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이 나를 불렀다/사이언스북스 펴냄/로버트 카니겔 지음

2000년을 맞아 사람들의 관심이 과학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천년에는 과학기술이 인류의 문명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자연스럽게 ‘과학의 언어’로 통하는 수학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과학저술가 로버트 카니겔은 ‘수학이 나를 불렀다(The man who knew infinity)’에서 인도의 전설적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Ramanujan)의 일생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하고 있다.

카니겔은 짧지만 낭만과 비극이 잘 어우러진 라마누잔의 인생을 그의 학문적 성공과 함께 엮어냈다. 카니겔은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처럼 창조력으로 가득한 라마누잔의 엉뚱하고 기이한 행동들과 함께 어려운 기호들로 꽉 찬 수학의 세계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적었다.

라마누잔은 1887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부 인도에서 태어나 1920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숨진 수학 천재이다. 라마누잔은 비록 카스트 제도상 상류계급인 브라만으로 태어났지만, 가정 형편이 너무나 어려워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혼자서 수학을 공부했다. 당시 인도에서는 라마누잔의 연구를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라마누잔은 당대 최고의 수학자였던 G.H. 하디에게 자신의 연구가 담긴 긴 편지를 보냈다. 결국 그의 연구는 하디에게 인정받아 20세기 수학의 중심지라 불리는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대학에 연구원으로 초청받았다.

그러나 인도의 브라만은 바다를 건너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으므로 라마누잔은 가족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다. 하디의 초청을 받은 지 1년이 지난 어느 날 라마누잔과 어머니의 꿈에 나마기리 여신이 나타나 외국여행에 대한 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삶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는 계시를 내렸고, 라마누잔은 그 즉시 영국으로 떠났다.

라마누잔이 트리니티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싱싱한 야채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그의 채식주의에 대한 고집은 대단했다. 그 때문인지 3년후 그는 과로, 영양부족, 지나친 걱정, 햇빛과 신선한 공기의 부족 등으로 쓰러졌다. 결국 라마누잔은 폐결핵에 걸려 2년간을 요양원에서 보내다 인도로 돌아온 다음해 세상을 떠났다.

영국에서 라마누잔이 연구한 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숫자는 방정식이 아니라 무한히 작거나, 무한히 큰 영역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놀라운 직관력으로 사람들이 상상하기도 힘든 여러 항등식과 정리들을 만들어냈다.

그가 만들어낸 ‘라마누잔의 정리’는 플라스틱 중합체나 암 연구외에도 현대과학의 주요 테마인 소립자 물리학, 통계역학, 컴퓨터 과학, 암호 해독학, 우주 과학 등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몇몇 정리는 아직도 완전히 해석해 내지 못하고 있어 오늘날까지도 많은 수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조철환·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