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마스터’ ‘웹 PD’ ‘시스템 엔지니어’ ‘웹디자이너’ ‘웹 기자’ ‘커뮤니티 가드너’….

2월 1일 hk 인터넷(주)이 한국일보사로부터 독립, 인터넷 뉴스포탈로 새롭게 출범했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인터넷 회사를 새로 만드는 일에 참여하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경험했는데 사원들의 명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로운 회사 명함 제작을 위해 직원들이 제출한 직함 등을 받아보니 그야말로 생소한 명칭 투성이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명칭을 정말 써요?”라고 물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인터넷이 창출한 이러한 낯선 직명(職名)은 업계에서는 이미 ‘표준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우리 회사의 경우 여러 가지 업무형태가 있지만 그중에 어떤 특정한 컨텐츠를 웹사이트에 올리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아이템이 선정되면 담당 ‘웹PD’가 정해지고 기획안을 만든다. 웹PD는 웹상에서 구현되는 컨텐츠의 내용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이름 그대로 PD의 역할을 수행한다. 웹PD의 기획안이 완성되면 ‘웹디자이너’의 작업이 시작된다.

웹디자이너는 기획안을 토대로 텍스트와 이미지를 적절히 사용, 화면을 구성하는 사람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로 수행하는 ‘코딩’ 작업을 거쳐 웹상에서 네티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다. 때로는 코딩을 ‘코딩 전문 에디터’가 맡는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 작업이 진행되면 나머지는 ‘시스템 엔지니어’의 몫이다. 이들은 모든 것이 시스템적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작업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하나의 컨텐츠가 웹사이트상에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이것을 유지, 보수, 관리하는 것은 ‘웹 에디터’이고 이들의 ‘대장’이 ‘웹 마스터’이다. 이밖에 우리회사에는 뉴스 밸류를 판단해 웹상에서 편집하는 ‘뉴스 에디터’, 각종 인터넷 동우회(同友會)를 관리하는 ‘커뮤니티 가드너’ 등이 일하고 있다.

이밖에 인터넷 관련 신종 직업으로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인터넷 비즈니스 컨설턴트, 사이버 작가, 사이버 저널리스트, PC방 사업자, 컨텐츠 제공업자, 정보제공자, 네트워크 설계자 등이 있다. 또 컴퓨터와 관련해서는 정보검색사, 프로게이머, 컴퓨터 애니메이터, 게임 프로듀서,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머, 멀티미디어 타이틀 개발자, 게임음악 작곡가 등이 있다.

이들 새로운 인터넷 직업은 대부분이 영어식으로 불리고, 지나치게 세분화하는 등 개인적으로 거슬리는 부분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에 없었던 것들이 생겨나 첨단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핵폭탄처럼 폭발하고 있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이같은 다양한 신종 직업들은 단순히 새로운 직업 출현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비즈니스 형태, 혹은 컴퓨터 관련의 업종이지만 앞으로 어떤 모습의 직업이 새롭게 나타날지, 또한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흥미진진하다.

최근 정부가 대졸 미취업자 등 고학력 실업자 4,000명에게 정보통신 교육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지금과 같은 시대 상황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번 교육에서는 리눅스, 소프트웨어 개발, 시스템, 인터넷, 게임 및 애니메이션, 자바교육, 전자상거래, 홈페이지제작 등을 가르치게 된다. 정부는 이번 교육을 통해 배출되는 인력들이 인터넷 업계의 신종 업종에 활발히 취업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시대의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이다. 대학까지 나온 고급인력을 재교육해야하는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인터넷 시대의 화두중에 하나는 ‘효율’이다. 얼마나 효율적인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김철훈 hk인터넷 뉴스 컨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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