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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위조카드의 천국

`삼합회(三合會)' 배후 국제신용카드 위조단 적발

홍콩의 마피아 그룹 삼합회(三合會)가 배후에서 조종하는 국제신용카드 위조조직의 꼬리가 잡혔다. 일본 경찰은 미국·캐나다·유럽·일본 등지에서 신용카드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훔쳐 대량으로 신용카드를 위조해온 삼합회의 하부 조직을 포착, 이들의 신용카드 위조 수법을 밝혀냈다.

일본은 즉각 홍콩 경찰과 공조 수사에 나서는 등 삼합회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국제신용카드의 위조 범죄가 세계적 규모로 표면화한 것은 처음이다.


위조단 배후엔 홍콩마피아 '삼합회'

요미우리(讀賣)신문 보도에 따르면 2월초 신용카드 위조 혐의로 일본에서 붙잡힌 말레이시아계 등 중국인 6명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삼합회의 핵심 조직인 ‘14K’의 지시로 신용카드를 위조해 왔다고 진술했다. ‘14K’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 조직망을 갖추고 암약하고 있는 삼합회의 국제 조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삼합회는 신용카드 가맹점의 조회용 단말기에 특수장치를 부착, 신용카드의 자기(磁氣)기록 정보를 복사하듯 읽어 들이는 ‘스키밍’ 수법으로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훔쳐 왔다.

입수된 개인 정보는 홍콩의 비밀 아지트를 거쳐 팩스로 일본에 차례 차례 보내졌고 일본에서는 카드 위조 작업을 맡은 홍콩계 중국인들에게 1인당 2만엔 정도에 팔렸다. 자료를 입수한 위조 조직은 우선 아무것도 입력돼 있지 않는 ‘생카드’를 만드는 또다른 조직에 한장당 1만엔을 주고 회원 번호와 유효 기간 등을 새기는 작업을 맡겼다. 그리고 생카드가 완성되면 카드 뒷면의 자기테이프에 입수된 개인 정보를 입력, 완벽한 ‘위조 카드’를 만들어 냈다.

위조카드는 값비싼 상품을 마구 사들이는 전문 조직에 한장당 5~8만엔에 팔리거나 위조 조직 스스로가 고가 상품을 사들여 현금화하는 데 이용됐다. 최종 이익의 40% 정도는 홍콩의 ‘14K’본부에 상납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한번도 일본을 찾은 적이 없는 미국 조지아주에 사는 한 남자 명의의 신용카드가 사용되는 등 아리송한 사건이 잇따랐다. 이번에 삼합회의 수법이 밝혀짐으로써 그같은 사건에 대한 의문이 대부분 풀리게 됐다.


위조카드 사용 수월한 일본

그러나 삼합회의 국제적 범죄에서 일본이 신용카드 위조의 거점이자 최종 사용처가 돼 왔다는 점에서 일본 경찰의 고민은 하나 더 늘었다. 삼합회가 최종 거점으로 일본을 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일본에서 발행된 신용카드는 모두 2억4,000만장에 이른다. 일상적으로 신용카드가 사용되고 있는 데다 우선은 상대를 믿고 보는 상거래 관행이 정착돼 있다. 소득과 물가가 세계 정상 수준이어서 고액의 상품 구매가 특별히 눈길을 끌지 않는 점도 범죄 조직에는 커다란 매력이다.

반면 관련 법규나 제도는 다른 선진국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하다.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는 위조카드 소지 자체가 처벌 대상이다.

독일은 소지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지만 취득은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더욱 까다로워, 부정한 카드 정보의 입수와 관련해 권한이 없는 카드 정보를 소지한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다. 캐나다도 권한이 없는 정보의 소지와 사용, 거래 각각에 대해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위조카드를 만들거나 사용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지만 위조 카드의 소지나 카드 정보의 부정 입수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는다. 국제 위조 조직으로서는 ‘천국’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일본이 언제까지나 위조 카드의 천국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1998년 1월 경찰청에 ‘카드범죄 작업부회’를 설치, 대책 마련을 서둘러 왔다. 그 결과 카드 범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위조 카드 소지와 자기(磁氣)정보의 부정 취득을 처벌할 수 있는 ‘카드범죄 대책법’(가칭)의 제정이 검토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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