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국내외에서 기업간 인수·합병(M&A)과 제휴가 화제였다. 인터넷 업계뿐 아니라 IT, 자동차와 금융, 전통 제조업체 등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합집산이 전세계의 화두임을 보여준 한 주 였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인터넷 업계에서는 야후와 이베이의 제휴 추진 소식이 세계를 뒤흔들었다. 아직 제휴형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양사가 합병될 경우 시가총액 1,200억달러의 거대 인터넷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 경우 인터넷시장에 일대 판도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물론 업체간 시너지효과를 노린 합종연횡이 잇따를게 뻔하다.

국내에서도 시가총액 4조원을 넘는 초대형 벤처기업인 새롬기술이 국내 최고의 검색엔진업체인 네이버컴을 인수·합병하는 메가톤급 발표가 나왔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새롬과 네이버컴의 합병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인수·합병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기업가치가 높은 인터넷 기업이 자금이나 자사주식을 미끼로 후발업체를 흡수하는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단계다. 여기에 선두를 지키려는 선발업체간의 제휴와 선발업체를 겨냥하기 위한 후발업체간의 제휴·합병이 불가피하게 돼 한동안 인터넷 업계가 이합집산을 거듭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공룡들도 치열한 영토확장 전쟁을 벌였다.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 IBM이 무선 이동전화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키아와 모토로라 시스코시스템스 등 굴지의 IT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은 신생 인터넷 업체 넷2폰을 인수하기로 방침을 굳히고 마무리 협상을 진행중이며,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게임기 ‘엑스박스’를 내놓으며 일본 소니가 석권하고 있는 게임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계 자동차 생산 1위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이탈리아의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피아트가 주식교환 방식으로 제휴를 맺기로 했고, 일본의 산와(三和)은행과 도카이(東海)은행, 아사히은행은 통합을 결정, 세계 3위의 메가뱅크로 부상하게 됐다.


코스닥시장 본격 조정국면, 거래소 상승엔 회의적

세계 증시에서 첨단기술주 거품논쟁이 재현되면서 나타난 기술관련주 주가 동반폭락 현상이 이번주에 이어질지도 큰 관심이다. 세계증시의 흐름을 좌우하는 앨런 그린스펀 미FRB의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주가의 거품을 우려해왔다.

폴 크루그먼 MIT교수는 최근의 증시상황을 “극심한 혼돈상태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세계 펀드매니저의 73%가 기술관련주 투자규모를 축소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또 보수적인 신문인 더 타임스도 펀드운용사인 L&G가 앞으로 5년안에 이들 주식 10개중 9개가 사라질 것이며 6월말까지는 TMT(기술·미디어·통신) 주가가 폭락해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우리 증시도 이같은 흐름에 따라 지난주 말 코스닥지수가 폭락하고 거래소시장이 반등했다. 코스닥시장의 하락세는 세계적인 첨단기술주의 조정현상에다 향후 3주동안 7조원 가까운 유무상증자 물량이 신규상장되는 수급구조 악화가 맞물린 결과다. 게다가 증시전문가들은 “증시의 무게중심이 코스닥시장에서 거래소시장으로 이동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주에는 코스닥 시장이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진입하면서 60일 이동평균선 근처인 240포인트가 1차 저지선이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하지만 거래소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상당기간 조정이 진행됐기 때문에 하방 경직성은 확보됐지만 투신권이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계속 팔고 있어 상승세로 돌아서기에는 버거워보인다는 견해다.

이충재 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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