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회사의 자식과도 같은데 책임지지도 못할 자식을 왜 그리 많이 낳았나.”“20년 붕어빵 장사해서 모은 돈으로 현대차 주식을 샀다가 거지 다 돼버렸다. 이혼해 집안도 거덜나고 자식 공부도 못시키고 있다. 떨려서 잠을 못잔다.” 3월10일 현대자동차의 주주총회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현대차에 투자한 사람들은 “주가도 관리하지 못한 사람들이 무슨 보너스를 받고 있느냐”고 했다.

기업경영에 있어서 주가관리는 이제 최고 경영자의 가장 큰 책임이다. 기업의 가치가 주가로 판단되는 것은 물론 주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투자자로부터 가차없이 비판받는다. 매를 미리 맞은 현대자동차를 보고 주총을 앞두고 있는 대부분 기업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거의 예외없이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총은 이번주중 러시를 이룬다. 상장사 740여개의 30%인 228개사가 17일 주주총회를 갖는다. 12월 결산 주총신고기업(508개사) 기준으로는 무려 45%에 달한다. 한진(5개), 금호(3개), 롯데(4개)가 이날 일제히 계열사 주총을 열고 현대와 대우는 계열사 주총일정을 대체로 24일로 몰아놓았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총은 16-18일과 24일(중공업)로 분산됐고 LG그룹도 띄엄띄엄 계열사 주총을 열 계획이다.

기업들이 이처럼 같은 날 주총을 여는 것은 총회꾼이나 투자자의 항의를 최소화해보자는 취지인데 과연 ‘성난 투자자’를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올 주총은 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대기업의 경영투명성 조치들이 어떻게 반영될지도 관심이다.

LG그룹 데이콤의 사외이사 절반 등의 조치를 끌어낸 참여연대는 다른 재벌을 상대로 경영투명성 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이번주 기업의 대응이 주목된다. 타깃은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SK텔레콤 등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이건희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의 주식 편법취득경위를 단단히 따지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이 문제는 수년전부터 참여연대의 가장 큰 쟁점중 하나였는데 올해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맺겠다는 계획이어서 그 강도가 전례없이 셀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300돌파여부, 시가배당 증권주 향배 최대관심

주총을 앞두고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의 아이디어와 투자자의 항의는 이번 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무상증자나 시가배당, 자사주 매입 등을 골자로 한 기업의 주가관리는 주식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가와 관련한 이번주 최대 관심은 코스닥지수 300돌파 여부와 시가배당하는 증권주의 향배다. 투자자들은 증권주의 시가배당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호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대우와 삼성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외국 자동차사들이 일제히 이번 주중 실사에 나서 외국 자동차사의 국내 진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13일 실사단을 서울에 보낸 르노는 삼성차 인수를 위한 본격 협상에 나섰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주중 구체적 결론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대우차문제도 세계 최대 자동차사인 GM과 포드가 치열한 인수경쟁에 나서 이 역시 이르면 이달내로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김대중 대통령 유럽순방의 경제적 성과를 설명한다. 주요 일간지 경제부장을 대상으로 토론까지 벌여 현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대통령의 베를린선언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도 기대할 수 있다.

북한 외교부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이탈리아에 이어 캐나다와 수교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북미 북일협상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긍정적인 반응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북한측이 전향적으로 나오면 정부나 기업의 남북경협 후속조치가 쏟아질 전망이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유가 움직임과 일본 엔화의 추이, 미국의 주가 등이 관심이다. 특히 지난주 큰 폭 상승과 하락이 있었던 유가는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의를 앞두고 이번 주중 오를지 내릴지의 여부가 판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적인 예측은 하향 안정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요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수 5,000 포인트를 넘어선 나스닥이 현추세를 이어갈지도 투자자의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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