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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국바둑 위상 세계에 떨치다

1988년은 한국인에게 뜻깊은 해이다. 1910년 치욕적인 한일합방이 있었고 1945년에 해방이 됐으나 5년만에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이 터졌다. 최소한 20세기를 상징할 만한 해들은 거의 굴욕의 우리 근대사를 상징하는 사건과 연관이 있다.

그런데 1988년은 그 오욕의 시대를 형식적으로나마 마감하고 새로운 한국의 패러다임을 구축하자는 희망의 한 해로 자리매김돼 있다. 88서울올림픽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대바둑 50년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해는 언제였을까. 되짚어보면 당장 떠오르는 해가 공교롭게도 1988년이다. 한국의 간판스타 조훈현이 설움받던 한국 바둑의 위상을 세계에 떨친 해다. 바둑 매니아들은 이 대목에서 “아니, 그게 1989년이지 왜 1988년이냐”고 되물을 것이다. 사실은 그 말도 맞다. 조훈현이 정작 우승컵을 가지고 온 날은 1989년이다. 하지만 제1회 잉창치배가 출범한 것은 바로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통산 타이틀 획득수 148개에 빛나는 ‘황제’ 조훈현. 50년 한국바둑사에서 조훈현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오늘날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창호가 상당한 지분을 갖겠지만 50년사를 통틀어 보면 아마 50%는 조훈현의 몫이 아닐까 싶다. 바둑사의 여러 사건과 기념비적인 일들을 모두 생각한다면 그럴 수는 없겠지만 굳이 영웅의 성적표로서 바둑사에 끼친 ‘공헌도’로 평가한다면 능히 그 정도는 되리라 여겨진다.

조훈현이 지금까지 획득한 타이틀수는 총 148회다. 바둑에 대한 문외한이나 매니아가 아닌 일반 바둑 팬들은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프로바둑의 역사가 한 수위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최고기록은 이미 은퇴를 선언한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의 66회가 최고기록이다. 일본과 직접 비교는 힘들다 하더라도 무려 3배나 차이나는 대 기록을 무시할 상황은 분명 아니다.

숱한 우승기록을 보유한 조훈현이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타이틀이 있을 것인데 그 것은 물어보나마나 잉창치배일 것이다. 1989년 9월에 우승한 잉창치배는 대만의 거부(巨富)인 잉창치(應昌期)의 이름을 따 만든 ‘바둑올림픽’이다.

지금은 ‘응씨배’(영어로는 잉스컵)로 개명되었으나 당시엔 잉창치배였다. 상하이 출신인 잉창치는 한때 프로를 지망했던 아마 6단의 실력자. 그는 바둑에 상당한 조예가 있어 스스로 바둑 룰을 만들 정도로 애기가였다. 애기가 수준이 아니라 바둑연구가 수준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는 소위 ‘전만법’이라는 대만식 바둑룰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믿었고 (실제로 바둑인들도 전만법이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 룰의 전파에 온갖 정열을 다 바친다. 그는 ‘잉창치 바둑기금’을 설립해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숱한 바둑대회를 창설했다.

우리는 ‘겨우’ 잉창치배밖에 모르나 기금은 1년에 수백만달러를 들여 세계청소년대회를 비롯, 전유럽대회 전미대회 등 3대 세계 대회를 지원하고 있다. 또 우리에겐 낯선 세계컴퓨터바둑대회를 수년전부터 개최해 바둑을 향한 그의 정열은 세계최고라고 할만하다.

‘잉창치바둑기금’이 1987년 느닷없이 100만달러를 내놓고 세계 최고수를 뽑는 대회를 열테니 우수한 선수를 출전시켜 달라고 요청해왔다. 계획대로라면 ‘과연 세계최고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풀어줄 시원한 대회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1987년이면 서울올림픽을 1년 앞둔 해. 당연히 그들은 ‘바둑올림픽’으로 부르기를 원했고 그에 따라 대회를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개최하기로 큰 틀을 짰다. <계속>


<뉴스와 화제>

· 네웨이핑, 다면기 150명 펼쳐 세계신기록 작성

중국의 반달곰, 네웨이핑이 아마추어 150명을 상대로 동시 지도 다면기를 펼쳐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종전기록은 같은 중국의 류샤오광이 1998년에 기록했던 139명. 올해 47세인 네웨이핑은 2월22일 오전 9시30분부터 밤 10시51분까지 무려 12시간 21분동안 쉼없이 다면기를 펼쳐 총 136승 2무 11패의 우수한 승률을 기록했다.

기네스북은 승률 80% 이상을 세계신기록으로 인정하는데 네웨이핑의 기록은 곧 기네스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에서는 김희중 9단이 1996년 118명을 상대로 다면기를 펼친 바 있다.

· 조치훈, 20년 아성 '흔들'

일본 바둑계의 일인자, 조치훈의 20년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조치훈은 2월까지 이어진 기성전 도전7번기에서 2승3패를 기록, 막판으로 몰렸다. 조기성은 남은 두 판을 모조리 이겨야 방어에 성공하게 된다. 도전자 왕리청은 한판만 이겨도 새로운 기성에 오른다. 조치훈은 현재 역대전적에서도 28승 1무 29패로 왕리청에 뒤지고 있는데 운명의 제6국은 3월8,9일 일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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