592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임진조국전쟁은 북한에서, 문경의 역은 일본에서, 임진동정은 중국에서 각각 부르는 말이다. 임진왜란의 당사자였던 한·중·일 삼국이 똑같은 사건을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까닭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역사를 각기 자신의 필요에 따라 주관적으로 해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같은 대세를 거스르고 한국사를 세계사적 흐름에서 객관적으로 해석하려는 작업이 한 역사학자에 의해 시도되고 있다. 1998년 6월 ‘한국사 이야기-고대편’을, 1999년에는 ‘한국사 이야기-고려편’을 펴낸 이이화씨가 주인공인데 그가 마침내 2000년을 맞아 ‘한국사 이야기-조선 전기편’을 펴냈다.

이번에도 이이화씨는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훨씬 다른 객관적인 시각에서 근세 조선의 건국에서부터 조청전쟁(그는 병자호란을 이렇게 부른다)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이씨는 조선시대사를 동아시아 역사의 큰 흐름속에서 파악하고 있다.

주변국가 즉 명·청과 일본의 정세를 소상하게 소개해 조선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또 그같은 관계 속에서 어떻게 교류하고 대처하였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이씨는 “조선은 주변국의 정세와 밀접한 관련 속에서 내정을 수행했다. 15세기에서 17세기 초엽까지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상호교류 속에서 갈등과 전쟁을 통해 동아시아 문명권을 형성했으며 조선이 건국 초기 명나라에 2만필의 말을 바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한다.

이이화씨는 새로 펴낸 책에서 그동안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도 공개했다. ‘한국사 이야기-조선전기편’에 따르면 서울을 도읍지로 정한 것은 무학대사가 아니며, 조선의 인구는 이미 16세기 중반에 1,000만명을 넘었으며, 조일전쟁(임진왜란)때 일본군은 조선에 현지처를 두었으며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쌀을 대주었다는 것이다.

‘한국사 이야기’가 기존 국사교과서와 다른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이씨는 국가가 백성을 통제하고 관리했던 호패제, 통금제, 오가작통법 등이 어떤 배경에서 수행되었는지를 고찰함으로써 통치제도와 민중생활의 충돌을 밝혀내고 있다.

또 시대변화에 따라 서민의 음식, 주거, 의복이 떻게 변했는지를 추적하고 있는데 특히 담배, 고추의 유입과 보급과정은 흥미 진진하다. 이씨에 따르면 유독 한국에서만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된 이유는 담배가 도입되던 17세기 초 조선의 통치자였던 광해군이 담배 냄새를 싫어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조철환·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