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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전쟁] 중일싸움에 등 터지는 우리 어민

2월27일 타결된 중일 어업협정 결과를 지켜본 남해안 일대와 제주도 어민은 향후 전개될 새로운 조업 상황에 우려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6월부터 중일 어업협정이 발효되면 우리 어선의 입지가 어떤 식으로든 많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롭게 조업했던 중국측 잠정수역에서의 조업여건이 바뀌게 되고 중일 어협 결과 일본 수역내 조업어선수의 제한으로 중국 어선이 우리 어장으로 대거 몰려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중국 어선의 우리 영해내 불법조업은 지금도 가장 골칫거리이다. 특히 어민들은 한일 어업협정 타결이후 불거진 정부에 대한 불신을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한일 어업협정에서 미덥지 못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어민들이 향후 한중 어업협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해서도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남해·제주어민들, 어장축소 불안감

중일 어업협정의 타결에 대해 우리 어민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문은 동중국해 중일 잠정조치수역의 성격과 어업질서가 앞으로 어떻게 재편되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독도문제로 한국과 일본이 동해에 중간수역을 설정했듯이 중일 잠정조치 수역은 일본과 중국이 디아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양국의 영토분쟁으로 명확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획정하지 못하고 양국의 조업이 자유로운 수역으로 남겨 놓은 곳이다.

따라서 우리 어선은 중일 잠정조치 수역 가운데 일본 어장에는 한일 어협이 발효된 지난해부터 일본과 별도 협상을 거쳐 조업을 하고 있으나 나머지 중국쪽 수역에서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조업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일 어업협정 타결로 잠정조치 수역은 향후 일본과 중국의 권한이 분명히 미치게 돼 우리 어선이 진출할 경우 과거와 달리 많은 제한이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향후 한중 어업협정에서도 황금어장이자 양국 어선의 공동조업이 가능한 잠정조치 수역과 과도 수역에 대한 입어조건을 놓고 팽팽한 대립이 불가피한데 현재 보다 우리의 몫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일 어협 결과중 어민의 귀를 가장 쫑긋하게 하는 부분은 상대국 EEZ에서의 어선척수 제한문제다. 1992년 한중 국교수립 이후 양국간에는 어업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중국 어선이 영해를 침범, 우리 수역에서 약탈식 불법조업을 일삼아 왔다. 지난 한해동안 우리 어선의 중국수역 불법조업은 15건에 불과했으나 중국 어선의 우리 수역 불법조업은 1만5,000여건이나 발생했다.

근해통발수협 최재모(57) 이사는 “중일 협상 결과에 비춰 향후 한중 어협이 발효되면 근해 통발어업은 전체 조업구역 전부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과의 실무협상에서 어군이 형성되는 구역의 확보와 어업채산성 확보가 가능한 어구수를 반드시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서 밀린 중국에선 우리수역으로

어민들은 이번 중일 어업협정에서 그동안 일본 EEZ에서 연간 4,000여척이 상시 조업을 해왔던 중국 어선이 앞으로는 동시조업 600척으로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짐에 따라 이들 어선이 우리 어장으로 몰려올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쌍끌이협회 백휴기(62) 회장은 “우리 어선의 중국 과도수역내 입어 척수를 최대한 줄여서라도 중국 어선의 한국 과도수역내 입어를 제한해야 한다”면서 “어업협정 발효전이라도 동중국해와 제주해역에 최소 1만척 이상 몰려들어 있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양국이 동중국해 잠정조치 수역 북단한계선 이북에 설정한 ‘신수역’중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가상중간선의 일본쪽 수역이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과 중첩돼 어업권리를 침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곳을 어장으로 삼고 있는 남해안의 대형기선저인망과 대형선망 어선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역 수산전문가들도 “일본이 문제의 수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마찰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민들은 중일 어업협정 타결을 계기로 우리도 중국과의 어업협상에 더욱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한·중·일간 새로운 해양질서 개편이 조속히 이뤄져야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고 변화된 환경에 마음을 고쳐먹고 일터로 나갈 수 있다는게 어민들의 생각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일 양국간 어업협정 타결은 1998년 11월 가서명 이후 3년째 교착상태에 빠진 한중 어협의 타결에 청신호여서 어민들도 우려감속에서도 반기는 대목이다. 중국은 그동안 중일 어업협정을 이유로 ‘만만디 작전’으로 일관해 왔으나 이번에 어업협정이 타결됨에 따라 더 이상 한중 어업협정을 미룰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중어협 타결로 피해최소화해야

그러나 어민들은 한중 협정 체결로 잃을 것에 대비한 정부의 대책이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중국 수역에서 조업해 온 대형 선망과 대형 트롤 등 업종의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채낚기 및 연승 어선 어민도 많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동중국해에서 조업해온 갈치 조기 장어 어장의 손실이 클 것이라는데는 어민과 해양부측의 전망이 일치한다.

이렇듯 한중 협정이 제대로 타결만 되면 현안 해결이 한결 쉬워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될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일간 어업협정의 조속 체결문제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어민은 없는 것 같다.

대형 기선저인망수협의 한 관계자는 “중일 어협 타결로 남해안과 제주도 어민의 주어장인 중일 잠정조치 수역에서의 우리 어선 조업이 보다 까다롭게 돼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중 어협을 빨리 타결지어 중국 어선의 횡포로부터 우리 바다를 지키는 문제가 더욱 시급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부산시 수협의 한 관계자는 “한일 어협에서는 해양부가 협상준비 및 과정 등을 너무 비밀스럽게 하는 바람에 현실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며 “한중 어협은 국익과 어민 생존권이 걸린 중요한 사안인 만큼 해양부가 업종별 자료수집, 어민과의 대화 등을 통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목상균·사회부 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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