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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 서울 종로

조선조 초 정도전(鄭道傳)은 한양천도의 건설을 맡으면서 한양의 성문과 중앙의 종루(鐘樓) 이름을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리, 즉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의 오행(五行)을 따서 붙였다.

그래서 종루(오늘날 서울 동서 관통도로의 축인 종로)를 중심으로 동쪽엔 흥인지문(興仁之門), 서쪽엔 돈의문(敦義門), 남쪽엔 숭례문(崇禮門), 북쪽엔 숙정문(肅靖門)을, 그러나 숙정문 대신에 홍지문(弘智門)을 세우고 도시 중앙에 보신각(普信閣)을 세워 인 의 예 지 신과 일치시켰다.

특히 보신각엔 큰 종을 달아 놓아 도성의 긴급사태 발생 때나 치안유지를 위해 종을 쳐 성문을 여닫게 했던 것. 그래서 도심의 중앙인 보신각(오늘날 종로2가) 일대에는 상업의 중심지였다.

이 일대를 두고 ‘한 저자’(大市) 또는 ‘한 거리’(大街)라 하다가 통행금지가 해체되는 파루(罷漏:새벽 4시)때부터 통금이 시작되는 인정(人定:밤 10시) 때까지 사람의 모임과 흩어짐이 마치 구름 같다 하여 세종(世宗)때부터는 운종가(雲從街)라 했다. 그뒤 운종가는 종루가 있는 거리, 즉 종로(鐘路)라 하였다.

당시의 사람들은 ‘인정 소리’를 변음, ‘인경 소리’라 했고 통행금지 위반자 처벌은 매우 엄하여 그 위반 시각에 따라 처벌이 각각 달랐다. 파루는 새벽 4시쯤에 33번 치는데 이때 모든 성문이 열리고 또 밤 10시께 인정을 28번 치면 통행이 금지되었다. 이를 어기면 경수소에서 하룻밤 잡혀 있게 되는데 이때쯤 곧 시간이 바뀌는 11시, 1시, 3시에 통금위반자로 하여금 북을 치게 하였으므로 ‘경을 칠 놈’이란 말이 여기서 생겨났다.

여기서 나오는 ‘28’이란 숫자는 하늘의 별자리를 28수(宿)로 나누기 때문이며 ‘33’은 불교에서는 말하는 도리천(刀利天:욕계(慾界) 6천(天)의 둘째 하늘. 수미산 꼭데기에 있는데 중앙에 제석천(帝釋天)이 거처하고 그 사방에 8천씩 도합 33천이 됨), 곧 33천을 뜻한다.

조선 철종 때의 기인이자 시인이었던 정수동(鄭壽銅)이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인정을 쳐서 통행금지에 꼼짝없이 걸리게 되었다. 골목길에서 순라꾼과 맞부딪히자 다급하게 된 정수동이 담벽에 팔을 짝 벌리고 붙어섰다.

순라꾼이 ‘누구냐’고 묻자 ‘나는 빨래요’하였다. ‘빨래가 어떻게 말을 하는가’라고 하자 ‘하도 급해서 옷을 입은 채 빨아서 이렇게 되었소’라고 하였더니 순라꾼은 낄낄 웃으면서 지나쳐 버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종로에는 교통도 발달했을 뿐더러 능참행렬, 종묘참배, 선농단제례 등 고관들이 행차 또한 잦았던지라 민초들은 그 행렬때문에 땅에 머리를 박고 있어야 할 판. 그래서 고관의 행차때 마다 종로길을 피해 뒷골목으로 다녔으니 그 길을 일러 파맛길(避馬道)이라 했다.

또한 종로 부근에는 육의전(六矣廛)을 비롯 37개의 시전이 있어 아무데서나 상행위를 못하게 단속했다. 간혹 물건을 파는 상점이 생기기라도 하면 관에서 이속(吏屬)들이 나와 난전을 때려 부쉈기에 ‘난전 치듯 한다’는 말이 이때 생긴 것이다.

인경소리 아스라 하던 그 종로엔 지금 새로운 보신각 종루가 서 있고 사람들이 구름떼 같이 모이고 흩어지던 운종가(종로)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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