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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바둑 4강국에 분 잉창치 '돈풍'

이른바 ‘바둑올림픽’이라는 잉창치배. 1988년 대만의 거부(巨富) 잉창치(應昌期)는 거금 100만 달러를 걸고 역사적인 대회를 개최한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의 4개 바둑강국이 각기 자국 기사만을 상대로 기전을 주최하고 서로간의 교류가 드물었던 당시 잉창치가 제안한 세계대회는 어느 한 나라에서도 반대하지 않았다.

‘누가 제일 바둑을 잘 두는가’라는 원초적인 의문에 대해 시원하게 답을 얻을 수 있으니 전세계 팬들은 쌍수를 들고 바둑올림픽이 열릴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기사들의 입장도 쌍수를 드는 건 당연지사. 몇몇 정상급 기사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긴 했지만 평생 만져보기 힘든 거금을 한꺼번에 챙길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권 1등 당첨에 끝자리 하나를 남겨둔 심정’으로 개막을 기다렸다.

더욱 적극적으로 환영의 모션을 취한 건 각국의 기원이었다. 한·중·일·대만 공히 자국민에게 바둑에 대한 이해도를 증진시키고 자기 돈 안들이면서 붐을 조성하는데 일조가 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에 잉창치배는 일사천리로 대회요강이 잡힌다.

각 국에서는 잉창치배가 가져다줄 달콤한 선물에 각기 자국의 입장을 견주어보며 즐거워했다. 먼저 일본은 느낌상 세계 최강국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이참에 ‘일본이야말로 바둑계의 메이저 리그’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각인시켜줄 절호의 찬스라고 믿고 있었다. 수년전부터 시작된 중일 수퍼대항전에서 예상을 깨고 중국에게 번번히 밀리자 나름대로 자극제가 필요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중국도 비슷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중국은 바둑의 종주국. 사회주의 세상을 살다보니 일본처럼 바둑계가 비약적으로 커지지 않아서 그렇지, 어느 나라에게도 바둑으로 지고싶은 생각은 없던 터였다. 국가대항전인 중일 수퍼전에서도 선전하겠다, 개인적으로 맞붙어도 자국의 몇몇 에이스가 결코 일본에 밀리지 않을 것이란 자부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몇몇 에이스라고 하니 한국 얘기가 안될 수 없다. 한국은 국제전이라고 해봐야 대만과의 교류전 정도가 전부였고 ‘우물안 개구리’라는 인식을 스스로 하고 있던 때였다. 따라서 외국의 시각도 그러했지만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갖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몇몇 에이스가 출전한다면, 개인전이라면, 우리도 일정 정도의 지분은 확보할 수 있는 호기로 여겼다. 이를테면 조훈현 서봉수 김인 같은 에이스급은 국제전에서도 제법 버틸 것이라고 믿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참 소박한 목표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바둑계를 주름잡는 영웅의 계보는 모조리 일본에서 유학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우리의 한계를 스스로 체념하고 지냈던 탓이었다. 우리가 ‘우리의 커진 덩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어쨌던 흥겨운 마음으로 대회요강이 갖춰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치욕적인 일이 벌어지고 만다. 세계 일류기사 16명을 초청한 대만 '잉창치 기금'에서는 한국 대표로 고작 한 명을 뽑은 것이다. 16강중 한국의 몫은 고작 1명이라는 전갈이었다. 물론 한국의 대표기사였던 조훈현을 말한다.

조훈현의 희대의 라이벌 서봉수도 있고 김인 같은 대가도 있는데 고작 1명의 '티오'라면 한국을 ‘아프리카의 이름 모를 나라’ 정도로 밖에 안 본다는 의미가 된다. 중국은 4명, 일본은 6명, 대만도 3명인데 비해 한국은 고작 1명이라…. 중국 일본에 비해 약소국이라고 보는 건 그렇다고 치지만 대만보다도 약하게 본다는 건 치욕에 다름아니었다. <계속>


<뉴스와 화제>

· 루이, 또다시 이창호 꺾어

‘여전사’ 루이나이웨이 9단이 최강 이창호 9단에게 또다시 승리를 거두어 괴력을 과시했다. 1월4일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에서 이9단에게 불계승을 거두어 이변의 주인공이 된 후 국수까지 거머쥐었던 루이9단은 3월3일 KBS 창사특집 이벤트대국에서 또다시 이9단에게 161수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한국 무대에 들어와 이9단에게 2연승을 거두었다.

· 박지은도 조훈현 눌러 이변의 주인공

‘여자 유창혁’으로 불리는 박지은 초단이 조훈현 9단을 꺾어 ‘제2의 루이’ 폭풍을 일으켰다. 박초단은 3월6일 제19기 KBS 바둑왕전 본선에서 전년도 우승자이자 한국의 대표기사 조훈현에게 242수만에 백을 들고 불계승을 거두어 루이9단에 필적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특히 박초단은 윤혁2단과 루이9단간의 승자와 4강에서 맞게 되어 또한번의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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