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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넘어간 국내 캐릭터 시장

국내시장 90% 미국·일본일 장악

‘포켓 몬스터에 무릅꿇은 DJ.’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인 김대중 대통령을 불경스럽게 일본 만화영화의 주인공과 비교하다니…”라며 흥분할 수도 있겠지만 불행히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곧 외환위기로 찾아온 호기를 놓쳐버린 국내 캐릭터 업체의 아쉬운 현실이기도 하다.

1998년 여름은 IMF체제로 온 나라가 움츠렸던 시절이다. 그러나 국내 캐릭터 업체의 움직임은 완전히 달랐다. 김대중 대통령을 형상화한 ‘DJ 캐릭터’(대중맨)는 물론이고 아기공룡 둘리, 녹색전차 해모수 등 만화 주인공부터 연예인·스포츠 스타(엄정화, 우지원, 현주엽 등), 사이버 인간(아담, 류시아 등)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국산 캐릭터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외환위기로 외국 캐릭터에 대한 로얄티 부담이 커지면서 국산 캐릭터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됐으며 캐릭터 비즈니즈가 21세기 유망산업이라는 생각이 상승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사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캐릭터 시장에서는 ‘토종 캐릭터’가 전무한 상태였다. 국내 캐릭터시장은 1976년 미키마우스를 앞세운 월트디즈니가 한국에 상륙해 문구류,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급성장을 했으나 온통 외국 캐릭터뿐이었다. 특히 1990년대 초반에는 제일제당, 신세계백화점, A.L.I., 매스 노벨티, 코오롱 카툰클럽 등이 외국 캐릭터를 잇달아 도입하면서 외국 캐릭터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

따라서 이같은 현실에서 외환위기로 경제적 애국심이 드높았던 1998년은 국내 캐릭터 산업에게는 하늘이 내린 기회였던 셈이다. 하지만 아기공룡 둘리, 아담 등 일부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살아남지 못했다. 국가원수인 김대중 대통령을 형상화한 ‘대중맨’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업체 자본부족으로 성장에 한계

토종 캐릭터를 만든 대부분의 국내 업체가 캐릭터 확산에 필요한 자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1998~1999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꼬꼬마 텔레토비의 국내 판권을 소유한 한국 안데르센의 권준형 팀장은 “캐릭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TV나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야 한다”며 “IMF체제 이후 개발된 주요 국내 캐릭터의 대부분이 영세업체가 개발했다는 점은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캐릭터 열풍을 불러일으킨 텔레토비(영국), 포켓 몬스터(일본) 등은 비록 외국에서 개발되기는 했지만 공중파 TV에서 만화 영화와 어린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등장, 어린이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이에 따라 1999년말 현재 국내 캐릭터시장은 여전히 외국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월트디즈니 코리아는 120여개, 워너브라더스 한국지사는 약 40여개 정도의 라이센스 업체를 통해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일본 산리오사 역시 산리오 코리아를 설립해 ‘헬로우 키티’등 자사 캐릭터의 인지도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더욱이 워너브라더스와 산리오 코리아는 최근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스토어’와 ‘산리오 캐릭터 전문매장’을 개설, 각종 캐릭터 상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1999년말 현재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캐릭터시장의 90%를 미국과 일본업체가 각각 6대4의 비율로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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