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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 인터넷과 도메인

며칠전 인터넷 벤처 창업을 준비중인 친구가 전화로 하소연해왔다. “우리 회사 도메인 좀 어떻게 구해주라. 적당한 이름으로 등록하려 했지만 모두 선점돼 있고…. 도대체 정할 수가 없다”며 비명을 질렀다. 그는 “기존의 도메인을 사려고도 했지만 처지에 비해 가격이 너무 센 것 같아 실행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넷에서 파생됐지만 인터넷만큼 일반인의 화두가 되고 있는 단어가 ‘도메인’이다. 웹사이트의 주소라고 할 수 있는 도메인은 기억하기 쉽고 회사의 이미지에 맞을수록 가치가 있다. 웹사이트상에서 손님을 많이 끌 수 있기때문이다.

최근 한 인터넷 초고속망 회사가 재미동포 소유의 도메인 ‘korea.com’을 500만달러(55억원)에 사들이기로 했을 정도로 좋은 도메인은 엄청난 대우를 받고 있다. 이는 지난해 750만달러에 거래된 ‘business.com’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싼 것이다.

도메인이 이처럼 비싼 몸으로 급부상한 것은 매점매석식의 선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선착순이다. 일단 좋은 도메인만 확보하면 나중에 벼락부자가 될 수도 있어 사람들이 함께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도메인 열풍은 이미 한 차례 지나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열기는 아직도 남아 있다. 오히려 체감속도가 느린 일반인에게는 지금부터야말로 도메인의 도깨비같은 상품가치에 눈을 뜨기 시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메인의 상품가치만을 보고 투자하는 이색 펀드도 등장할 정도로 도메인은 귀하신 몸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도메인이 투기적인 목적에 의해 선점돼 있어 비즈니스하는 사람이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현실이다. 회사이름과 도메인을 일치시켜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심각한 걸림돌이 아닐 수가 없다.

우스개 하나. 어떤 사람이 자기 회사의 도메인을 정하기 위해 일주일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도메인 등록 현황을 확인했는데 신기할 정도로 생각해낸 모든 것이 이미 등록이 돼 있었다. 한편으로는 실망스럽고, 또한편으로는 놀라기도 한 그는 맥이 빠져 욕을 중얼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그는 ‘방금 내가 한 욕은 등록돼 있지 않겠지’라고 객기를 부리듯 컴퓨터 앞에 앉아 그 기발한 도메인명을 입력시켰다. ‘ac8.com’ 그런데 그것마저도 버젓이 등록돼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완전히 손과 발을 들어버렸다.

우스개 소리만은 아니다. 정말로 그렇다. 어떤 인터넷 전문가는 “사전에 나온 항목중 대부분이 이미 등록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존의 단어뿐만 아니라 기발한 조어와 축어 등을 사용한 도메인도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선점돼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같은 도메인 포화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제 인터넷 주소등록을 관할하는 ‘인터넷 주소할당 협력단’(ICANN)은 대표적 도메인 확장자인 ‘컴’(.com)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최근 도메인 확장자를 대폭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com’과 ‘.net’, ‘.org’ 등만 사용할 수 있었으나 도메인 확장이 결정되면 신청자의 특성이나 업종별로 세분화시켜 ‘.shop’, ‘.info’, ‘.sports’, ‘.mus’, ‘.film’, ‘.book’ 등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조치가 취해지면 매점매석식으로 폭리를 취하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출현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도메인에서 특정 상표·상호 등이 선점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한 이래 처음으로 남용사례에 대해 시정조치가 내렸다. WIPO는 최근 미 캘리포니아주 레드랜즈에 거주하는 한 사람이 갖고 있는 ‘www.worldwrestlingfederation.com’이라는 도메인을 세계레슬링연맹(WWF)에 되돌려줄 것을 명령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도메인 선점 현상에 대한 최근 조사에서 도메인을 선점하고 거래하는 것은 일종의 투기로 부도덕하다는 의견(40%)을 많이 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메인이 개인의 지적 사유재산이므로 현행 제도가 바람직하다 의견도 19.4%가 나왔다.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상식적인 선에서 일이 진행돼어야 한다고 본다. 도매인을 매점매석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압력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철훈 hk뉴스포탈 뉴스 컨텐츠부장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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