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힘들다. 파도는 날아오듯 달려와 포말로 흩어진다. 이미 물이 오를대로 오른 보리와 마늘, 돌담 속에 숨어있으면서도 파란 머리카락을 정신없이 흔든다. 우도(牛島)의 봄은 이렇게 거친 바람으로 시작됐다. 따스한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지만 볼과 코끝이 얼얼하다.

제주도의 맏아들격인 우도는 섬의 진경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는 곳이다. 면적 6㎢, 둘레 14㎞의 손바닥만한 터에 기암절벽, 등대, 동굴, 산호해변, 검은 모래 해변 등 아름다운 명소가 고밀도 회로처럼 집적돼 있다. 3~4시간이면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우도는 소가 고개를 치켜들고 누운 모습. 섬의 일주는 소의 머리격인 우도봉에서 시작된다. 132m의 야트막한 언덕에 불과하지만 우도의 모든 풍광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바다 건너 성산 일출봉이 왕관처럼 펼쳐져 있고 사람들은 일출봉을 배경으로 절벽의 난간에 기대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다. 우도봉은 몇 그루의 소나무를 제외하고는 잔디로 뒤덮여 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이곳저곳에서 미끄럼을 타며 깔깔거리는 웃음이 즐겁다.

우도봉을 낀 왕복 2차선 시멘트 포장도로(일명 우도 고속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돌면 검멀레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검멀레는 검은 모래의 제주방언. 현무암 가루와 산홋가루가 반반씩 석인 해변이 바닷물에 씻겨 검은 색으로 반짝인다.

해변의 옆으로 콧구멍 동굴이 있다. 고래의 집이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굴이다. 입구는 아파트 현관 정도의 크기이지만 안에는 1,000여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는 광장이 있다. 동굴음악회가 몇차례 열려 유명해졌다.

다시 북상하면 하고수동 해수욕장. 우도의 사이판으로 불리는 곳이다. 엄청난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물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하얀 모래밭이 펼쳐져 있고 한참을 걸어나가도 수심이 정강이를 넘지 않는다. 마치 동남아의 휴양지에서 찍은 듯한 음료 CF 중에는 사실 이곳에서 촬영한 것이 많다.

우도의 하이라이트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는 산호 해변. 눈이 내린 것 같은 하얀 산호 모래와 비취빛 파도가 어울리는 절경이다. 해변으로 다가가 물빛을 처음 보는 순간 누구나 탄성을 내지른다. 특히 밀물일 때 비취색으로 반짝이는 부분이 넓어진다.

산호사 해변에서는 현지 노인들이 조그마한 포장마차형 횟집을 운영한다. 으뜸 메뉴는 배가 빨간 해삼인 홍삼과 소라. 손바닥만한 접시에 홍삼과 소라를 썰어 1만~1만5,000원을 받는다. 치아가 부실한 사람은 씹을 때 조심할 것. 싱싱한 해산물은 썰어놓자마자 몸을 잔뜩 웅크려 돌처럼 단단해진다. 풍성한 바닷내음을 머금은 우도의 봄이 입속에도 만개한다.


섬 일주버스 타면 관광편리

성산포에서 우도를 연결하는 배가 1시간 간격으로 왕복한다. 배삯은 성인 2,000원, 어린이 700원. 승용차는 왕복 2만원을 내면 실을 수 있다. 우도 선착장에 내리면 중형버스가 대기하고 있다가 관광객을 실어나른다. 3,000원이다. 여러 대의 차가 수시로 움직이기 때문에 반드시 같은 차를 탈 필요는 없다. 한곳에 오래 머물고 싶으면 기사에게 다음 차 시간을 알아두고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권오현 생활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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