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벤처가 주역이다. 패러다임의 변화와 같이 사회전반에 변화가 일어날 때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인데 벤처거품론과 과열론도 기존의 기업경영, 생산방식에서 벤처경영 방식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것이다.

특히 벤처거품론은 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졌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다. 기존의 기업형태는 대량의 제품을 어떻게 싸게 만드냐가 경쟁력의 관건이었다. 자산규모 등 기업의 외형적 가치가 기업가치의 척도가 됐던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벤처시대에는 기술력과 시장선점 여부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에 기업의 가치평가가 달라진다.

인터넷 기업 아마존닷컴을 예를 들면 이 기업은 아직 적자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확실한 시장선점권 등으로 상당한 미래수익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있어 기존의 기업과는 달리 앞으로 수십배, 수백배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에서 그 가치가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벤처시장의 흐름을 볼때 벤처의 양적확대도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다. 이미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인들이 ‘엔젤’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며, 우수한 벤처인들이 기술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벤처시장이 자생력을 갖춰가면서 앞으로는 기업간 경쟁을 통해 무자격 벤처는 시장에서 도태되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머니게임’도 사라질 것이다. 물론 자생력을 갖는 벤처생태계가 자리잡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되나 양적확대 정책을 통한 정부의 벤처붐 조성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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