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는 성공 확률 5%의 모험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구태여 분산투자의 원칙을 들지 않더라도, 벤처투자가 무조건 많을수록 좋다는 식의 단순 논리는 ‘머니게임’을 지향하지 않는 이상, 개인투자가나 국민경제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의 경우, 매년 신규로 조성되는 벤처투자 규모는 1986년~1995년 GDP의 0.0456%(평균)에 불과했다(미벤처캐피털협회 자료). 물론 공식적인 벤처캐피탈 투자의 3~4배에 달하는 엔젤투자가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미국의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GDP대비 최대 0.2%를 넘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미국은 이 정도만으로도 현재 사상 유례가 없는 벤처자금의 풍년을 구가하고 있으며, 연일 나스닥 과열과 인터넷 거품 논란이 한창이다.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미국의 GDP대비 0.2% 벤처투자 기준을 우리 나라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매년 약 9,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아무리 늘려 잡는다 해도 현재 우리의 경제 규모로 볼때 연 2조~3조원씩 벤처투자가 는다면, 이는 벤처의 종주국인 미국은 물론 어떤 나라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벤처열풍’인 셈이다. 경제규모에 비해 벤처투자가 과열된다면, 벤처투자에 거품이 생기게 마련이고, 벤처는 머니게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는 “무늬만 벤처”인 사업을 운영하면서 시세차익을 얻는 데만 관심을 두는 ‘히트 앤드 런’의 그릇된 벤처풍조를 경고하고 나섰다. 언론에서도 ‘일그러진 벤처문화’를 질타하고 있다. 바로 벤처과열의 부작용이 여기 저기서 심각하게 감지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센터 조덕희 연구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