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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전남 고흥의 나로도

애당초 이곳에는 겨울이 없었다. 계단식 밭에는 파란 보리가 발목까지 솟았고, 해송을 스치는 바닷바람에는 온기가 확 느껴진다.

지난 가을 미처 수확하지 못한 노란 유자가 나무에 매달린 채 흔들린다. 나로도(羅老島)는 고흥반도(전남 고흥군)의 동남쪽에 자리한 따뜻한 섬이다. 내(동일면)·외나로도(봉래면)등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평도, 흑산도 등은 수산업이 현대화하면서 과거 어업전진기지로서의 명성이 크게 퇴색된 섬. 나로도, 특히 외나로도도 비슷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과거 나로도를 대표했던 생선은 삼치. 일본 사람이 대단히 좋아하는 어종이다. 고깃배가 모였던 외나로도항에는 일제시대부터 전기와 상수도가 들어갔고 삼치파시면 불야성을 이루었다. 그 당시 육지와 가깝던 내나로도는 오히려 더 먼 섬 취급을 받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외나로도는 배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치는 항구가 되면서 쇄락했고, 1982년 내나로도로 자동차를 실어나르는 배가 운항하면서 내나로도가 명실상부 더 가까운 섬이 됐다. 이제 그런 주도권 입담은 부질없다.

1994년 고흥반도와 내나로도를 잇는 연육교(連陸橋·제1나로대교)와 내·외나로도를 연결하는 연도교(連島橋·제2나로대교)가 완성된 후 두 섬은 나란히 육지에 편입됐다. 아울러 오랫동안 간직했던 섬의 아름다움을 육지 사람에게 알리는데 수월해졌다.

섬에 들어가는 연육교를 앞에 두고 시선이 왼쪽 바다로 쏠린다. 마침 썰물이라 갯벌이 드러났다. 내륙의 평야를 보듯 갯벌은 무한대로 펼쳐져 있다. 논둑처럼 주민들은 갯벌에 가로 세로 둑을 만들어놓았다.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것은 김과 파래. 김밭은 새까맣고, 파래밭은 모내기를 끝낸 논처럼 푸릇푸릇하다. 고흥군이 생산하는 수산물 중 해조류가 거의 50%에 가깝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현장이다.

연육교를 지나 해변길을 달리다 좌회전하면 덕흥해변. 입구에는 성천해수욕장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이 해변은 동서쪽으로 뚤려있어 일출과 월출을 모두 볼 수 있다. 마을에서 마늘밭 아래로 보리밭이 이어지고 그 끝에 일렬로 소나무가 도열해 있다. 마을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막는 이 솔숲의 나이는 300여년. 아름드리 밑둥부터 구불구불 몸을 틀고 올라간 멋쟁이들이다.

연도교를 지나 외나로도의 동쪽을 향해 약 5㎞를 달리면 15번 국도가 끝나는 예당. 다시 2.5㎞의 비포장도로를 타면 동쪽 해안마을인 하반에 도착한다. 하반마을은 서서히 일출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곳. 올해 1월1일에는 700여대의 차량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마을 언덕에서는 여수시와 돌산도, 금오도등이 보인다. 지도중에는 도로가 섬을 일주하는 것처럼 그려진 것도 있으나 길은 여기에서 끝난다. 섬 서쪽으로 가려면 다시 예당으로 돌아나와야 한다.

외나로도 서안에서 가 볼 곳은 염포마을. 완도군 쪽의 다도해로 넘어가는 낙조를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해변이 넓고 물빛이 좋아 여름에는 쉬쉬하며 피서객이 찾는다. 다도해상국립공원 지역인 만큼 화장실, 주차시설 등이 잘 만들어져 있다. 잘 꾸며진 숙박시설은 없지만 어느 해변에나 민박집이 있다. 섬마을 인심이 푸근한 봄 같다.

* 별미 장어탕

이 지역의 별미는 역시 삼치회. 그러나 가을이 제철이다. 나로도는 물론 고흥 일원에서는 어느 식당에서나 장어탕을 내놓는다. 장어와 대파, 우거지를 넣고 장어 살이 흩어질 정도로 푹 끓였는데 맛이 풍성하고 구수하다. 아침 해장거리로 장어탕을 택한다면 해장술 한 두 잔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생활과학부차장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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